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영양분 공급 조절하는 모세혈관 '칼슘 신호 체계' 발견

혈관 내벽 세포의 칼슘 증가-> 산화질소 생성-> 혈관 확장
미국 메릴랜드 의대 등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인체의 다른 기관과 달리 뇌는 따로 에너지를 비축해 둘 만한 공간이 없다.

 어떤 부위에서 갑자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뇌는 혈관을 통해 신속히 혈액을 공급해야 한다.

 뇌혈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일 가느다란 모세혈관까지 모두 연결하면 뇌혈관의 총연장은 수백 마일에 달할 거로 추정된다.

 특정 부위의 활동이 증가했을 때 어떻게 뇌가 해당 혈관에 '확장 신호'를 보내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혈구 세포 하나가 겨우 통과할 만큼 가는 모세혈관을 뇌가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뇌의 모세혈관 제어 메커니즘이 마침내 소상히 밝혀졌다.

 모세혈관의 확장과 수축에 핵심 기능을 하는 건 칼슘과 산화질소였다.

 모세혈관 내벽 세포에 유입하는 칼슘이 늘어나면 산화질소가 생성돼 혈관을 확장했고, 혈류량도 늘어났다. 칼슘은 이 기제에서 교통 신호등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미국 메릴랜드 의대와 버몬트대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1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뇌의 혈관 제어 메커니즘을 세부 내용까지 정확히 이해하는 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이 잘못돼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이 생기는지 판단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경 퇴행 질환에서 뇌의 혈류 이상은 인지 능력 손상의 선행 지표이기도 하다.

 혈류량이 늘어야 하는 뇌의 특정 영역에 제때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신경세포(뉴런)가 스트레스로 손상돼 인지 기능 저하와 기억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엔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발표됐다.

중간 크기인 뇌의 모세혈관 전 세동맥(arterioles)으로부터 모세혈관으로 혈액이 유입할 때 모세혈관의 '전기 맥박(electrical pulses)'이 혈류의 방향을 잡는다는 게 요지였다.

 이번 연구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다시 말해 뇌의 미세 영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정확히 제어하는, 모세혈관 혈류의 미세 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을 이끈 메릴랜드 의대의 토마스 롱든(Thomas Longden) 병리학 조교수는 "모세혈관의 칼슘 신호는, 필요한 지점에 혈액이 늦지 않게 도달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미세 조정을 한다"라고 말했다.

롱든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세포의 칼슘 수치가 올라가면 녹색 빛을 내는 형광 단백질을 생쥐의 뇌혈관 내벽 세포에 이식해 실험했다.

연구팀은 직접 관찰한 미세 부위의 모세혈관에서만 초당 5천 번의 칼슘 신호를 포착했다. 뇌 혈관계 전체의 모세혈관에서 감지된 칼슘 신호는 초당 약 100만 회에 달했다.

칼슘 신호는 모세혈관의 혈류 유입을 제어하는 '교통 신호'와 비슷했다.

뉴런이 전기 신호를 보내 혈관 내벽 세포의 칼슘 수치가 상승하면 세포의 효소가 이를 포착해 산화질소를 만들었다.

이어 산화질소는 혈관을 둘러싼, 근육 유사 세포를 이완시켜 혈관의 확장과 유입 혈액의 증가를 유도했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버몬트대의 마크 넬슨 약물학 석좌교수는 "전통적으로 모세혈관은 적혈구가 통과하는 도관 또는 혈액과 뇌 사이의 장벽 정도로 인식됐다"라면서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모세혈관의 칼슘 신호 체계를 발견했고, 그 칼슘 신호가 귀중한 영양분을 인접한 활성 뉴런으로 유도한다는 걸 밝혀냈다"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치료법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거로 기대한다.

메릴랜드대 의무(醫務) 부총장이자 의대 학장인 앨버트 리스(E. Albert Reece) 석좌교수는 "이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았으니 이제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서 어떻게 혈류가 교란되는지 연구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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