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위 점막에 헬리코박터균(학명 Helicobacter pylori)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헬리코박터균은 평생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위에 염증을 일으키고 경우에 따라 위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는 암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독성인자를 몇 가지 갖고 있다. 헬리코박터의 독성인자 가운데 다수를 특정 '작은 RNA'(small RNA)가 제어한다는 걸 독일 뷔르츠부르크대(공식 명 율리우스 막시밀리안 뷔르츠부르크 대학) 연구진이 발견했다. 이 대학의 췬티아 스하르마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관련 논문은 세포생물학 전문 저널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 최신 호에 실렸다. 스하르마 교수는 이 대학 '분자 감염 생물학 Ⅱ 강좌'의 책임자다. 1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작은 RNA'는 단백질 합성 정보로 번역되지 않는 300 NT(뉴클레오타이드) 이하의 RNA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작은 RNA는 단백질 코드를 가진 다른 RNA에 작용해 다양한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이 그룹에 속하는
평소의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우리 몸 안에서 흔히 발견되는 무해한 박테리아 중 하나다. 네 명 가운데 한 명꼴로 피부와 상기도 점막 등에 이 세균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지낸다. 그러나 황색포도상구균이 병원체로 돌변하면 피부 염증이나 폐 감염증 등을 유발하고 심할 땐 치명률이 상당히 높은 패혈증을 일으킨다. 패혈증은 감염이나 부상 등으로 면역계 기능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세균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증식하는 급성 염증 질환이다. '슈퍼버그'로 통하는 MRSA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강하게 저항하는 악성 세균을 말하는데 이 명칭도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을 뜻하는 영어 머리글자다.그런데 인체 세포와 조직을 손상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의 '독소 칵테일'(toxic cocktail)이 뜻밖에도 염증을 억제하고 조직 치유를 촉진하는 긍정적 작용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독성 물질이 특정 면역 세포를 자극해 이런 작용에 특화된 신호 전달 물질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독일 예나대(공식 명칭 프리드리히실러 예나대)의 올리퍼 베르츠 교수 연구팀은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 최신 호에 관련
암세포를 죽이는 T세포는 어떻게 공격 표적을 찾아갈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T세포가 무작위로 암세포를 찾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하거나 다른 중간 면역세포가 뿌려 놓은 화학물질의 흔적을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T세포가 암세포를 발견하면 스스로 유도 물질을 분비해 다른 T세포들을 공격 목표가 있는 곳으로 끌어모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료를 불러모아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이런 '스워밍 메커니즘(swarming mechanism)'은 장차 항암 면역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활용될 여지가 크다. 특히 혈액암보다 면역치료 반응이 약한 고형암 치료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호주 시드니 소재 뉴사우스웨일스 대학(UNSW) 연구진은 최근 공개 엑세스 과학 저널 '이라이프(eLif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암세포를 죽이는 T세포는 다른 중간 면역세포의 도움이 없어도 암 종양에 접근할 수 있었다. 먼저 암세포를 발견한 T세포가 신호 물질을 분비하면 다른 T세포들이 CCR5라는 수용체를 통
면역세포의 하나인 B세포는 항체 청사진을 모아 놓은 도서관과 같다. 병원체가 침입하면 인체 면역계는 B세포의 색인을 보고 항체를 만든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병세가 심각할 땐 면역계가 B세포의 항체 색인을 활용하지 못한다. 도서관 서가에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을 뽑아내 마구 뒤섞어 놓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설사 항체가 풍성하게 형성된다고 해도 면역 기능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이런 항체 교란이 생기는 이유를 미국 에머리 의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 최신 호에 실렸다. 1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일부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일명 루푸스병과 유사하게 면역세포가 과도히 활성화한다. 이는 코로나19의 고도 염증이 림프절의 배중심(胚中心·germinal center)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 보고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병, 울혈성 심부전, 만성 신장 질환, 뇌졸중, 암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1.5배에서 최고 3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저질환이 없는 코로나19 입원 환자와 비교할 때 만성 신장 질환이 가장 큰 폭인 3배로 사망 위험을 높였고, 그밖에 심혈관계 질환·고혈압·울혈성 심부전은 2배, 당뇨병과 암은 1.5배였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의대의 버넌 친칠리 생물 통계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 저널 'PLOS ON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저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 출판사가 발행하는 '학제 간 연구' 전문 국제 학술지다. 1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 초까지 아시아·유럽·북미·아프리카 4개 대륙에서 6만5천여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5건의 선행 연구 내용을 다시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메타 분석(meta-analysis)도 병행했다. 연구팀이 살펴본 고위험 기저질환은
옥시토신(oxytocin)은 출산을 돕는 호르몬이다. 아기가 엄마 몸에서 잘 빠져나오게 하고 모유 분비도 촉진한다. 평소에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상대방에 대한 유대감, 신뢰, 배려심 등을 갖게 한다. 그래서 흔히 옥시토신을 '사랑 호르몬'이라고 한다. 하지만 옥시토신은 협동심 저하, 질투, 불안 등의 반사회적 행동과 감정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토신이 이렇게 '야누스의 얼굴'처럼 상반된 작용을 하는 이유를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과학자들이 일부 밝혀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옥시토신이 친 사회적 작용을 할지, 반사회적 작용을 할지는 뇌의 어느 영역에 개입하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이 대학의 브라이언 트레이너 심리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대개 뇌하수체 후엽에서 생성되지만 일부는 '분계선조 침대 핵(BNST)'에서 만들어진다. BNST는 전뇌의 억제 뉴런(신경세포) 집단을 말한다. BNST는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면서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정신 질환에 큰 영향을 미치
면역 관문 억제제(checkpoint inhibitors)는 상당히 획기적인 암 치료법이지만 아직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컨대 PD-1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관문 억제제는 모든 암 환자에게 듣지 않고 일부 환자만 제한적으로 효과를 본다. 특히 원발 암이 간으로 전이된 경우엔 초기 효과가 있던 환자도 얼마 못 가 저항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암세포가 약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원발 암이 간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 있어도 이런 저항성이 생기기는 마찬가지다. 간에 전이된 암이 어떤 작용을 해서 원발 암에 면역치료 저항이 생기는지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진이 밝혀냈다. 이 발견은 향후 간 전이암 환자의 면역치료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이 대학의 제프리 블루스톤 미생물학 면역학 부교수 연구팀은 최근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암세포는 종종 인체 면역계의 탐지를 회피하는 능력을 보인다. 이런 암세포가 대량 생성하는 PD-L1 단백질이 T세포 표면의 PD-1 '해제 스위치(off-swi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환자에 따라 중증도가 크게 엇갈린다. 어떤 감염자는 심한 호흡곤란과 고열 등에 시달리다 생명까지 잃는데 다른 다수의 감염자는 가벼운 증상만 겪는다. 심지어 증상이 전혀 없는 무증상 감염자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항체 형성을 방해하는 특이한 면역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발병 초기에 생성되는 신종 T세포 그룹(novel T cell subset)이 B세포를 죽여 항체 생성을 교란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의 판두란간 비자야난드 교수 연구팀은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비자야난드 교수팀은 면역학에 '단일 세포 RNA 시퀀싱'을 도입한 선도적 연구 그룹이다. 사람에 따라 다른 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전자 발현 패턴으로 알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CD4+ T세포에 의해 발현되는 RNA 분자를 이 기술로 분석했다. CD4+ T세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탐지하는 데 특화된 면역세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부터 환자의 샘플을 모아 최종 40명에 대해 CD4+ T세포 분
국내 연구진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나 익숙해진 공간에 대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세포가 뇌의 해마에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운영단 세바스쳔 로열 박사팀이 뇌 해마 속 과립세포(GC : granule cell)가 이끼세포(MC : mossy cell) 등 다양한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장소를 학습하며 장소세포로 변하는 과정을 생쥐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뇌에는 위치와 방향, 장소와 공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뇌 안의 GPS' 역할을 하는 세포들이 있다. 미국의 존 오키프(81) 박사와 부부 과학자인 노르웨이의 마이브리트 모세르(여·57)와 에드바르 모세르(58) 박사는 이에 관한 연구로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오키프 박사는 1971년 쥐 실험을 통해 뇌 해마 부위에서 특정 위치에 갈 때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발견하고 '장소세포'(space cell)로 명명했다. 모세르 박사 부부는 2005년 뇌 해마 바로 옆 내후각피질에서 위치정보 처리시스템을 구성하는 또 다른 세포를 발견해 '격자세포'(grid cell)로 이름 붙였다. 이런 세포 덕분에 사람들은 낯선 곳에선 길을 잃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