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혈관 침입' 막는 단백질 발견...치명적 전이암 차단 가능?

혈액 합류 암세포, TRPM7 수치 낮아…수위 높이면 진입 봉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처음 생긴 부위에 그대로 머무는 암은 외과적 수술로 절제해 제거할 수 있다.

 암 치료에 성공했다는 환자는 알고 보면 이런 사례가 많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생겨 다른 부위로 전이한 암은 차원이 다른 위협적인 존재로 변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암 사망은 이런 전이암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가 암의 전이를 차단하는 데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이암은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 이른바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CTCs)가 혈액을 타고 다른 기관이나 조직으로 옮겨가는 걸 말한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 과학자들이 전이암 차단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는 내놨다.

 세포의 칼슘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TRPM7이라는 단백질이, 원발 암에서 이탈한 암세포 무리의 혈류 진입을 차단하는 게 골자다.

 암세포 무리가 혈액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면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게 봉쇄돼 전이암이 생기지 않는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 대학의 콘스탄티노스 콘스탄토포울로스(Konstantinos Konstantopoulos) 생명분자공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1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TRPM7 단백질은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감지해 세포가 혈관계에 퍼지는 걸 막는다.

 그런데 전이성 암세포는 TRPM7 수치가 매우 낮아 혈관계에 쉽게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전이 과정에 있는 암세포가 어떻게 혈관에 침입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물론 이런 통찰은 암세포의 전이를 차단하는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종양 세포에서 TRPM7의 발현 도를 높이면 혈관 진입과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콘스탄토포울로스 교수는 TRPM7의 작용 기제에 대해 "뜨거운 주전자를 모르고 만졌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의 근육 세포, 지방 세포, 상피 세포 등은 보통 각자의 정해진 영역을 이탈하지 않는다.

 예외는 몸 안을 돌아다니며 병원체와 싸우는 혈구 세포와 돌연변이로 전이 능력이 생긴 암세포다.

 TRPM7은 혈류의 압력을 감지해 세포에 '뒤로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금까지 몰랐던 TRPM7의 '혈관 이물 침입'(intravasation) 차단 기능이 밝혀진 셈이다.

 연구팀은 초기 실험에서 미소 채널(microchannel)을 통해 움직이는 건강한 섬유아세포를 관찰했다. 사다리 형태로 직립 구조를 갖춰 유체가 통제될 수 있는 채널이었다.

 섬유아세포는 혈액이 흐르는 채널을 만나면 유체 스트레스에 반응해 뒤로 돌아섰고, 혈액이 흐르지 않는 채널에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RNA 간섭'(RNA interference)을 이용해 TRPM7의 발현을 차단한 섬유아세포는 유체 채널에서도 뒤로 돌아서지 않았다. 유체 스트레스에 둔감해진 것이다.

 이는 원발 암에서 이탈한 암세포 무리가 계속 순환계에 들어가는 건 유체 민감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걸 시사한다.

세포의 마이크로 채널 진입

 아울러 정상 세포가 육종암 세포(sarcoma cell)보다 TRPM7 수위가 높고, 종양 세포의 TRPM7 수위를 올리면 흐르는 액체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는 오븐 장갑(oven mitt)을 끼면 열에 대한 민감성이 낮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한다.

 골육종(osteosarcoma), 유방암, 위암, 간암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에선 TRPM7의 발현 수위가 높은 환자가 낮은 환자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크리스퍼(CRISPR) 가위로 관련 유전자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콘스탄토포울로스 교수는 "임상으로 가려면 아직 연구할 게 많지만, 암이 전이하는 핵심 단계에서 TRPM7 단백질이 하는 역할을 처음으로 명확히 보여줬다"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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