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도 예외 없다…"대장암 주범은 술·가공육"

아시아 82개 연구 메타분석…"칼슘·채소·통곡물 등 건강식단은 대장암 위험 낮춰"

 의학계에서는 질병을 분류할 때 종종 '서구형'이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말하는 '서구형 질환'(Western disease)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흔히 발생하던 만성질환을 의미한다.

 암 중에서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이 대표적인 서구형 암으로 꼽힌다.

 이들 암이 고지방·고칼로리 식습관, 육류 중심 식단, 운동 부족, 비만, 흡연, 음주 등 서구의 생활 습관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아시아인의 전통적인 식습관은 육류 섭취량이 서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콩과 채소 소비가 많은 점 등에서 차별화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장암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근 수십 년간 대장암 발생률이 2∼4배 이상 급증했는데,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런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역학(코호트)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와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아시아 5개국(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에서 특정 집단의 질병 양상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82편의 코호트 연구 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서구형 식습관이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 원인과 관리'(Cancer Causes & Control)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고기, 가공육, 술은 아시아인에게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확실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기별로는 총 육류 섭취가 많을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했으며, 소시지·햄 등의 가공육 섭취는 단독으로 18% 높은 위험과 연관됐다.

 닭과 칠면조 등 흰 고기의 경우 전체 대장암 위험과 뚜렷한 관련이 없었지만, 직장암(대변이 형성되는 최종 구간인 직장에 생기는 암)에 한해 발생 위험을 40% 높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특히 알코올은 가장 강력한 대장암 위험 요인이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하루 30g 이상 음주 시 대장암 발병 위험이 평균 64%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알코올 30g은 대략 맥주 500mL 이상, 소주 3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반면 칼슘을 많이 섭취한 그룹은 대장암 위험이 7%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으며, 채소·과일·통곡물·저지방 단백질 중심의 건강한 식단은 결장암(소장에서 내려온 음식물 찌꺼기 중 수분과 전해질을 흡수해 대변을 만드는 결장에 생기는 암) 위험을 15% 낮췄다.

 칼슘은 주로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과 멸치처럼 뼈째 먹는 생선을 통해 섭취된다.

 연구팀은 칼슘이 장내 지방산·담즙산과 결합해 발암물질 작용을 줄이고, 건강 식단은 식이섬유·식물성 생리 활성물질·항산화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강대희 교수는 "서양인 위주의 연구에서 벗어나 아시아인의 식습관 및 조리법과 대장암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메타분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특히 술과 가공육의 위험성을 확인한 만큼 이를 줄이는 게 대장암 예방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아 교수도 "이번 결과는 아시아인의 식생활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암 예방 가이드라인 마련에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며 "단일 식품보다 건강한 식사 패턴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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