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생체리듬에 맞는 섭생

 먹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다음으로 생체리듬에 맞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즉, 낮에는 먹고 밤에는 굶으라는 거다.

 직전 칼럼에서 12시간 금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되도록 밤에 금식하는 게 좋다.

 지구의 자전에 의해 밤과 낮이 생긴다. 낮에는 해가 뜨고 밤이 되면 해가 진다.

 태초에 그런 환경을 가진 지구에 생명체가 태어났으니 그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부들은 음력에 따라 농사를 지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4절기에 맞춰 씨앗을 뿌리고, 가지치기하고 농작물을 수확했다. 특히 흙의 성질은 달의 움직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과학적 배경에 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근 프랑스를 위시한 세계 최고급 포도주 생산자는 포도원 관리 차원에서 음력을 쓰고 있다.

 또한 그들은 포도를 수확할 때도 기계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수확하고, 밭갈이할 때도 트랙터 대신 말이 끄는 쟁기를 사용할 정도로 포도 농사에 신경을 쓴다.

 인체 역시 달의 움직임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는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옛사람은 달의 움직임과 여성의 생리를 연관 지어 생각했다. 월경이란 단어는 그런 의미에서 생겨났다. 그러나 아직 어떤 원리로 몸이 달의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다른 동물의 생리주기는 변화가 아주 많다. 포유류 중에서 주기가 짧은 동물인 생쥐는 5일 정도, 인간과 비슷한 원숭이는 24~26일, 침팬지는 37일이다.

 인간의 26~35일 주기는 우연히도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인 29일과 가장 비슷한데, 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인지 우연히 주기가 비슷해서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사실 오늘날에는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더 많다.

 인체에 대해서는 여성의 생리주기 외에도 정신분열증 등 정신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믿음이 계속됐다. 영어에서 '미치다'는 뜻을 가진 'lunatic'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달을 뜻하는 'luna'에서 유래했다.

 인간의 마음이 달의 영향을 받아 주기적으로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믿음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달의 움직임은 분명 지구상의 여러 현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밀물과 썰물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태양과 달의 움직임이 생체리듬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영향 아래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그 리듬에 맞춰 살고 있다.

 생체 기능의 대부분, 즉 혈압, 소화, 약물 작용, 유전자 발현, 장내세균 분포, 코르티솔 분비 등도 일일 변동이나 계절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새벽에 가장 많이 분비되며, 체온은 오후 2~3시경에 가장 높고 저녁에 낮아진다.

 혈압은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낮아지고 추운 겨울에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환절기에 감기를 조심하라고 하는 배경에는 생체반응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생체반응이 달라진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 즐거운 식탁 만들기

 섭생 관련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에 집중하라'다. 물론 대중음식점에서는 너무 크게 웃고 떠들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유쾌하고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필자가 어렸을 때 식탁 예절을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엄격했다. 큰 소리로 말하거나 크게 웃는 것이 금기시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식탁에서의 예절은 논의 대상도 되지 않을 만큼 자유로워졌다.

 자유롭게 웃으면서 식사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즐거운 식탁을 만드는 것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 이상으로 건강에 중요하다. 먼저 즐거운 식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이나 친한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서 식사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이 얼마나 자주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온 가족이 모이기는커녕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일도 줄어들어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이른바 혼밥, 혼술족도 많이 생겨났다. 즐겁게 식사하는 것의 기본은 '같이 한다'는 데 있다.

 그래야 소화를 촉진하는 부교감신경계가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다. 긴장 상태에서 식사하거나 텔레비전에서 싸우고 울고불고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식사하면 교감신경계가 주로 활동하게 돼 소화 활동은 억제된다.

 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더라도 편안하게 먹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즐겁게 식사하면 포만감도 일찍 오게 돼 비만을 일으킬 위험도 적어진다고 한다.

 그러려면 식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우선 일이나 정치, 종교처럼 싸움을 유발할 수 있는 화제는 식탁에 올리지 않는 게 좋다. 서양 사람들은 평소에도 종교적인 주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종교 때문에 워낙 많은 사람이 죽어서 종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된 거다.

 요즘 한국에서는 종교 이야기보다 정치 이야기가 더 민감한 주제다.

 또 현대인에게,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는 집도 직장도 대학로인 탓에 대학로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카페 같은 곳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같이 와서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럴 거면 뭐 하러 만나나 싶다. 집에서 편하게 스마트폰을 하지.

 가끔 주례를 설 때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루에 1시간씩 스마트폰을 끄고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동료 중에 캐나다 출신 유대인 교수가 있었다. 같이 실험하다가도 아주 중요한 결과를 도출하는 중이 아니면 저녁 식사는 꼭 집에 가서 하고 오는 것을 봤다. 웬만한 정성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유대인들의 교육 방법을 우리나라 학부모가 많이 참고한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그들 교육의 기본이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이런 태도가 아닐까?

 부록으로 장내세균을 살리는 일곱 가지 팁을 전하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1. 좋은 음식을 바르게 먹어라.

2. 나쁜 음식을 피해라.

3. 하루 12시간 금식하라. 가능하면 야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4.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꾸준히 운동하라.

5.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라.

6. 충분한 수면을 취해라.

7. 항생제는 되도록 피하고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섭취하라.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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