초고령사회 진입, 저출생 해법은…'가족의 재정의'도 화두

올해 출산율 9년 만에 소폭 반등 전망…추세 반전 여부는 지켜봐야
쏟아지는 정부 대책…"인구구조 맞는 사회체제 필요, 신뢰속 전면변화"
'비혼 출산'에 43%가 긍정…新가족 개념 대두 "사회적 지원 확대해야"

  2025년은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가 저출생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험대에 놓이는 한 해다.

 빠른 고령화에 예상보다도 한발 일찍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인 저출생의 해소는 더없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정부는 올해 9년 만에 반등 조짐을 보이는 출산율을 내년에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국 혼란 속에 인구전략기획부 출범 계획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사회적으로는 비혼 출산 등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이 같은 인식 변화가 저출생 반전의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1천24만4천550명)가 전체 주민등록인구(5천122만1천286명)의 20%를 넘기면서 우리나라는 유엔 기준에 따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2017년 고령사회(노인인구 14%) 진입 7년 만이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1960년생이 65세가 되는 내년을 시작으로 1974년생이 65세가 되는 14년간 매년 80만명 이상이 65세 이상 인구가 된다"며 "앞으로 고령화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센터의 이상림 책임연구원도 "고령화가 예상보다 빨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속도는 빠른 데 반해 바닥인 출산율의 반등은 더디기만 하다.

 그나마 올해 합계출산율 반등 조짐이 보이는 점은 희망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출생아 수(19만9천999명)는 작년 동기간(19만6천193명)보다 많다.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늘었다.

 연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모두 2015년 이후 9년 만의 반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소폭 반등은 하락세가 잠시 멈춘 것으로, 증가 추세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조 센터장은 "출산율은 일정 범위 내에서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며 "소폭 반등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명 대가 됨에 따라 발생할 미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출산율 하강세가 멈춘 것은 사실이지만, 하강세는 다시 생길 수 있다"며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청년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쏟아지는 저출생 대책…탄핵정국 속 '인구부'는 불투명

 출산율 반등이 '반짝'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는 수요자와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다.

 내년부터 출산 가구 대상 주택공급을 12만호 이상으로 확대하고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은 내년 상반기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2억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완화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임신 12주 이내, 32주 이후 근로자로 대상이 확대되고 고위험 임신부는 임신 전기간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 근로자에 대한 급여 상한액이 현재 월 150만원에서 내년부터는 1∼3개월 차 월 250만원, 4∼6개월 차 200만원, 7개월 차 이후부터 160만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인구 문제 전반을 다룰 콘트롤타워로 예산 사전 심의권과 인구 정책 기획·평가·조정 기능 등을 가진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는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전에도 지지부진했던 국회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는 탄핵 정국 속에 더욱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이 계속 흔들리면 신뢰를 줄 수 없다"며 "정부와 여야 합의로 인구부를 신설하기로 했으면 계획대로 하되, 방향성을 급조하지 않고 장기적인 기획을 토대로 인구 문제에 관한 전면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혼외 출생 필두로 '가족의 재정의' 사회적 화두로

 이러한 가운데 '혼인한 남성과 여성이 자녀를 출산해 함께 양육한다'는 전통적인 가족의 정의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달 배우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와 사이에서 혼인 외 출생아(혼외자)를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논의가 촉발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국도 프랑스식 '등록동거혼'(PACS)을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정우성의 아들을 '혼외자'로 부르지 말자고 했다.

 실제로 혼외 출산은 꾸준히 늘면서 관련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자는 1만900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서도 20대 중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2014년(30.3%)과 비교해 10년 새 12.5%포인트 늘었다.

 국가가 한부모가족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비양육자로부터 나중에 받아내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내년에 도입되는 등 한부모 가족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함인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가족의 정의가 다양화되고, 이들의 건강한 양육을 위해 국가가 나서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다만 한국의 비혼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회적 지원 확대와 인식 개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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