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행위에 지불되는 '신포괄수가제' 15년 만에 개편되나…적정 진료 유도

 지난 15년간 시범사업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신포괄지불제도'가 대대적인 수술을 거쳐 새로운 이름의 본사업으로 전환될지 관심을 끈다.

 복잡한 지불 구조를 단순화하고, 우선 적용이 가능한 질병군부터 모든 병원에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병행수가제' 도입이 공식 제안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제안이 실현되면 의료비 투명성을 높이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뢰로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신포괄지불제도 시범사업 개편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신포괄지불제도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지불 정확성이 높은 질병군부터 모든 급성기 의료기관에 적용하는 새로운 '병행수가제(K-DRG)'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2009년 도입 후 15년간 시범사업에 머무르며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비효율이 누적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고서는 ▲ 입원일수에 따라 매일 수가가 가감되는 구조 ▲ 의료행위를 포괄, 80% 비포괄, 전액 비포괄 등으로 복잡하게 나누는 기준 ▲ 참여 독려 등을 명목으로 최대 35%까지 비대해진 정책가산 등 운영의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의료비를 예측하기 어렵고, 제도의 본래 목적인 '효율적인 진료' 유인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 '병행수가제'의 핵심…단순화·예측가능성·단계적 확대

 이번에 제안된 '병행수가제'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방향을 설정했다.

 첫째, 수가 구조의 단순화다. 입원일수에 따라 달라지던 '일당수가'를 폐지하고, 질병별로 정해진 하나의 '입원 포괄수가'를 지급한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혼란을 야기했던 '80% 비포괄' 항목을 없애고, '포괄수가'와 의사의 수술·시술 등을 보상하는 '행위수가'의 두 가지로 지불 체계를 단순화했다.

 둘째, 예측 가능성 제고다. 가장 큰 변화는 '외래 포괄수가'의 도입이다.

 이는 퇴원 후 일정 기간(수술 후 90일 등) 동안 발생한 외래 진료비까지 묶어서 보상하는 방식이다.

 입원 중 시행해야 할 검사나 처치를 퇴원 후 외래로 미뤄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입원부터 퇴원 후 관리까지 환자 중심의 연속적인 의료 서비스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셋째, 단계적 확대다. 모든 질병에 한 번에 적용하는 대신, 진료비 편차가 적어 지불 정확성이 높은 18개 질병군 묶음(81개 세부 질병군)부터 시작해 모든 병원에 우선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뇌동맥류 수술, 관절치환술, 담낭절제술, 질식 분만 등 비교적 진료 행위가 표준화된 질환들이 포함된다.

 이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와 통합을 거쳐 점차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장기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최대 35%에 달했던 정책가산은 '정책계수'로 명칭을 바꾸고 상한을 15%로 낮추되, 의료의 질, 비용 효율성, 의료 접근성 등 명확한 성과 지표와 연동해 지급하도록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장기화한 시범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지불제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의료 현장의 수용성과 정책 방향의 정합성을 충분히 고려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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