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R&D 안 하면 도태…복제약 중심 생태계 대수술

연구개발 성과 따라 약값 최대 68% 우대 보장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100일로 단축해 환자 보장성 강화

  앞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지 않고 남이 만든 약을 복제해 파는 데만 매달리는 제약사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정부가 복제약 가격을 대폭 낮추는 대신 신약 개발과 필수의약품 생산에 집중하는 기업에만 확실한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제약산업의 판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최종 의결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 제약산업이 연구개발보다는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복제약 판매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복제약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보다 8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복제약이 과도하게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채찍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동일한 성분의 약이 20번째로 등록될 때부터 가격을 깎았으나 앞으로는 13번째 품목부터 즉시 가격을 인하하는 계단 식 약가 인하 제도를 적용한다.

 또한 13개를 초과해 등록되는 다품목 의약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기전을 도입해 경쟁 과열을 방지할 계획이다.

 반면 연구개발에 힘쓰는 기업에는 강력한 당근을 제시한다.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혁신형 제약기업이 신규 복제약을 내놓으면 가격을 60%까지 우대해준다.

  특히 국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약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경우 우대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견기업을 위한 길도 열어두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을 준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새롭게 지정하고 신규 복제약에 50%의 우대 가격을 부여한다.

 매출 1천억원 이상 기업은 투자 비중 5% 이상, 1천억원 미만 기업은 7% 이상이 기준이다.

 한마디로 연구개발을 외면한 채 복제약 유통에만 치중하는 제약기업은 낮은 약값을 감수하며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약품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한층 두터워진다.

 국산 원료를 사용하거나 항생제와 소아용 의약품 등 필수 의료 약제를 10년 이상 직접 생산하는 기업에는 오리지널 약값의 68% 수준으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우대해준다.

 수익성이 낮아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한 퇴장방지의약품의 경우 원가 보전 기준이 되는 연간 청구액을 기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고 지정 금액도 10% 상향해 안정적인 공급을 돕는다.

 환자들이 체감하는 치료 혜택도 커질 전망이다.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절반 이상 줄인다.

 신약이 개발되면 환자들이 더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가 전에도 급여 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만성질환자들의 약값 부담도 줄어든다. 낮아진 복제약 가격 기준은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되며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약들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향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고 약품비 부담은 낮추는 동시에 제약산업이 혁신 신약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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