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감' 악몽 재현? 코로나19로 파킨슨병 뇌관 터지나

파킨슨병의 도파민 세포 소멸, 신종 코로나 감염 때도 나타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대비 차원 '주목' vs 동물실험 결과 '관망' 의견도
미국 토머스 제퍼슨대 연구진, 신경학 저널 '운동 장애'에 논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에겐 '브레인 포그'(Brain fog), 두통, 불면증 등의 신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브레인 포그' 증후군은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잘 안 되고 멍한 상태가 지속하는 걸 말한다.

 이런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 후유증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서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사실 1918년 인플루엔자(독감) 팬데믹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다수의 파킨슨병 환자가 보고됐다.

 이처럼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뇌 기저핵(basal ganglia)의 도파민 분비 세포가 소멸하는 질환을 '포스트 뇌 파킨슨병'(post-encephalic parkinsonism)이라고 한다.

 지금까진 몸 안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뇌 조직을 손상하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파킨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패턴의 뇌 조직 퇴행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학 과학자들이 수행했다.

 논문은 '국제 파킨슨병 운동 장애 협회'가 발행하는 임상 신경학 저널 '운동 장애'(Movement Disorders)에 지난 17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55세 이상 인구의 약 2%에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

 그러나 1918년 독감 팬데믹(일명 '스페인 독감')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국가적 부담이 큰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토머스 제퍼슨 대는 신경학 연구소 산하 조직으로 '통합 파킨슨병 운동 장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의 소장인 리처드 스메인 교수팀은 2017년 5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의 장기 후유증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을 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2009년 대유행을 일으킨 H1N1 형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된 생쥐가 MPTP라는 미토콘드리아 독소에 더 취약하다는 게 요지였다.

 MPTP는 파킨슨병의 특징적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발현하면 도파민 뉴런(신경세포)이 소멸하고, 운동 제어에 관여하는 기저핵의 염증이 심해졌다.

 이 생쥐 실험 결과는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거로 추후 확인됐다.

 한 덴마큰 연구팀이, 독감을 앓은 사람이 10년 이내에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2배에 달한다는 걸 밝혀냈다.

 이번에 스메인 교수팀은 인간의 ACE2 수용체가 세포에 발현하게 조작한 생쥐를 실험 모델로 썼다.

 ACE2 수용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감염할 때 '출입증' 역할을 하는 효소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와 결합해 막(膜) 융합을 일으켜야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로가 열린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생쥐들을 치료해 약 80%를 살려냈다. 치료제는 중등도 감염증(moderate infection) 환자용만 썼다.

 회복 38일 후 뉴런 소멸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저용량 MPTP를 실험군에 투여하고 대조군엔 식염수만 주입했다.

 2주가 지난 뒤 뇌 조직을 검사해 보니, 코로나19만으론 도파민 분비 뉴런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회복 후 저용량 MPTP를 투여한 생쥐는 파킨슨병의 전형적인 뉴런 소멸 패턴을 보였다.

 코로나19에 걸려 파킨슨병에 더 민감해지는 건, 이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 결과와 유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 바이러스와 별 차이 없이 파킨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이 '다중 충돌'(multi-hit)을 거쳐 생긴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스메인 교수는 "바이러스가 직접 뉴런을 죽이진 않지만, 독소, 세균, 기존 유전자 변이 등의 2차 충돌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모두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을 일으켰다. 염증 촉진성 물질이 과도히 생성되는 생리 현상을 말한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과잉 생성된 사이토카인은 뇌의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해 소교세포의 활성화를 자극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렇게 늘어난 소교세포가 기저핵에 염증을 일으켜 세포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였다.

 스트레스를 받은 뉴런은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이 점점 더 약해졌다.

 실제로 코로나19 회복 후 MPTP를 투여한 생쥐도 뇌 기저핵의 활성 소교세포가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런 파킨슨병 위험을 코로나19 백신이 완화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사실, 코로나19를 앓은 사람이 파킨슨병에 더 쉽게 걸리는지 보려면 5년 내지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전임상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재현되리라고 단정하는 건 시기상조다.

 하지만 가능성이 현실로 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스메인 교수는 "만약 코로나19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사회는 물론 보건 의 료계에도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다중 충돌' 가설의 두 번째 충돌 가능성과 완화 전략에 관한 지식을 심화해서 미리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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