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붕괴직전…입원·진료수가 2배 올려야"

소아과 의사단체·아동병원 등 공동회견…"수련병원 36%만 소아 응급진료 가능"
특별법 제정·대통령 직속 논의기구 신설·소아과 입원전담의사 도입 등 요구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 환자 진료에 대규모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현행 입원·진료 수가 2배 인상과 특별법 제정 및 정부 전담부서 신설 등 긴급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7일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사무실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회견'을 열어 "소아청소년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중중·응급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돼 어린 환자의 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소아청소년 진료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고 의료진 감소를 막으려면 수가 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현 상황을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이 최악의 인력 위기를 맞으면서 진료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유례없는 초저출산과 비정상적 저수가 정책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량진료에 의존해왔지만,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진료량이 40% 격감해 지역거점 1차 진료체계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더욱이 노동집약적 필수 진료과에 대한 보상 지원이 없어 필수 의료에 대한 전공의 기피 현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런 여파로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정부 지정 전공의 수련기관)의 전공의 지원율이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15.9%로 지속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이 전체의 36%에 불과하고, 입원전담 전문의가 1인 이상 운영되는 곳은 27%(서울 30%, 지방 24%)에 불과하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또한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올해 서울 12.5%, 지방 20%에 달하고 있어 내년에는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남아 근무하게 될 것으로 학회는 전망했다.

학회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도록 2, 3차 병원의 진료 수가를 인상하고 진료 전달체계도 개편해달라고 정부에 목소리를 냈다.

김지홍 이사장은 "2, 3차 수련병원의 적자를 해소하고 전문인력 감소와 병상 축소 운영을 방지하려면 소아청소년 입원·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는 앞서 저출산위기를 이겨낸 선진국들이 필수진료 수가 정상화로 위기를 극복한 데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 경증질환 대비 중등도에 따른 가산율 인상 ▲ 전공의 임금 지원과 PA(진료보조인력) 비용 지원 ▲ 고난도, 중증, 응급질환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전환 ▲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 및 인건비 50% 긴급지원 ▲ 아동 진료 안전망 유지를 위한 양육의료특별법 제정 ▲ 총리 직속 소아청소년 총괄 부서 운영 ▲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건강정책국 신설 등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소아청소년의 국가적 건강안전망이 붕괴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 직속 논의기구를 만들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기획재정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국회는 이런 정책들을 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어린이 진료는 소방서처럼 필수적인 영역으로 국가 재정 지원이 꼭 필요하다"면서 "일본이 2018년 소아과의사회 제안으로 '육성의료기본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처럼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와 여야 합의로 양육의료특별법을 제정해 소아청소년 진료 붕괴 위기를 막고 어린이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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