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러운 피부가 검은 배경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둥글고 단단한 유방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던 여자가 다시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제서야 낮게 울려나오는 음악소리가 귀에 들렸다 여자는 음악에 맞추어 조금씩 온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깨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배로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곡선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허리에서 완만하게 퍼졌다가 허벅지로 흐르는 선이 붓으로 한번에 그린 백지 위의 그림처럼 산뜻했다여자의 깊은 샘과 검은 숲이 보였다 당당히 그것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보이는 여자나 보는 관객들 모두가 태연한 얼굴들이었다 그렇지만 작품에 감탄하는 표정들은 제각기 가지각색이었다 한세웅은 뚫어질듯 그녀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지 않았고 백여 명의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다리를 번쩍 들거나 팔을 휘젓는 커다란 몸짓을 하지 않았다 조용한 음악에 맞추어 천천히 팔을 들어 머리를 쓸거나 가벼운 걸음걸이로 두어 걸음씩 걷다가는 멈추었다그녀가 발걸음을 뗄 때마다 발바닥이 보였고 바닥에서 묻은 검은 먼지가 발바닥의 돌출부분에 번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한세웅의 목젖이 찌르르 울렸다 앞에 놓인 탁자에서 술잔을 집어든 그는 한 모금을 조심스럽게 마셨다 클럽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음악 소리만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다 미첼이 머리를 돌려 한세웅을 바라보았다파하드하고는 가격 결정이 되었소그가 조그맣게 말했다다음 주 월요일까지 돈을 입금시키겠다고 합디다한세웅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그들은 행여나 상황이 변할새라 서두르고 있었다 미첼도 마찬가지였다이번 거래야말로 그에게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경우가 되었다 그는 미국측에서 받은 무기를 바그다드로 보내 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미첼은 다시 샴페인 잔을 쥐었다데이비스는 재떨이에 담배를 던져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동양인 한 명이 재빠르게 그가 비운 자리에 앉더니 멋적은 듯 히죽 웃었다 대기실 안은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으나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혼잡했다 끝날 시간이 된 것이다사람들을 헤치고 클럽을 빠져나온 데이비스는 차량이 왕래하는 도로를 뛰어 건넜다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들을 따라 걷던 그는 검정색 시트로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그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