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vs 초과' 엇갈려…근무일수 산정 따라 '제각각'

서울의대·서울대 보건대학원·의협, 의사 수 추계 연구 각각 공개
"2037년까진 초과 공급"·"증원해도 부족"·"증원 안 해도 과잉" 주장
年근무일수 서울대 265일, 의협 289.5일 가정…"증원만으론 해결 못 해" 한목소리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의료대란을 계기로 새롭게 착수한 의사 수 추계 연구에서도 증원하지 않으면 부족하다는 의견과 증원하지 않아도 초과 공급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의료의 수요·공급 불균형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발표회'를 열어 서울의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등 세 연구팀에서 각각 제출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서울의대 연구팀은 의대 증원이나 의료시스템 개혁 없이도 2037년까지는 의사 공급이 초과 상태라고 결론 내렸다. 의사의 1년 근무일수를 주 5일 근무에 가까운 265일로 가정했다.

 증원과 개혁이 없을 경우 2035년 기준으로 초과 공급되는 의사 수는 1천375명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2050년에는 1만6천241명의 의사가 부족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결과는 의대 정원 확대가 긴급한 사안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강력한 의료시스템 개혁이 이뤄진다면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하지 않지만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2037년 이후부터는 의사 부족 발생이 예측됐다"고 밝혔다.

 의료시스템 개혁의 강도에 따라 의사 수 부족이 시작되는 시점과 의사 수 초과 및 부족의 규모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필요한 의사 수 추계는 합리적 가정과 시나리오에 근거해야 하고, 의료 생산성의 발전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인프라 등에 투자해야 한다"며 "지역의료 격차 등은 증원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 서울대 보건대학원 "증원 없으면 부족…인력 정책, 증원에 국한해선 안 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증원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9천63명, 2040년에 2만1천345명, 2050년에 2만8천664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역시 의사 근무일수를 265일로 가정했다.

 의사 수 부족 규모는 2050년에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60년에는 1만7천843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2026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천500명 증원하면 2050년 부족 규모는 5천612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2060년에는 1만7천64명 공급 초과로 전환된다고 예상했다.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등 큰 병원에선 의사가 부족하고, 의원에서는 의사가 초과하는 등 의료기관 종별 인력 불균형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 주치의 제도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유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의사 인력 정책은 증원 논의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며 "지역 간 균형 있는 의료 공급,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과 결합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의협 "의사 수 부족은 근무일수 과소평가 탓…증원 안 해도 과잉"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은 의사 근무 일수가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증원하지 않아도 2035년에는 의사 3천161명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봤다. 5년간 증원할 경우 1만1천481명이 과잉된다고 추산했다.

 의정연은 의사의 근무일수를 연 289.5일(의료정책연구원 '2020 전국의사조사')을 적용해 추계했다. 서울의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적용한 근무일수 265일과는 다르다.

 의협 연구에서도 의사의 근무일수를 265일로 적용하면 증원이 없을 경우 2035년에 9천69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265일 근무 시 증원하면 2035년에는 1천371명이 부족했다.

 이처럼 근무일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는데, 의협 연구원은 265일 근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2035년에 의사가 1만 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한 건 근무일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문석균 의정연 부원장은 "실질적인 의사 근무일수를 적용하면 의대를 증원하지 않아도 공급 과잉"이라며 "합리적인 중장기 의사 수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의료 제공자와 관계 기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숫자 밖의 의료개혁이 중요"…근무일수 놓고는 '분분'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이날 발표된 연구 모두 단순한 의사 수 확대보다 의료시스템 개선 같은 의료개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봤다.

 오 교수는 "세 연구 모두 숫자가 아닌 숫자 밖의 의료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의료시스템이 개선되면 수요·공급 불일치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근무일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추계 결과가 달라지는 가운데 이 같은 근무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지금 의사들의 근무일수 289일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젊은 의사들은 훨씬 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할 텐데,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 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문석균 의정연 부원장은 "의사 근무일수는 의료 특수성 때문에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65일만큼 줄일 수 있으면 의사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그게 과연 환자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비대위가 외부 위원을 위촉해 이날 발표된 세 연구의 학문적 수준과 완성도 등을 심사한 결과 서울의대 연구팀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우수상은 의협 의정연이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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