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통증 예방' 넘어 '치매 지연' 카드 될까

한국인 100만명 10년 분석…"백신 접종군 알츠하이머병 위험 25% 낮아"
백신 효과 4년까지 지속…"음주·흡연하면 백신 맞아도 효과 떨어져"

 중장년층에게 대상포진은 공포의 대상이다. 단순히 피부에 발진이 생기는 것을 넘어, 칼로 베는 듯한 극심한 신경통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런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최근에 나온 백신의 경우 대상포진 예방 효과가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효과가 좋은 편이다.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은 만 50세 이상이거나 만 18세 이상이면서 암, 장기이식, 면역억제제 투여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다.

 그런데 요즘 이 대상포진 백신의 또 다른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노년기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기억 장애'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백신 접종군(52만906명)과 미접종군(52만1천58명)으로 세분화해 알츠하이머병 및 기억장애 발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백신 접종 그룹은 미접종 그룹에 견줘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은 25%, 기억 장애 위험은 12%가 각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장애 예방 효과는 접종 후 2년 이내에 가장 뚜렷했다. 특히 접종 후 1∼2년 사이의 위험 감소 효과가 19%로 가장 컸으며, 4년까지는 유의미한 방어력(14%)을 유지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골든타임이 조금 더 명확했다. 접종 후 2∼4년 사이에는 위험도가 30% 감소했으며 4∼6년까지도 감소 효과가 19%로 지속됐다.

 하지만 두 질환 모두 접종 후 약 6년이 경과한 시점부터는 백신 미접종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백신에 의해 유도된 면역 조절 효과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감소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백신 도입 이후의 관찰 기간이 아직 충분히 길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추적 연구를 통해 보다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견해다

 연령대별로는 60세 미만에서 백신의 신경 보호 효과가 더 강하게 관찰됐다. 이는 비교적 젊은 층에서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것이 뇌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를 막는 데 더 기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평소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더라도 치매 예방 효과가 비흡연·비음주자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비흡연자의 위험 감소 폭이 훨씬 컸던 반면 흡연자 그룹에서는 그 효과가 약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술과 담배가 백신으로 유도된 면역 반응의 지속성을 저해하거나, 뇌의 퇴행성 변화를 가속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파스칼 겔드세처 교수팀이 지난해 네이처(Nature)에서 영국 웨일스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의 치매 위험이 백신 접종 후 7년간 미접종자보다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연구팀은 이후 과학 저널 셀(Cell)에서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매 환자의 사망 위험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추가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연동건 교수는 "외국보다 큰 한국 노인 대상의 의료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백신 대상포진 접종의 잠재적인 신경학적 이점을 확인한 의미가 크다"면서 "백신이 뇌혈관 보호,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 차단, 선천 면역세포 훈련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알츠하이머병과 기억장애 발병까지의 절대적인 무병 기간 차이가 약 11∼15일로 크지 않은 점은 백신이 치매를 완벽히 막는다기보다는, 면역 조절을 통해 치매의 발병 시기를 뒤로 늦추는(delaying)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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