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화학물질·미세먼지에서 살아남기

 ◇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이번에는 하루 흡연 개수와 폐암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함께 살펴보겠다.

 또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우는 것이 매우 치명적인데, 15세 이전부터 피우기 시작한 사람은 20세 전후부터 피우기 시작한 사람보다 폐암 발생률이 5배 높다. 폐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 시기에 흡연이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흡연량과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담배를 하루 10개비 이하를 피우면 비흡연자보다 사망률이 2.35배, 10~19개비를 피우면 3배, 20~29개비를 피우면 3.11배, 40개비 이상을 피우면 3.5배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흡연이 폐에 끼치는 영향을 한번 살펴보겠다. 기관지는 폐 속으로 공기를 보내는 통로이며 담배 연기가 여기를 통과하므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지나친 흡연으로 만성기관지염에 걸리게 되면 폐의 탄력성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폐기종이다. 담배 연기 속 타르에 들어 있는 자극성 물질이나 유해가스 등 이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흡연은 심장과 혈관에도 영향을 끼치며 특히 혈관 건강에 나쁘다. 담배를 피우면 심장 근육에 혈액을 보내는 동맥이 좁아지므로 심장 근육에 영양과 산소가 부족하여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걸 리기 쉽다.

 니코틴 같은 여러 가지 유해 물질이 혈관의 구경을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혈관은 여러 물질에 의해서 수축하기도 하고 이완되기도 하는데, 니코틴 등이 혈관을 계속 수축된 상태로 있게끔 하는 거다.

 혈관이 수축되면 상대적으로 단위시간에 흘러가는 혈액량이 줄어들어 근육과 심장에 영양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산소가 부족해져 저산소증이 발생한다.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심장에 허혈, 즉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심한 경우에는 하지가 괴사할 수 있다. 그래서 하지를 절단하기에 이른다.

 절단 말고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흡연은 그 밖에도 심장마비, 뇌졸중, 폐쇄성 폐 질환, 암, 말초혈관 질환,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심지어는 시력까지 잃을 수 있다고 한다. 흡연은 폐암뿐 아니라 구강암, 인두암, 방광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 발병률을 높인다.

 흡연자는 담배의 폐해를 잘 알면서도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금연하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이 현상은 오해에서 나온 것인데, 흡연자의 경우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으면 니코틴 부족 현상 때문에 불안감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이런 상태에서 흡연하면 스트레스 레벨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긴장도도 감소하게 돼 마치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니코틴 결핍에서 오는 중독 현상이다. 스트레스가 흡연에 의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이 보충됨에 따라 정상 상태로 되돌아온 것뿐이다.

 그래서 상당수 흡연자는 금연하기보다는 전자담배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전자담배는 믿고 사용할 만큼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전자담배는 액체에 열을 가해 나오는 기체를 흡입하여 담배 피우 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 들도록 고안된 장치다.

 전자담배 속 액체에는 니코틴(없는 경우도 있다),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이 포함돼 있는데, 흡연의 해독을 줄이면서도 흡연과 비슷한 효력을 갖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벤조피렌은 없겠지만 상품에 따라 중금속을 비롯한 기타 독성물질이 소량 들어있다.   전자담배는 지금으로서는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해가 덜하다고 하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안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 특히 중금속에 의한 간접흡연 효과와 환경오염이 주된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중독성 물질의 위험성

 니코틴은 대표적인 중독성 물질이다. 이처럼 사람에게 해로운데 벗어나기도 어려운 중독성 화학물질은 또 무엇이 있을까?

 영국 신경정신약리학자 데이비드 너트(David Nutt)와 그 연구팀이 여러 약물을 대상으로 중독성 정도를 조사하여 순위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 1위가 헤로인이고, 2위는 코카인이다.

 3위는 앞서 언급한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이며, 4위는 바르비투르로 수면제나 진정제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위에 오른 알코올 역시 대표적인 중독성 물질이다.

 우선 1, 2위를 차지한 헤로인, 코카인 등의 마약류가 위험한 중독성 물질이다. 한때 유행했던 아편이 바로 헤로인의 원료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항상 아편중독자가 등장해 집안을 망치는 경우가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런 아편은 양귀비꽃의 진액으로 만드는데, 사실 옛날에는 정원에 관상용 양귀비를 많이 심었다. 양귀비가 열매를 맺으면 그 열매를 잘 보관했다가 진통제나 감기약으로 쓰거나 술을 담그는 등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지금도 설사 치료에는 양귀비로 만든 아편만 한 게 없다고들 한다. 한국전쟁 때는 전국적으로 설사병이 심했는데, 여기저기 피란 다니며 깨끗하지 못한 환경에서 온갖 것을 다 먹다 보니 설사병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양귀비꽃 진액을 손끝으로 약간만 떼어내어 손톱 밑의 때만큼만 먹어도 정말 드라마틱하게 설사가 딱 멈췄다. 지금은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를 사용해 약을 조제하는 것은 물론 재배 자체가 철저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양귀비꽃 진액을 설사약으로 쓸 수 없지만 과거에는 일반 가정집도 양귀비꽃을 비상약으로 가지고 있었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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