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호두를 안주삼아 마시는 호두 술

 호두과자로 유명한 호두의 한자 이름은 호도(胡桃)로, 생긴 게 복숭아 씨앗과 닮았는데 오랑캐(胡)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桃)라 하여 붙여졌다. 국립국어원에 나와 있는 표준어는 호두다.

 신라의 민정문서에 호도(胡桃)라는 이름이 적혀있어 최소 삼국 시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원나라에 사신으로 간 통역관 유청신이 돌아올 때 묘목과 열매를 처음 가져왔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가래나무란 뜻으로 당추자(唐楸子)라고 했다.

 유청신은 어린 호두나무를 가져와 광덕사 안에 심고, 열매는 자기 고향 집뜰 앞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로써 천안이 호두의 '시식지' 및 '시배지'가 된 것이다.

 광덕사의 보화루 입구 계단 옆에 호두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이 나무의 나이가 약 400살 정도니 700여년 전 유청신이 가지고 온 나무의 자손으로 추정되며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돼 있다. 우리가 즐기는 호두과자는 조귀금(1910~1987), 심복순(1915~2008) 부부가 1934년에 처음 만들어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여행객이 천안을 지나갈 때나, 천안 시민이 천안의 호두과자를 자주 사 먹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호두의 주요 효능으로는 뇌 건강 증진, 심혈관 건강 개선, 소화기 건강 증진, 면역력 증진, 항산화 작용, 항암 효과 등이 있다. 수운잡방이나 속고사촬요, 산림경제, 민천집설, 임원경제지 등의 고서에 보면 호두를 이용해 술을 빚은 호두주(胡桃酒)의 주방문이 나온다. 

 일반 곡주를 빚을 때 호두를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두 번 빚는 이양주다. 

만드는 방법은 '멥쌀 1말을 가루로 만들어 끓는 물 1말에 개어 떡을 만든다.

 

 이 떡에 누룩가루 5되, 호두 5홉을 가루로 만들어 밑술을 빚고, 다시 멥쌀 3말로 지은 고두밥에 물 3말, 호두 1되 5홉을 재차 가루 내 넣는다. 여기에 누룩가루 3되를 버무려 덧술을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호두가 비싸고 널리 재배되지 않아 호두주는 그리 일반화는 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의 호두주를 살펴보면 농업회사법인 ㈜이상양조장(대표 이기헌)이 '프리미엄 천안호두주'를 만들어 '2024 충남술 상위 10위'(TOP10)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술은 호두 첫 재배지인 천안 호두와 쌀로 빚은 증류주로는 세계 최초로 특허 출원 중이라고 한다.

 천안 광덕산 자락에 있는 '산사람농원'(대표 김근웅)이 만드는 '도솔비주'라는 술도 있다.

 직접 친환경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과 전통 방식을 그대로 되살린 누룩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천안 광덕산의 호두로 빚어내는 것이 화룡점정이다.

 도솔비주는 '2016 Korea 월드 푸드 챔피언십'에서 전통주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도솔은 천안의 옛 이름이며 도솔비주는 판매용이 아니다 보니 돈을 주고 사 먹을 수는 없다.

(좌) 이상양조장의 프리미엄 천안호두주,천안전통주의 도솔비주

 천안관광두레사업의 일환으로 천안의 우수작(遇酬酌)이란 회사에서 생산하는 호두주도 있다.

 우수작은 2021년 관광두레 천안 주민 사업체로 선정돼 천안 호두주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호두주를 복원 개발했다.

 옛날 방식을 기본으로 천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해 전통주 빚기 체험 이벤트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경북 김천의 농업 회사법인 백년주조(대표 김광국)는 호두를 활용한 '김천 호두막걸리'를 출시했다. 김천호두는 산림청 임산물 지리적 표시제(59호) 인증 농산물이다.

호두 전통주

 배혜정도가의 '호땅 막걸리'도 있다. 하지만 이 막걸리는 땅콩은 들어갔지만, 호두는 들어가지 않고 호두 향만 넣었다.

 강원도에도 호두술이 있다. 삼척시 가곡면 탕곡리의 가곡호두동동주는 불술, 귀리 술과 함께 삼척시의 전통주다. 제사상이나 명절 차례상에 올리던 술로, 약간 신맛이 난다.

 혈액 순환이 안 되거나 허리가 아플 때 약술로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왕성하게 생산되지 않고 집에서 빚는 가양주 형태로 소량 생산되고 있다.

 지금은 빚지 않지만 약 10여년 전에 전남 순천의 새순천양조에서 국내산 호두 4% 수입산 호두 1%가 들어간 호두 생막걸리를 빚기도 했었다.

 호두는 여러 면에서 우리 건강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 호두 두 알을 손에 쥐고 굴리면 손 운동과 혈액 순환 개선, 두뇌 자극,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건강을 지켜주기도 한다.

 호두를 안주로 먹으면서 호두주를 마신다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나라 전통주를 음미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문 닫은 병원 진료기록 열람·발급 쉬워진다…보관시스템 개통
문 닫은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해 환자들이 손쉽게 열람할 수 있게 하는 '휴·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보관시스템' 서비스가 21일부터 시작된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 그동안 휴·폐업 의료기관의 환자 진료기록은 대부분 의료기관 개설자가 관할 보건소의 승인을 받아 개인적으로 보관해 왔다. 그렇다 보니 개설자는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발급 요청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환자들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개설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자신의 진료기록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보건소에서 보관하는 경우에도 환자 요청 시에 진료기록을 신속하게 찾지 못하거나 전자의무기록(EMR)의 경우 보건소에 해당 프로그램에 없어 열람이 불가능한 일도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번 시스템 개통으로 앞으로 의료기관 개설자는 휴업이나 폐업을 할 때 관할 보건소를 방문해 진료기록을 제출하지 않아도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서 진료기록보관시스템(https://chmr.mohw.go.kr)으로 기록을 직접 이관할 수 있게 된다. 이관된 전자진료기록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서버에 안전하게 저장되며, 환자는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세 부모 아기' 8명 건강히 성장중…희소유전질환 퇴치 청신호
중증 희소질환의 모계 유전을 차단하는 의학적 시술로 영국에서 아기 여러 명이 태어나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학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을 통해 고됐다. NEJM는 최근 뉴캐슬대 등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2편과 학술지 자체 사설 1편을 게재해 영국에서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MDT) 혹은 '미토콘드리아 치환술'(MRT)로 불리는 의학 시술로 남아 4명과 여아 4명이 출생한 사례를 보고했다. MDT는 미토콘드리아 변이에 따른 질환을 차단하기 위한 의학적 시술로, 체외수정(IVF)과 결합해서 시술된다. 세포 내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세포핵 안이 아니라 그 바깥에 있는 세포질에 위치하고 있다. 세포핵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에도 자체적 유전자가 있다. 다만 세포핵 유전자는 아이가 부모 양측으로부터 각각 절반씩 물려받는 것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는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세포의 에너지 활용에 문제가 생겨 어릴 때부터 뇌, 심장, 근육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이런 질환에 시달리는 인구가 약 5천명에 1명 꼴이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