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돼지 폐, 뇌사자에게 첫 이식…9일간 기능"

국제 연구팀 "돼지의 폐 인간 이식 첫 사례…임상 적용 가능성 확인"

 사람에게 이식된 후 초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전자가 편집된 돼지의 폐가 처음으로 뇌사자에게 이식돼 9일 동안 기능을 유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광저우의대 부속 제1병원 허젠싱 박사가 이끄는 중국·한국·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은 26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왼쪽 폐를 뇌사자(39)에게 이식, 9일간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이종 간 폐 이식으로는 첫 사례로, 이식된 돼지 폐가 9일 동안(216시간) 기능을 유지하고 심각한 즉각적 거부 반응이나 감염 징후는 없었다며 이는 잠재적인 미래 임상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 간 이식은 이식용 인간 장기 부족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하고 유전자를 편집해 거부반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돼지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신장과 심장, 간을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이식하는 실험이 진행돼 임상 적용 가능성이 확인됐으나 폐 이식은 해부학적, 생리학적 복잡성 때문에 다른 장기들과는 또 다른 도전 과제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난해 5월 뇌출혈로 16일간 치료를 받다가 뇌사 판정을 받은 39세 남성에게 유전자 6개를 편집한 돼지의 왼쪽 폐를 이식하고, 그 폐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와 환자의 면역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9일간 관찰했다.

 폐를 제공한 돼지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돼지 세포에서 사람의 면역 반응을 강하게 일으키는 이종항원 유전자 3개(GGTA1, B4GALNT2, CMAH)를 제거하고, 이식 후 사람 면역 체계가 장기를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인간 유전자 3개(CD55, CD46, TBM)를 삽입한 중국 바마샹 종(Chinese Bama Xiang)이다.

 이식 후 관찰 결과 돼지 폐에서는 환자 면역체계의 즉각적인 초급성 거부 반응이나 감염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환자 가족의 요청으로 연구가 종료된 9일째(216시간)까지 폐 기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식 24시간 후 폐가 붓고 손상된 모습이 관찰됐는데, 연구팀은 이에 대해 폐를 돼지에서 떼어내고 환자 혈관에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혈액 공급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생긴 손상 때문으로 추정했다.

 또 수술 3일째와 6일째에는 환자의 항체가 돼지 폐를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나타났고 9일째에는 손상이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환자의 면역반응 억제를 위해 면역세포를 줄이는 토끼 항-흉선세포 면역글로불린, 면역반응을 차단하는 바실릭시맙·리툭시맙·에쿨리주맙·토파시티닙, 면역억제제 타크로리무스 등을 환자 상태에 따라 투여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돼지에서 사람으로 폐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다만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돼지 유전자 편집과 면역 억제 약물 등의 최적화와 함께 더 많은 동물실험 및 사전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Medicine , Jianxing He et al., 'Pig-to-human lung xenotransplantation into a brain-dead recipien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5-0386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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