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절반은 종교가 없다?

리서치 조사에선 무종교인 비율이 5년째 '과반'
시계열 넓히면 한국인 탈종교화 두드러져
젊은층, 종교 무관심…"한국인 세속화 단정 못해"

 최근 우리나라의 탈종교화 현상을 거론하며 '믿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률이 50%를 넘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전한 보도가 이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이 많다는 인식이 강했다.

 각 종교의 신자들을 모두 더하면 전체 인구 수를 넘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보도는 이런 상식과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어서 정말로 무종교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인지 여러 통계와 설문 자료를 통해 검증해봤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격주로 실시한 22회 설문 결과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기준 종교가 없는 사람의 비율은 51%였다.

 이는 전년 설문 결과와 동일했다.

 한국리서치가 관련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18년엔 무종교인 비율이 48%였고, 2019년 49%, 2020년 51%로 오른 뒤 큰 변동이 없었다.

 2018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무종교인의 비율이 3%포인트 늘었지만 2022∼2024년 3년간 51%를 유지한 것을 고려하면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무종교인 비율

 성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남성의 무종교인 비율이 55%로, 47%인 여성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18∼29세가 69%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 63%, 40대 56%, 50대 49%, 60대 38%, 70세 이상 30% 순이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믿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률이 낮았는데, 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종교인이 많다는 의미다.

 젊은 층의 무종교인 비율이 높은 이런 구조가 유지된다면 향후 탈종교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종교인의 비율이 높은데, 18∼29세와 30대에게선 여성이 남성보다 무종교인 비율이 높아 눈길을 끌었다.

 18∼29세의 여성의 72%가 믿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는데, 동일 연령대 남성은 67%에 그쳤다.

 이는 30대에서도 여자 65%, 남자 61%로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 시계열 넓히면 한국인 탈종교화 두드러져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탈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의 최신 자료는 2021년으로 다소 오래된 수치이긴 하지만, 1984년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의식'이라는 보고서를 시작으로 1989년, 1997년, 2004년, 2014년, 2021년에 걸쳐 모두 6차례 조사를 실시해 시계열 추세를 보는 데 유용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초 조사인 1984년에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56%였다가 1989년 51%, 1997년 53%, 2004년 47%로 계속 내렸다가 2014년 50%, 2021년에 60%로 다시 올랐다.

 2004년을 기점으로 무종교인 비율이 급속하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무종교인 비율

 성별로 보면 2021년 기준 남성의 66%, 여성의 54%가 믿는 종교가 없다고 답해,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남성이 더 종교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무종교인 비율은 19∼29세 78%, 30대 70%, 40대 68%, 50대 57%, 60대 이상은 41%였다.   역시 젊을수록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높았다. 무종교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믿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호감을 느끼는 종교도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4년 33%, 2014년 46%, 2021년 61%로 계속 높아졌다.

 이는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호감 가는 종교가 없으면 훗날 신앙생활을 할 가능성이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종교인 가운데 과거에 종교를 믿은 적이 없다는 비율이 지속해서 낮아진 점도 부정적이다.

 그 비율이 1997년에 50%였는데, 2004년 43%, 2014년 35%, 2021년엔 25%로 떨어져 1997년의 반토막이 됐다.

 이는 무종교인 중에 과거에 종교를 가졌다가 떠난 경우보다 한 번도 종교를 믿지 않고 계속 무종교 상태를 유지해온 이들이 점점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즉, '순수' 무종교인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에서 발간한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도 비슷한 추세를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무종교인 비율은 1998년 47%에서 2004년 43%로 내린 뒤 2012년 45%, 2017년 53%, 2022년 63%까지 상승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와 같이 2004년을 기점으로 무종교인 비율이 증가했다.

한국의 무종교인 비율

 ◇ 무종교인 비율 'U'형 증가…"한국인 세속화됐다고 단정 못해"

 가장 공신력이 있는 통계청의 수치는 어떨까.

 아쉽게도 통계청의 2015년 자료가 가장 최신이다.

 통계청은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는데 종교 항목은 10년마다 조사한다.

 즉, 1995년, 2005년, 2015년 등 매 10년, 끝자리가 5인 해에만 종교인구를 파악한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없는 인구는 1995년에 전체 인구의 49.6%였다가 2005년엔 47.1%로 내린 뒤 2015년엔 56.1%로 반등했다.

 한국갤럽, 한목협의 자료와 같이 무종교인의 비율의 추세가 'U'자형을 보이고, 반등 시점도 2004년, 2005년으로 유사했다.

 특히 한국리서치(51%), 한국갤럽(60%), 한목협(63%), 통계청(56.1%) 등 여러 조사기관의 최신 자료에서 모두 무종교인의 비율이 50%를 넘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남성의 무종교인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종교를 믿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상의 자료를 종합하면 2000년대 중반까지는 종교에 대한 열정이 고조됐다가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차 신심이 옅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세대의 종교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이런 탈종교화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단, 종교가 없다고 해서 종교적이지도 않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무종교인에 대한 연구'(2024)란 논문에서 "무종교인들이 모두 종교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이들이 모두 "무신론자이거나 완전히 세속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가 기존에 무종교인으로 분류된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무종교인 중 34.1%가 과거 가졌던 종교가 현재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1년 이내 종교 경전을 듣거나 읽은 적이 있다고 답한 무종교인의 비율이 23.4%에 달했고, 종교적인 물건을 집안에 비치하거나 몸에 소지한 이들도 20.5%나 됐다.

 정 교수는 무종교인 가운데 26.1%만 '적극적 무신론자'라고 할 수 있고, 소수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유신론자'(4.6%)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신론자 대부분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초월적인 힘을 인정하는 '소극적 무신론자'(33.7%), 신의 존재를 믿기도 하고 안 믿기도 하는 '비신론자'(24.4%)로 분류했다.

 결국 정 교수는 무종교인들이 "기성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종교 수행도 하면서 자신만의 종교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이 완전히 비종교적 또는 세속적인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일부 사직 전공의들 "9월 복귀 원해…대전협 무책임에 질렸다"
여전히 수련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은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 9월 복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집행부의 무책임을 비판하며 정원 보장, 입대·전문의 시험 일정 조정 등의 복귀를 위한 요구사항도 제시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 200여명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뜻을 모은 후 이 같은 메시지를 서울시의사회에 전달했다. 전공의들은 "최근 대전협의 기조와 달리 복귀를 희망하는 많은 전공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며 "지난 5월 추가 모집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의정 간 새로운 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라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공지 때문에 미복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전협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의협이 민주당과 만났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장·차관 인선 이후로 협상을 미루는 등 현재 상황의 시의성과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전협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으며 모집에 응하지 말라는 공지 이후에는 침묵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모바일게임으로 자폐청소년 사회성 개선…디지털치료 효과확인"
모바일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가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를 가진 청소년의 사회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태영 대구가톨릭대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는 2023년 8월부터 11월 사이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또는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를 진단받은 10∼18세 청소년 38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약물·심리치료 등 기존 방식으로 치료받은 19명과 기존 방식에 모바일 게임 훈련을 병행한 19명으로 나눠 6주간 관찰했다. 모바일 게임 훈련은 뉴다이브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청소년의 사회성 향상을 위해 개발한 'NDTx-01'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주로 접하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사용자가 게임을 하듯 임무를 수행하며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친구와의 첫 만남을 가정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적절한 반응을 선택하게 해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