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차안' 찌든 담배냄새, 암 위험 높인다

모텔서 1박 후 체내 흡연농도 2.2배 상승…호텔은 농도 줄어
'3차흡연' 막으려면 숙박업소 내 모든 객실 금연구역 지정해야

 숙박업소에 가본 사람이라면 찌든 담배 냄새에 얼굴을 찡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방을 바꾸고 싶어도 마땅히 대체할 객실이 없다면 난감한 상황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숙박업소의 찌든 담배 냄새에 좀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담배 냄새가 단순히 기분 나쁜 데에 그치지 않고, 냄새에 숨어있던 유해물질이 투숙객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직접흡연과 간접흡연도 아닌 '3차흡연'의 위해성이 입증된 셈이다.

 국제학술지 '실내환경학회지'(Indoor and Built Environment) 최신호에 따르면, 배재대학교 실버보건학과 박명배 교수와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이도훈 교수 공동 연구팀은 3차흡연의 위해성을 국내 처음으로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3차흡연은 흡연에서 비롯된 연기 및 미세입자와 같은 담배부산물이 흡연자의 머리카락, 옷 또는 벽, 커튼, 소파 등 생활공간에 잔존하면서 다른 사람을 오염시키는 것을 말한다.

 2차흡연이 담배 연기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3차흡연은 담배 연기는 없지만 흡연이 있었던 장소에 머물게 됨으로써 이뤄지는 간접흡연인 셈이다.

 연구팀은 연구 참가자를 호텔(10명)과 모텔(18명)에 각각 1박씩 투숙시킨 후 간접흡연의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는 소변 내 코티닌 농도를 투숙 전후로 측정했다.

 이들 참가자는 실험 2∼3일 전부터 간접흡연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사전 교육이 이뤄졌다. 흡연 노출의 위험성이 있는 주점, PC방, 노래방 방문을 금지하고 길거리 흡연 등에 노출될 우려가 있을 때는 최대한 빨리 자리를 피하도록 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결과 모텔 투숙객들의 소변 내 코티닌 평균 농도는 투숙 전 9.84ng/㎎에서 투숙 후에는 22.01g/㎎으로 2.2배 증가했다.

 반면, 호텔 투숙객들의 평균 코티닌 농도는 22.59ng/㎎에서 9.17ng/㎎으로 감소한 것으로 측정됐다.

 투숙한 객실에서 수집한 먼지에서도 대표적인 담배 특이 발암물질 지표인 NNK(니트로산아민) 수치가 모텔이 호텔보다 3.5배 높게 검출됐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또 다른 담배 속 발암물질(NNK)의 대사산물인 'NNAL'의 농도는 모텔과 호텔 모두 변하지 않았다.

 이는 코티닌의 경우 반감기가 18시간 내외로 짧아 간접흡연 노출 후 익일 검사에서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NNAL은 반감기가 3주가량으로 길어 그다음 날 검사에서 농도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코티닌만 증가하고 NNAL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험 참가자들이) 최근 하루 이틀 사이에 간접흡연에 노출됐음을 의미한다"면서 "숙박업소에 찌든 담배 냄새로 인한 3차흡연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모텔과 달리 호텔 투숙객들의 코티닌 농도가 숙박 후 되레 감소한 데 대해서는 호텔 객실은 금연해야 하는 곳으로, 모텔 객실은 흡연해도 되는 곳으로 달리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국민건강증진법 9조를 보면, 호텔은 공용공간이 금연구역으로 정해져 있지만, 모텔은 객실과 공용공간 모두 금연구역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호텔과 모텔에서 각각 1박한 후의 소변 내 코티닌 수치의 변화[논문 발췌]

 전문가들은 3차흡연도 2차흡연(간접흡연) 못지않게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이 큰 것으로 본다.

 영국 런던대 연구팀은 영국 의학저널(BMJ)에 발표한 논문(2018년)에서 어떤 식으로든 저농도의 흡연물질에 노출되면 비노출에 견줘 심혈관, 뇌졸중 등의 혈관질환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연구팀은 미국 내 250개의 렌터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 차량이 금연으로 지정한 차량보다 니코틴 농도가 약 2∼4배 높았으며, 흡연 특이 발암물질(Air 3-EP)도 1.3배 더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담배 규제'(Tobacco Control.2013)에 발표했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는 간접흡연 노출이 안전한 레벨이 없기 때문에 노출을 최소 수준으로 감소시켜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체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limit of detection)의 코티닌이 검출되면 '간접흡연'에 노출된 것으로 정의한다.

 박명배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농도 흡연 노출은 줄었을지 몰라도, 3차흡연 또는 인식하지 못하는 2차흡연으로 인한 저농도 노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특히 일부 숙박업소는 일단 투숙하면 간접흡연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숙박업소의 모든 객실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특히 모텔 객실에서 금연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제안이다.

 박 교수는 "연구 참여자의 70% 이상이 모텔 객실에서 담배 냄새를 느끼지 못했는데도 1박 후 체내 코티닌 수치가 높아졌다"면서 "흡연자가 체크아웃 한 객실이나 차량 내부 등은 청소와 환기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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