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만6천건 넘게 발생하는 화물차·승합차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MDS)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화물차·승합차 교통사고는 18만1천261건 발생했다.
승용차 교통사고와 비교하면 화물차·승합차 교통사고는 발생 건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적지만, 치사율(교통사고 100건 당 사망자 수)이 2배 이상으로 크다.
화물차만 보면 지난해 교통사고 건수는 2만4천464건으로 전체 교통사고(19만6천349건)의 12.5%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체 차종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작년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594명으로 전체 사망자(2천521명)의 23.6%를 차지하며, 승용차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화물차 사고의 치명률은 승용차의 약 2.7배 수준에 이른다.
이처럼 화물차·승합차 사고는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특히 장시간·장거리 운전이 잦다 보니 화물차·승합차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졸음과 부주의가 꼽힌다.
지난달 12일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IC 인근에서는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급제동하는 과정에서 1.5t 화물차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월 27일 경기 김포시에서는 시내버스가 전봇대를 들이받아 인근 800여세대가 정전되는 일이 있었는데, 운전기사 부주의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렇듯 졸음과 부주의로 인한 화물차·승합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최근 급격한 기술 발전 속에 주목받는 DMS다.
DMS는 인공지능(AI) 카메라로 운전자 시선, 눈 깜빡임, 표정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장치다. 졸음이나 부주의를 감지하면 경고음을 내거나 주행 보조시스템을 활성화한다.
정부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DMS는 사고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작년 7∼10월 전국 노선버스 500대에 DMS를 장착하는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사고율은 전년 동기 대비 71.2% 감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졸음운전이 99.0%, 전방 미주시가 88.5% 줄었다.
공단이 작년 9∼12월 LG전자 창원사업장 장거리 노선 통근버스 14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했을 때도 운전자 안전 점수가 48.4점에서 82.3점으로 70.0%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DMS 도입이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7월 이후 출시된 승합차와 화물차에 '운전자 졸음·주의 경고 시스템'(DDAW)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대상 차종을 모든 신차로 확대했다.
미국은 일부 주 정부에서 DMS를 장착한 화물차에 보험료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 인프라법에 따라 DMS 의무화를 위한 규정을 마련했으며, 2027년까지 모든 차량에 DMS를 장착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은 신규 대형 화물차를 중심으로 DMS 장착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국토교통성은 2021년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는 안전운전을 계속할 수 없는 졸음이나 옆을 쳐다보는 등 운전자의 상태를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통지하는 시스템의 지침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년 새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일단 신중한 자세로 연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3년부터 화물차 등 상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DMS를 장착하는 방안이 검토돼왔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3년까지는 자율주행차 기술과 함께 운전자의 부주의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았고 이후 화물차 안전과 관련해 논의가 시작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은 "졸음운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DMS 도입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화물차나 버스 등 대형 추돌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가 DMS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