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의대 정원 '공'은 다시 복지부로…증원까지 과제 '산적'

추계 타당성 논란 이어질 듯…의료계는 이미 '졸속결론' 반발
"의대 증원이 의료서비스 질 개선?"…지·필·공 강화 목소리 여전

 미래에 부족한 의사인력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운영됐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2040년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의사 수를 최대 1만1천명 규모로 결론지으면서 의과대학 증원 정책은 공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에서 벌써 추계 방식과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실제 증원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3천58명→4천567명→2027 모집인원은?

 보정심은 이를 바탕으로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 논의하게 된다.

 국내 의과대학 정원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학년도에 3천300명까지 늘었다가 이후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 등을 고려한 정부가 단계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면서 2006학년도부터 연 3천58명으로 굳어졌다.

 이후 정부가 27년 만에 증원을 밀어붙이면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종전보다 2천명 많은 5천58명으로 늘었지만, 일부 대학이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모집인원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면서 실제 모집인원이 4천567명으로 줄었고, 올해 진행된 2026학년도 입시에서는 모집인원이 다시 종전과 같은 3천58명으로 축소됐다.

 추계위는 이날 2040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인력 규모를 5천704∼1만1천136명 선으로 제시하면서 다시 증원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추계 수치를 제시한 데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인력의 최소·최대 규모 사이에 차이가 커 2027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증원 규모를 심의·의결할 보정심에도 의료계 대표와 수요자 대표, 정부위원 등이 거의 동수로 참여하고 있어 입장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타당성 논란 이어질 듯…의료계 반발도 '난제'

 의료계의 반발과 추계 결과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넘어야 할 난제다.

 지난 정부에서 급하게 '2천명 증원'을 밀어붙이며 발생한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현 정부가 추계위를 꾸렸지만, 추계 방식과 증원 필요성을 둘러싼 비판은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추계위 마지막 회의 직전 발표한 입장문에서 "현재 수급추계위는 인공지능(AI) 도입, 의료기술 발전, 생산성 변화 등 미래 의료 환경의 핵심 변수들을 사실상 배제한 채 과거의 방식대로 형해화한 논의만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는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가정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므로 타당성을 확보하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며 "시간에 쫓겨 설익은 결론을 내는 것은 '2천명 증원 사태'와 같은 국가적 과오를 반복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수급추계위는 과학적 모형을 표방하나 그 실상은 의료 현장의 본질적 변수를 배제한 채 자의적 상수 설정에 의존하고 있다"며 "부실한 데이터에 근거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타당성이 결여된 성급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추계위가 의료 현장의 업무량과 실질 근무 일수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고, 기술적 진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배제하거나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은 통계적 왜곡에 불과하다"며 "교수진, 수련환경 등 기본적 한계를 무시한 증원은 부실 교육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계위조차 추계 과정에서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아 어떤 변수를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의견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계 결과 브리핑을 진행한 김태현 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위원회에서는 수급추계가 미래 의료 이용 행태, 기술 발전, 근로 형태 변화 등 모든 것을 완전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인식했다"며 "모든 요소를 단일 모형에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 의사 양적 확대→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까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곳곳에서 문제점이 새어 나오고 있는 현행 의료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보건·의료분야 정책 목표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인 이른바 '지필공'을 내세웠다.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필수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공공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물론 정부도 증원 자체만으로 현 의료시스템이 직면한 '수도권 쏠림'과 '인기과 쏠림'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 때문에 다양한 대안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 안착에 시간이 걸리거나 정확한 시행 시점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지자체가 의대를 설립해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생이 공공보건의료기관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공공의대는 2029년에나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법률 제정과 부지 확보 등의 작업이 내년 상반기에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힌 의대생이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시행령 마련 등 후속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당장 2027학년도 대입에는 적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의 자격이 있는 의사에게 수당 등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에 장기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지역 필수의사제는 4개 시도에서만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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