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 의학계의 화두, 장내 세균

 지난 칼럼에 언급한 대로 현대인은 실질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영양이 풍부한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왜 내가 아닌 장내세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할까. 여기에 답을 하려면 우선 장내세균이 무엇이고, 장내세균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

 흔히 장내세균, 즉 우리 장 속에 있는 세균이라고 하면 대장균을 떠올릴 것이다. 대장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여름철 식중독, 설사, 구토 등을 유발하는 나쁜 세균으로 생각한다. 대장균은 흔히 위생 상태가 나쁜 곳에서 발견되는 균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일부만 맞다.

 어떤 음식에 대장균이 있다는 것은 본래는 동물의 대장에 있어야 할 대장균이 대변을 통해 그 음식으로 들어갔다는 말이므로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장균은 장내세균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장내세균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균이다. 수십조 마리의 장내세균이 우리 몸속에서 살아가며 우리 몸의 건강과 면역기능 수행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내세균은 대장에 기생하는 대신 소장에서 내려온 찌꺼기를 분해하고 인체에 필요한 성분을 합성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즉 장내세균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인간에게 유익한 균이다.

 장내세균은 어디서 올까?

 태어나면서 어머니로부터 대부분 받게 된다. 특히 자연분만 시 어머니 몸속의 세균이 장내세균의 중요한 원천이 되는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장내세균이 적다고 한다. 모유 수유 과정도 장내세균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하다.

 우리 장내에는 아주 많은 수의 장내세균이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 한 인간 개체가 가지고 있는 세포 수는 약 100조 개인데, 장내에 있는 장내세균의 수효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50∼100조개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독자 여러분 체중에서 1∼2킬로그램 정도의 무게를 장내세균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인간 개체에서 사람의 세포 수와 세균 수의 비율이 얼마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학자에 따라 1대9에서부터 5대5에 이르기까지 추정치에도 차이가 크게 난다.

 최근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장내세균에 대한 연구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장내세균에 관한 연구는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연구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장내세균이 장내 환경, 즉 산소와 빛이 없는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그런 환경을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내세균이 만들어내는 물질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면 아마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대체할 방안이 나올 것이다.

 장내세균의 종류는 수천 가지이며 대표적으로는 장구균, 젖산균, 포도상구균, 진균, 살모넬라균, 적리균, 변형균 등이 있다.

 이 중에는 병원성을 띠는, 즉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성질을 띠는 것도 있다.

 하지만 질병을 일으키는 게 장내세균의 주된 역할은 아니다. 세균은 그 종류에 따라 하는 일, 예를 들어 인간을 위해 공급하는 영양소 등이 저마다 다양하다.

 이전까지 장내세균은 해로운 침입자로부터 장을 보호하고 비타민을 합성하며 섬유질을 분해하는 역할이 주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 장내세균의 대표 기능

 최근 들어 장내세균의 새롭게 주목받는 기능이 아주 많은데, 대표적인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인간의 에너지대사를 조절해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또한 장내세균은 면역계를 총괄하는데, 자가면역질환이나 제1형 당뇨병 등을 예방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사람이 소화하지 못한 잔여물을 재료로 호르몬이나 화학물질을 합성하는데, 기분, 감정, 식욕 및 건강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을 만든다.

 우리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장내세균의 분포를 바꿔주고 균형을 유지해주면 불안이나 우울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이와 관련된 연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글루텐 알레르기 반응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을 치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인이 문명 생활을 하면서 장내세균의 수가 계속 줄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장내세균 감소 원인으로 몇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로 음식물이 옛날 사람들보다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인은 25만 가지 식물 중 2백 가지 이하만 식용으로 사용하는데, 그것도 주로 12가지 식물 위주로 먹고 있다.

 동물성 음식은 더 제한적이어서 주로 5가지 종류의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장내세균에 자극을 줘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만을 지극히 제한적으로 섭취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항생제를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해 그 결과 장내세균의 수와 분포가 크게 바뀌었다.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항생제 외에도 동물을 사육하거나 양식할 때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사용된 항생제는 간접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나라나 유럽에서는 가축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는 항생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다양한 식품첨가물 역시 장내세균에 해롭다.

 특히 가공 음식에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내세균의 감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려우나 아마도 알레르기나 만성 대사성질환의 증가와 관련이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장내세균과 개체의 면역기능 사이 긴밀한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장내세균이 건강하면 면역기능도 강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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