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초장에 잡는 'RNA 작용제' 개발

'줄기 고리' 구조 짧은 RNA 조각, 체내 인터페론 생성 자극
인터페론 쓸 수 없는 개발도상국 등에 저가 '치료 옵션' 기대
미국 예일 의대 연구진, '실험 의학 저널'에 논문

 인체의 면역체계는 항체나 T세포가 개입하기 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맞서 싸운다.

 이 '제1선 방어벽'은 RIG-Ⅰ과 같은 세포질 내 수용체 분자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RIG-1은 신종 코로나의 유전자 물질을 식별해 1형 인터페론의 생성을 유도한다.

 1형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단백질 생성을 촉진하고, 면역세포가 감염 부위로 모이게 자극한다.

 감염 초기의 왕성한 인터페론 생성이 실제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증 진행을 막는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초기에 정제된 인터페론(purified interferon)을 투여하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임상 시험 결과도 나왔다.

 문제는 정제된 인터페론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과학자들이 효과적이면서도 저렴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물질처럼 RIG-I 수용체를 활성화해 1형 인터페론 생성을 자극하는 '짧은 RNA(short RNA)' 조각을 발견한 것이다.

 예일 의대의 이와사키 아키코 면역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록펠러대 출판부가 발행하는 '실험 의학 저널(JEM)'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발견은 우선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면역 손상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아울러 고가 인터페론은 엄두를 못 내고 백신도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에 저비용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와사키 교수는 "코로나 백신에 더해서 효과적인 치료 약이 시급히 개발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RNA 바이러스가 세포에 감염하면 인터페론 생성을 유발한다.

이때 바이러스 유래 RNA 구조를 인지해 항바이러스 반응을 촉발하는 게 바로 수용체 단백질인 RIG-Ⅰ이다.

 풀이하면 '레티노산 유도 유전자(retinoic acid inducible gene)-Ⅰ형'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수용체다.

 연구팀은 면역력이 떨어져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기 쉬운 생쥐 모델에 'SLR 14'라는 RNA 작용제 를 1도스(dose) 투여했다.

 이것만 해도 감염된 생쥐의 중증 진행과 사망을 충분히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기 고리(stem-loop)' 구조를 가진 'SLR 14'는 RIG-Ⅰ에 직접 작용했다.

 이런 구조의 짧은 RNA 조각은 이른바 'RNA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DNA에서 전사된 mRNA(전령 RNA)에 딱 들어맞는 RNA 조각이 결합하면, mRNA에 생성 정보가 담긴 단백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목할 대목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직전이나 감염 직후에 'SLR 14'를 썼을 때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감염 직후에 쓰면 외부에서 정제한 인터페론을 투여한 것보다 효과가 더 컸다. 또 'SLR 14'는 현재 미국 등을 휩쓸고 있는 델타 변이를 포함한 모든 코로나 변이에 대해 방어 효과를 보였다.

면역체계가 손상돼 만성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던 생쥐도 이 작용제를 투여하자 바이러스가 모두 사라졌다. 이 생쥐는 신종 코로나를 중화하는 항체나 T세포가 모두 결핍된 상태였다.

이렇게 효과가 좋은데도 SLR 14과 같은 RNA 작용제는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한다.

이와사키 교수는 "신종 코로나를 억제하는 데 쓸 수 있는 RNA 치료제로서 'SLR 14'가 매우 유망한 이유"라면서 "1형 인터페론에 민감한 미래의 호흡기 병원체 팬데믹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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