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근원 치료 실마리 될 '단백질 3종' 세트 발견

TWEAK·종양괴사인자·인터류킨-17, 한팀 이뤄 세포 염증 촉발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에 논문

 건선(乾癬)은 하얀 각질, 붉은 반점, 발진 등이 팔다리 관절 부위 등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생기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건선이 생기면 보기에 흉할 뿐 아니라 상당히 고통스럽다.

 더 큰 문제는 근원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하는 건 가능하지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많고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더라도 약을 끊으면 곧바로 재발하곤 한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이 건선의 발생과 진행에 함께 관여하는 '단백질 3종' 세트를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효과적인 건선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LJI 자가면역 염증 센터의 마이클 크로프트(Michael Croft)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실렸다.

 미국엔 대략 750만 명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3억3천291만 명)의 약 2.3%다.

 그런데 근원적인 치료 약이 없어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크로프트 교수는 "현재 쓰고 있는 치료법으론 건선을 치유할 수 없다"라면서 "투약을 중단하면 병은 재발한다"라고 말했다.

 크로프트 박사팀이 새삼 주목한 건 이전의 연구에서 발견된 'TWEAK'이라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가장 흔한 유형의 피부 세포인 각질세포(keratinocyte)와 상호작용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건선이 생기게 조작한 생쥐에 실험한 결과, 이 단백질은 생쥐의 피부 염증을 부추겼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TWEAK가 다른 2종의 단백질, 즉 종양 괴사 인자(TNF) 및 인터류킨-17(IL-17)과 동시에 작용해야 염증이 촉발된다는 것이다.

 이들 단백질 3종은 마치 한팀을 이룬 것처럼 염증성 물질의 생성과 염증 관련 단백질의 추가 발현을 통제했다.

 크로프트 교수는 "이들 3종의 단백질이 동시에 함께 나서야 건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TNF와 IL-17이 그랬던 것처럼 TWEAK도 좋은 약물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TNF와 IL-17은 건선 치료제의 개발 표적으로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두 단백질이 TWEAK와 함께 건선에 관여한다는 건 처음 확인됐다.

 연구팀은 건선이 생기게 조작한 생쥐 모델에 TWEAK 억제 약물을 직접 시험했다.

 기존의 IL-17 억제제나 TNF 억제제와 얼마나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나왔다.

 TWEAK 단백질이 각질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걸 차단하면 TNF 억제제나 IL-17 억제제를 썼을 때와 똑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아직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건선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피부 질환 치료제로서 TWEAK 억제제의 전망이 밝다고 한다.

 크로프트 박사는 "전반적인 피부 염증에 TWEAK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영아와 아동에게 흔한 아토피성 피부염에 TWEAK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있 다.

 아토피성 피부염과 건선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도 있다.

 일례로 두 질환은 모두 마땅한 치료법이 없고 끈질기게 재발한다.

 건선과 마찬가지로 아토피성 피부염도 치료법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게 크로프트 교수의 판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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