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0세 이전 4명중 3명 '근시'…"미국 유병률의 2배"

근시 1디옵터 나빠질 때마다 시력손실 위험 41%씩 껑충…"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현대인의 눈은 고달프다. 특히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살아가다 보면 어린 시절부터 안경은 마치 필수품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단순히 '공부를 많이 해서', '스마트폰을 자주 봐서'라고 치부하기엔 한국인의 시력 저하 양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하고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학술지 '안과학'(Ophthalmology Science) 최신호에 따르면 아일랜드 더블린공과대·김안과병원 공동 연구팀이 한국과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미국 1만2천661명, 한국 3만873명)를 바탕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은 근시 유병률과 시력 손실 위험 구조 모두에서 뚜렷하게 불리한 패턴을 보였다.

 근시를 방치하면 단순히 시력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근시가 진행돼 고도 근시로 악화할 경우 안구가 길어지면서 망막과 시신경에 구조적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망막박리, 근시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이번 연구에서 40세 이상 연령층의 근시 유병률은 한국 40.8%, 미국 38.4%로 비슷했다. 하지만 18∼39세 젊은 층의 근시 유병률은 한국 75.8%, 미국 45.6%로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전 연령대에 걸쳐 근시 비율이 완만하게 유지되는 반면 한국인은 청소년기부터 이미 근시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단순히 유전적 요인을 넘어 한국 특유의 교육 환경과 실내 중심의 생활 습관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근시가 1디옵터 악화할 때 한국인의 시력 손실 위험이 41%씩 증가해 미국(27%)보다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추산했다.

 주목할 점은 시력 상실을 부를 수 있는 고도 근시의 비중이다. 한국인의 연령대별 고도 근시 비율은 6∼9%로, 미국(2∼4%)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구조는 향후 시력 손실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공중보건 문제라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력 퇴행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은 젊은 층의 근시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안과병원 백승희 안과 전문의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극단적으로 낮은 야외 활동 시간이 청소년기의 눈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지금의 청년 세대가 60∼70대가 되었을 때 겪게 될 시력 손실의 사회적 비용은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시 예방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햇볕 아래서 뛰노는 시간을 늘리고, 근거리 작업의 강도를 조절하는 환경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만약 고도 근시가 있다면 눈에 평소와 다른 증상이 생겼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특히 시력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1년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망막단층촬영(OCT), 안저검사, 안구 길이 검사 등을 통해 변화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시야 한가운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거나 어둡게 보이는 등 시력 저하가 느껴진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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