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화학물질·미세먼지에서 살아남기

 ◇ 우리는 단맛에 중독된다

 현대인은 여러 이유로 설탕에 중독돼 있다. 원래 설탕이나 단맛을 내는 식품은 인류의 생존에 중요하기에 단맛을 찾아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됐다.

 그러나 식량문제가 대부분 해결돼 생존만을 위한 단 맛 추구는 거의 없어졌고, 이제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단맛을 찾게 됐다.

 오늘날 다양한 식품에는 단맛을 내기 위한 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다. 현대인은 주스, 빵, 탄산음료나 각종 포장식품 등에 들어 있는 단맛에 길들어 있는데, 이런 인공 단맛은 건강상 문제를 야기한다.

 설탕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인공감미료다. 여러 인공감미료가 개발돼 청량음료, 다이어트 음료, 술 등에 함유돼있다.

 처음에는 열량이 거의 없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 개발됐지만 현재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어 인공감미료 또한 조심해야 할 식품첨가물이 됐다.

 인공감미료에는 아스파탐, 시클라메이트, 스테비아, 스크랄로스, 네오탐, 사카린, 아드반탐 등이 있다.

 인공감미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여전히 왈가왈부가 많다.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인공감미료를 다량 섭취하는 어린이들에게서 비정상적인 체중 증가 현상이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대사장애가 발견됐지만, 사람에게서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각종 암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확인되기도 했다.

 식품을 구매할 때 꼭 첨가물을 살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 아주 중요하다. 첨가물이 많은 식품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떤 학자는 첨가물의 수가 다섯 가지 이상이면 절대 먹지 말라고까지 조언한다.

 ◇ 새로운 질병이 생기다

 화학물질을 알게 모르게 많이 섭취하다 보니 옛날에는 없던 질병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필자가 학생 때 우리나라에서는 아토피라는 질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아토피 환자가 있기는 했지만, 아주 특수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질병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아토피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가?

 그건 다 새로 생겨난 화학물질 때문이다. 편한 환경이 만들어준 선물 아닌 선물인 셈이다. 편한 환경에서 자라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농담 삼아서 아토피(atopy)를 한자로 이렇게 풀이한다. 아는 '아이 아'(兒), 토는 '흙 토'(土), 그리고 피는 '피할 피"(避), 그래서 아이가 흙을 피해서 생기는 병이 아토피라는 거다. 옛날처럼 운동장 흙바닥에서 뛰어놀던 시절에는 아토피 환자가 적었다.

 그런데 흙을 거의 밟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위생이 지나치게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아토피에 많이 걸린다.

 이는 '위생가설'이라고 하는데, 이 가설로 요즘 아토피 질병이 왜 증가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위생가설은 과도하게 깨끗한 환경이 영유아, 어린이들에게 면역계를 자극할 만한 자극원을 없애기 때문에 오히려 질병이 발생한다고 본다.

 감염 자극에 노출되지 않아 면역계에서 감염반응과 알레르기 반응의 불균형이 생겨 발병한다는 것이다. 아토피 환자는 알레르기의 특징적 증세인 습진, 비염, 결막염, 천식 등을 나타낸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발병 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구명되지는 않았으나 국소적으로 알레르기 유발원에 과민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나 환경적인 요소가 가장 주요하다고 여겨진다.

 위생가설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일례로 의대에서 동물실험을 할 때 무균돼지라는 것을 만든다.

 외부의 균을 전혀 접하지 않은 돼지를 기르는 것이다. 그 돼지는 무균실에서는 살 수 있지만 우리가 숨 쉬는 일반 대기에서는 금방 죽는다. 왜냐하면 균에 대한 면역력, 외부 환경의 적에 대한 면역력이 하나도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더러운 곳에서 살아야 면역력도 강해지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옛날에는 소아마비에 걸려서 지체부자유가 된다든지 하는 경우가 조금씩 있었다.   소아마비는 신경계가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그런데 소아마비 환자가 자란 배경을 살펴보면 그 환경이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성장환경이 열악한 어린이는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갔다.

 하지만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해져 이런 바이러스에 더 치명적이었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희귀질환자는 보이지 않는 존재…환자·가족 전체 지원해야"
희귀질환자는 근본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데다 고가의 치료 비용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기도 하므로 국가에서 가족 전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영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책위원은 25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연 '희귀·중증질환 치료 방향과 사회윤리'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말했다. 희귀질환이란 유병(有病)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정한 질환을 뜻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국내 희귀질환은 현재 모두 1천314종이다. 권 위원은 전문의 부족, 치료제가 있다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의 치료 비용 등 희귀질환자들의 애환을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질환에서 붙박이 간병인이 필수"라며 "평생에 걸친 치료비와 홈 케어 비용으로 가계가 파탄하고, 환자만이 아닌 가족 전체의 삶이 붕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희귀질환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가적으로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은 또 "희귀질환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보이지 않는 존재"라며 "인생 전반에 걸친 다층적 불평등으로 가족이 해체되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AI로 파킨슨병 조기 진단하고 뇌세포에 빛 쪼여 치료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허원도·김대수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단장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AI)과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서 조기·정밀 진단과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해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이다. 떨림, 경직, 걸음 이상 등 다양한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기존 검사법으로는 발병 초기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기 어렵고, 뇌 신호 조절을 겨냥한 약물 역시 임상 효과가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 응집을 일으킨 파킨슨병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AI 기반 3차원(3D) 자세 추정 기술을 이용해 행동을 분석했다. 생쥐의 걸음걸이, 손발 움직임, 떨림과 같은 340여가지 행동 신호를 AI로 분석해 '파킨슨 행동지수'를 만들었다. 이 지수를 통해 파킨슨병 발병 초기부터 기존 운동능력 검사보다 더 민감하게 질환 정도를 판별할 수 있다. 파킨슨 행동지수는 질환 유도 후 2주가 지난 시점부터 대조군 대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보폭 변화, 손·발 움직임 비대칭, 흉부 떨림 등 행동이 파킨슨병 진단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