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자신의 스파이크 단백질로 숙주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세포막을 뚫고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일종의 효소)는 이렇게 한 쌍의 열쇠와 자물쇠처럼 작동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의 세포 감염력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미세 진동과 변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격이 있는 자물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조금씩 움직이면 어느 순간 딱 들어맞는 지점이 느껴지듯이, 스파이크 단백질도 미세한 떨림으로 ACE2를 속여 세포 문을 열게 한다는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이런 진동 효과는,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의 마르쿠스 뷜러 환경 공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매터(Matter)'에 발표했다. 2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미세 움직임, 형태 변화, 진동 등을 관찰하기 위해 원자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했다. 뷜러 교
국내 연구진이 혈관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유래 치료제를 투여한 뒤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치료 효능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2일 테라크노시스연구센터 김광명·윤홍열 박사팀이 ㈜T&R Biofab 문성환 박사팀과 공동연구로 혈관내피 전구세포의 체내 이식 후 초기 분포·이동을 형광 영상으로 추적, 혈관내피 전구세포 분포에 따라 치료 효능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식습관 변화와 흡연, 음주 등으로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이 증가하면서 피가 잘 공급되지 않아 발끝이 썩어들어가는 중증하지혈 같은 허혈성 혈관질환 고위험군이 늘고 있다. 또 이런 허혈성 혈관질환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새 혈관을 형성하는 줄기세포인 '혈관내피 전구세포'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혈관내피 전구세포는 투여 후 허혈성 질환 부위 등 혈관 형성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 혈관 내피세포로 분화하거나 혈관 형성을 돕는 인자를 방출해 혈관 재생을 유도하기 때문에 허혈성 질환 등 혈관 관련된 질환 세포치료제 후보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혈관내피 전구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효과는 체내 투여 후 세포 생존 여부
장(腸)의 미생물군이 다발성 경화증(MS:multiple sclerosis)의 중추신경계 염증 완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로 확인된 이 '장뇌 축'(gut-brain axis)에선 면역세포의 일종인 특정 B세포 그룹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장 미생물군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MS 치료법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위스 바젤대 의학부의 아네-카트린 프룁슈텔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MS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B세포를 제거하는 것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데 프룀슈텔 교수 연구팀은 수년 전 B세포를 너무 광범위하게 없애면 오히려 MS가 악화한다는 걸 알아냈다. 그 원인이 이번 연구에서 규명됐다. 이뮤노글로블린 A(IgA)를 생성하는 약칭 IgA B세포는 장의 미생물과 중추신경계의 염증 병소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 이뮤노글로블린 A는 점막 면역 방어에 특화된
수면 무호흡증은 상기도 공간 축소, 인두 주변 근육 이상, 편도 비대 등으로 잠자는 동안 호흡이 자주 끊기는 걸 말한다. 특히 10초 이상 숨을 쉬지 못하는 걸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0SA)이라고 하는데 OSA가 시간당 5회를 넘기면 심각한 상태로 본다. 이렇게 자는 동안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으면 주간의 만성피로와 졸음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나아가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난치성 고혈압 환자의 약 80%가 수면 무호흡증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루푸스병, 건선(psoriasis)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 위험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무호흡증이 자가면역질환 위험을 높이는 병리학적 기제를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저널 '임상 면역학'(Clinical Immunology)에 최근 실렸다. 2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OSA로 인한 수면 질 저하와 불충분한 산소 공급은 사이토카인 생성과 분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토카인은 면역 조절 인자로서 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미스터리 중 하나는 생명을 위협하는 '침묵의 저산소증(silent hypoxia)'이다. 저산소증은 체내 산소 수치가 비정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가 의료진에게 발견되지 않은 채 오래 지속되면 중요한 인체 기관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생겨 환자가 사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이런 상태에서도 호흡 곤란 같은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산소증 앞에 붙는 '침묵하는'이란 수식어는, 생리학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이런 현상의 단면을 함축한다. 미국 보스턴대 연구진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어떻게 '침묵의 저산소증'이 일어나는지를 컴퓨터 모델링 테스트와 임상 기록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20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혈액이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건강한 허파는 혈중 산소 포화도를 95~100%로 유지한다. 이 수치가 92 밑으로 떨어지면 의사들은 산소
종양은 모양과 작용이 서로 다른 여러 유형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암이 멀리 떨어진 다른 신체 부위로 퍼지는 데 종양의 이런 세포 다양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구진은 비전이성 종양 세포가, 동일 유전자 세포군 사이의 일시적 협응 작용을 통해 전이 능력을 갖추게 되는 기제를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같은 종양에서 분리한 세포 부분 모집단(subpopulation)의 개별 특성과 혼합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이 집중 분석의 대상으로 선택한 건, 생쥐에 이식했을 때 전이 종양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간의 난소암 유래 세포주다. 세포주(cell line)는 생체 밖에서 계속 배양할 수 있는 세포 집합을 말한다. 분리 후 쇠퇴해 죽는 보통 세포와 달리 계속 세포분열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세포로 제작된다. 연구팀은 난소암 세포주에서 분리한 다수의 단일 세포를 개별 클론(clone·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군)으로
폐는 전이암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로 꼽힌다.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몸 안을 돌던 암세포 무리는 허파꽈리(air sacs)를 둘러싼 미세혈관에 걸려 뿌리를 내리곤 한다. 허파꽈리의 미세혈관은, 산소가 적혈구에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 복잡하게 갈라진 구조로 돼 있다. 다른 부위에서 옮겨온 암세포가 일단 폐에 터를 잡으면 다양한 화학신호를 내보내 인체의 면역 반응 유도를 방해한다. 폐 전이암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폐 전이암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승인된 게 없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적혈구를 이용해 면역세포 유도 물질을 직접 폐 전이암에 투입하는 획기적인 약물 전달법을 개발했다. 'EASI(적혈구 고정 조직 면역치료)'로 명명된 이 치료법은 동물 실험에서 유방에서 폐로 전이된 종양의 성장을 멈추게 할 뿐 아니라, 암의 재발을 막는 백신 작용도 유도했다. 이 연구는 하버드대 부설 와이스 생체모방(Biologically Inspired) 공학 연구소와 존 A 폴슨 공학 응용과학 대학의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생의학 공학(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최근 실렸다.
치매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병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사실상의 불치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진단과 증상을 완화하는 조기 개입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기 개입 시점에 대해 의료계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기억력 저하 증상이 없더라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침적이 나타나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상으로 접힌(misfolded)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쳐 플라크(신경반) 형태로 뇌 신경에 쌓이는 게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전조다. 이런 비정상 아밀로이드가 뇌에 침적하기까지의 연쇄 반응이 여태껏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시작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 연쇄 반응을 촉발하는 '응집의 씨앗'(seeds of aggregation)을 찾아낸 데 이어 이 씨앗을 제거하면 먼 훗날의 아밀로이드 침적이 대폭 완화된다는 걸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독일 튀빙겐대의 마티아스 유커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스위스 출신인 유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유사 프라이온(prion-like)
충분한 수면은 기억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수면 박탈은 오래전부터 학습과 기억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밤잠을 절반으로 줄이면 두려움과 관련된 기억을 잊는 뇌의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려운 기억의 망각에 관한 한 이런 수면 제한이, 잠을 하나도 못 자는 수면 박탈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억이 잘 잊히지 않으면 불안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신경정신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커진다. PTSD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나서 우울증, 공포감, 초조감, 죄의식,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걸 말한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앤 저메인 심리학 교수와 하버드 의대의 에드워드 파체-쇼트 정신의학 조교수가 함께 수행한 이 연구 내용은 최근 미국 '생물학적 정신의학 학회' 저널(Biological Psychiatry: Cognitive Neuroscience and Neuroimaging)에 논문으로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지원자 150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험을 했다. 50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정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