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창자에서 고분자까지 '녹는 실'의 대변신

기원전 양·말 창자 이용…광우병 여파 고분자 봉합사 급성장

 녹는 실'로 알려진 흡수성 봉합사는 수술 부위나 상처 봉합 때 사용되는 의료기기로, 몸에서 자연적으로 녹아 없어지는 수술용 실이다.

 최초의 흡수성 봉합사 '캣것(catgut)'은 기원전 양이나 말 창자를 꼬아서 만든 원시적인 형태로 사용되기도 했다.

 흡수성 봉합사 시장이 전환점을 맞은 건 2001년 광우병 파동 때이다.

 소와 양의 근육이나 혈관으로 만들던 기존 제품은 광우병 대란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판매가 금지됐다.

 이후로는 폴리글리콜라이드(PGA)라고 불리는 고분자 물질(polymer)을 원료로 하는 수술용 봉합사가 급성장한다. PGA는 높은 강도와 빠른 분해 속도가 특징이다.

 고분자 물질은 모노머(monomer)라는 물질이 반복적으로 결합된 형태로, 흡수성 봉합사를 이루는 기본 성분이다.

 모노머의 종류나 결합 방식 등에 따라 고유한 특성을 띠는데, 그 중 하나가 생분해성이다.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은 우리 몸에 들어가 특정 조건을 만나면 물이나 이산화탄소처럼 해롭지 않은 물질로 분해 및 흡수된다.

 최근에는 감염 위험을 줄여주는 항균 봉합사, 매듭이 필요 없어 편의성을 향상시킨 미늘 봉합사, 흡수성 지혈제, 유착방지제 등 다양한 봉합사 완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 삼양·휴젤·메타바이오메드 등 개발…흡수성 봉합원사는 삼양 세계 1위

 국내 봉합사 시장은 흡수성과 비흡수성이 7대 3정도 비율로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 원사를 생산하는 기업은 삼양그룹과 메타바이오 두 곳이다.

삼양바이오팜 헝가리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생산설비

 삼양그룹은 1987년부터 의료용 봉합사를 연구·개발하기 시작해 199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산학 협력을 통해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원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양그룹은 주로 폴리글리콜라이드가 물과 반응하면 분해되는 가수분해 원리를 활용해 흡수성 봉합사를 만들었으며 지금은 폴리글리콜라이드뿐 아니라 젖산-글리콜산 중합체(PGLA), 폴리디옥사논(PDO) 등 여러 가지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이 봉합사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삼양그룹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50여개국, 200여개 업체에 5천500만 달러 규모의 봉합사를 공급하고 있다.

 봉합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하는 삼양그룹은 봉합사 누적 판매량이 240만㎞로, 지구를 60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다. 반제품 격인 봉합원사 시장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의 메타바이오메드도 삼양 등 전 세계 7개 회사만 생산할 수 있는 생분해성 봉합원사 제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이 1999년 김학용 전북대 섬유공학과 교수와 손을 잡고 개발에 착수해 3년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메타바이오메드는 국내 특허 69건, 해외 특허 24건, 디자인 23건, 상표 43건 등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보툴리눔 톡신 개발사 휴젤[145020]이 2020년 봉합사 기업 제이월드 인수를 통해 비수술용 흡수성 봉합사 개발에 나서는 등 봉합사 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차음 늘어나고 있다.

 휴젤은 PDO 타입과 폴리카프로락토(PCL) 타입, 혼합형 타입 3가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PDO 원사는 당기는 힘인 인장강도가 우수하고, 온도 변형에 강하며 쉽게 끊어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PCL의 경우 비교적 부드러워 이물감과 통증이 적으며, 지속 기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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