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이해할까요?" vs "야채값 재료비가 얼만데 유료로 해야죠"
지난달 25일부터 자영업자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 중인 '추가 반찬 유료화' 투표 댓글들이다.
2일 오전 10시 현재 1천346명이 참여해 38.5%(518표)가 '찬성', 61.5%(828표)가 '반대'를 선택했다.
반면 "추가반찬 돈달라하믄 손님들 안옵니다", "외식물가 오를수록 집밥족 늘어남" 등 반찬값 받으려다 아예 손님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찬성이 '소수파'이긴 하지만, 고물가 속 한국사회에서 당연시돼온 "반찬 더 주세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어 주목된다.
◇ 식재료값 올랐지만 '언감생심'…식당 주인들 '난색'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청상추 100g은 1천559원으로 전년 대비 44.49% 올랐다. 느타리버섯 100g은 1천131원으로 23.88%, 청양고추 100g은 1천727원으로 11.42% 상승했다.
식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경기불황 속 식당 주인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여의도 지하 식당가 사장들은 모두 고물가에 힘겨움을 토로하면서도 손님들이 실망할까 반찬 리필에 돈을 받을 생각은 못 했다고 밝혔다.
'여의주' 사장 안예순(70) 씨는 "쌀값부터 시작해서 각종 식재료 가격이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음식값을) 1천원 정도 더 받아야 할 정도로 올랐다"면서도 "반찬을 많이 리필하는 분들이 있지만 3~4번 더 달라 하셔도 그냥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반찬값이 부담이 안 되진 않는다"면서도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손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찬에 돈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해장국집 사장도 "오징어·멸치·김·다시마 등 각종 재료 가격이 조금 오른 정도가 아닐 정도로 많이 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는 "제 자식들도 직장에 다니는데 안 그래도 외식비가 비싸다고들 한다"면서 "메뉴값도 안 올리는데 반찬 리필에 돈까지 받으면 젊은 사람들이 식당에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만나손칼국수' 사장도 "식재료값이 오른다고 해서 반찬에 추가로 돈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자영업자 네이버 카페 댓글 창에는 "깍두기 고봉으로 3번씩 가져다 드시면 남는 게 없다", "명함만 한 김 1장이 25원이 넘습니다. 손님들 적당량 주면 몇번씩 더 달라는 사람 많습니다" 등 반찬 리필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아직 정서상 메뉴 가격에 녹여서 올리는 게 현명해 보이긴 합니다", "언젠가는 배달료처럼 갈듯하네요" 등 당장은 아니지만 차츰 유료화가 배달료처럼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목소리도 있다.
◇ "반찬 유료로 바뀌면 굳이 그 식당에 안 갈듯"
'소비자'들은 '당연히' 밑반찬 리필에 돈을 받는 건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여의도 식당가에서 만난 직장인 이현서(27) 씨는 "김치는 안 좋아해서 리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며 "밑반찬에 어묵볶음이나 깻잎무침이 있으면 한 번 정도 리필 받는다"고 밝혔다.
이씨는 "리필은 최대 두 번까지는 부담 없는데 세 번부터는 눈치가 보일 것 같다"며 "식사 비용도 비싼데 만약 반찬도 유료로 바뀐다면 이해는 하지만 굳이 그 식당에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행한 최성윤(29) 씨는 "저는 완전 '김치광인'이라 느끼한 거 먹을 때 무조건 추가로 받고 나물 종류도 종종 받는 편"이라며 "배달로 추가 반찬을 시키면 용깃값 같은 게 추가로 들 수도 있어서 (유료화해도) 그런가 보다 하는데 식당에서 먹을 때마저 돈을 받는다면 그 식당에 안 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직장인 홍모(29) 씨는 "식재료값이 오르면 아예 그 반찬을 빼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며 "안 내던 돈을 내라고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되게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상추 같은 경우는 가격 변동이 심한 걸로 알고 있다"며 "상추가 오르면 그만큼 가격 변동이 덜한 깻잎이나 양상추로 대체하는 것도 나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 "떠나고 나서야 소중한 걸 알게 된 무료 반찬 리필"
한국에서는 반찬 무료 리필이 문화이자 '인심'이지만, 해외에서는 물과 반찬을 유료화 한 경우가 많다.
스레드에는 "떠나고 나서야 소중한 걸 알게 된 무료 반찬 리필"(ca***), "한국 가성비 짱. 팁 없고 반찬 많고 리필 무료"(06***) 등 해외에서 한국의 '무료 반찬'을 그리워했다는 여러 글이 게시된다.
해외 커뮤니티 '레딧'에도 "한국은 반찬이 무료라는 거 대단하지 않아?"(Isn't it awesome that side dishes are free in Korea?)(ne***), "어떻게 한국 식당들은 무료로 반찬을 줄 수 있는 거지?"(How do korean restaurants serve banchan for free?)(ch***) 등의 반응이 보인다.
여의도 직장인 박모(35) 씨는 "안 그래도 사장님 입장에서는 음식값을 올리는 게 민감하고 곤란한 문제이지 않느냐"며 "해외에서도 돈을 받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근데 반찬 한 개마다 돈을 받는 건 좀 그렇다. 김치든 단무지든 두부조림이든 다 합쳐서 받는 건 괜찮다"고 덧붙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반찬 리필이 유료화된다면 소비자 심리는 행동경제학의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며 "소비자는 초기에 주어진 상태를 판단의 기준으로 잡고 자신이 비용을 더 부담하거나 불리해지는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관행적으로 반찬값이 메뉴값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소비자 특성상 무료로 제공되던 반찬이 유료로 전환될 경우 그 식당에 가지 않으려는 반발이 당연히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도입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