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숨은 '마약성진통제'…중독의 고통은 동병상련"

비암성 환자에 마약성진통제 오남용 급증…"면역력 저하·치매·사망위험 높여"
"대체약물 개발로 마약성진통제 줄이고, 약물중독 환자 치료 병행해야"

 마약이라고 하면 흔히 대마초나 필로폰, 코카인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마약의 상당수는 병원에서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데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다.

 마약성 진통제는 양귀비와 같은 천연 식물에서 추출한 '모르핀'과 실험실에서 이와 비슷한 물질을 합성해 만든 '펜타닐'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마약성 진통제가 환자의 뇌세포 내 '오피오이드'(opioid) 수용체와 결합하면 도파민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가 흔히 오피오이드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원래 마약성 진통제는 암 말기에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암 환자뿐만 아니라 만성통증과 정신질환, 외상 등의 비암성 환자들에게도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마약성 진통제를 비암성 환자가 오남용하게 되면 도파민 분비 조절 기능이 망가지면서 돌이키기 힘든 중독에 이르는 것은 물론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심장질환 등에 의한 사망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장기간의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송인애·오탁규 교수 연구팀이 건보공단 청구자료에서 2010~2015년 비암성 통증으로 치료받은 것으로 확인된 환자 126만1천682명(평균 나이 50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는 전체 분석 대상자의 1.7%(2만1천800명)가 암이 아닌데도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비암성 통증이 있는 성인 환자에서 90일 이상 지속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는 그룹의 치매 발생률을 복용하지 않는 그룹과 비교했다.

 이 결과, 5년의 추적 관찰 기간 마약성 진통제 사용그룹의 치매 유병률은 11.0%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의 2.6%보다 크게 높았다. 치매의 유형은 혈관성 치매보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송인애 교수는 "장기간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 그룹의 치매 발병률은 대조군보다 15%가량 높게 나타났다"면서 "알츠하이머 발병과 마약성 진통제의 작용 기전을 밝히는 것은 물론 치매 발병률을 높이지 않는 새로운 진통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제학술지(Advanced science) 최신호에는 대표적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임신부가 만성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태아(배아)의 신경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는 내용의 오가노이드(유사체)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최근 대한통증학회가 개정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지침에서는 만성 비암성 통증에 대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의도치 않게 현재의 유행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의사가 통증 치료를 시작할 때 환자와 철저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고, 마약성 진통제의 '유익-위험' 비율이 환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경우 마약성 진통제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고 권고했다.

 또 비암성 통증 치료의 1차 치료법이 비마약성 치료제인 만큼, 먼저 비마약성 치료제 사용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처방 증가에 따른 중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이미 중독된 환자들에 대한 치료도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가톨릭대 중독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 오키나와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의 마쓰우라 요시아키(59) 센터장은 "일본에서는 10대, 20대를 중심으로 처방 마약 의존 현상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런 중독자들이 약물을 끊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다르크 같은 시설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르크는 일본에서 40년의 역사를 가진 약물중독 당사자 중심의 재활센터다. 마쓰우라 센터장처럼 다르크에서 재활 치료 후 회복한 약물 중독자가 스태프가 돼 또 다른 중독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다.

 회원끼리의 만남을 통한 치료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시설은 전국에 93개가 있고, 회원은 2천명 정도라는 게 마쓰우라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처럼 이미 약물에 중독된 환자들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다르크는 중독자들끼리 서로 지지하고, 평등하게 주고받으면서 의료기관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한국도 참고할만하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약성 진통제 중독의 현실을 인정하고, 치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홍잠 추출물이 면역 세포 증식 촉진…암세포 진행 억제 효과"
농촌진흥청과 한림대학교 연구팀은 백옥잠(하얀 고치를 짓는 누에 품종)으로 만든 홍잠이 선천 면역 세포 증식을 촉진해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홍잠은 완전히 자라 몸속에 견사 단백질이 가득 찬 누에를 수증기로 쪄 동결건조 후 가공해 만든다. 아미노산, 오메가3, 지방산, 폴리페놀 등 다양한 유용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다. 연구진은 홍잠과 홍잠 추출물 모두에서 대식세포(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 세포)와 자연살해세포(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 등 비정상 세포를 스스로 감지하고 죽이는 선천 면역 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암세포를 인식해 제거하는 면역 작용을 증진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홍잠 추출물은 자연살해세포(NK92) 증식을 7% 촉진했다. 또 뇌종양, 혈액암, 췌장암 세포를 제거하는 능력도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뇌종양 암세포(교모세포종)를 제거하는 능력은 3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면역력이 낮아진 실험 쥐에게 홍잠을 먹인 결과 면역에 관여하는 비장의 B 림프구 기능이 촉진돼 혈액 내 면역 단백질량이 1.5배 늘었다. T 림프구와 자연살해세포도 증식시켜 암세포를

메디칼산업

더보기
제약·바이오, 코스닥 진입 활성화…"상장규제 개선 필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잇달아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여 업계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제약·바이오 기업 최소 3곳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번 주에는 임상 유전체 전문기업 GC지놈이 코스닥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2013년 GC녹십자 자회사로 설립돼 300종 이상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900개 이상 병의원에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해 인체 장기를 재현하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 인투셀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인투셀의 경우 코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의 근접한 수준에서 장을 마치기도 했다. 하반기 코스닥 상장이 예정된 기업도 적지 않다.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 알지노믹스는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식물 세포 기반 바이오 소재 전문기업 지에프씨생명과학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천연 바이오 소재 생산부터 테스트까지 원스톱 설루션을 제공한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도 코스닥 입성에 주력하고 있다. 뇌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