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의 90%는 전이암에서 비롯된다. 전이암이 이렇게 위험한 건 대부분 너무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전이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림프절은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가 다른 부위로 옮겨갈 때 거치는 중간 기착지다. 그런데 암세포 무리가 림프절의 미세환경을 전이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미리 엑소좀(exosomes)을 분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멀리 이동해야 하는 암세포가 림프절에 메신저를 보내 사전 정지 작업(soil preparation)을 한다는 뜻이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에는 전체 과정을 추동하는 NGFR 분자가 들어 있고, 이 NGFR의 발현을 막으면 암의 전이가 억제된다는 것도 밝혀졌다. 엑소좀은 세포가 외부로 방출하는 '세포 외 소낭(ECV)'의 일종으로 진핵생물의 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CNIO)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논문으로 실렸다. 지금까지 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암 종양의 고유한 행동(intrinsic behaviour)에 초점을 맞췄다
건선(乾癬)은 하얀 각질, 붉은 반점, 발진 등이 팔다리 관절 부위 등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생기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건선이 생기면 보기에 흉할 뿐 아니라 상당히 고통스럽다. 더 큰 문제는 근원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하는 건 가능하지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많고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더라도 약을 끊으면 곧바로 재발하곤 한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이 건선의 발생과 진행에 함께 관여하는 '단백질 3종' 세트를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효과적인 건선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LJI 자가면역 염증 센터의 마이클 크로프트(Michael Croft)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실렸다. 미국엔 대략 750만 명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3억3천291만 명)의 약 2.3%다. 그런데 근원적인 치료 약이 없어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크로프트 교수는 "현재 쓰고 있는 치료법으론 건선을 치유할 수 없다"라면서 "투약을 중단하면 병은
여성이 임신 기간 심리ㆍ사회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태아는 물론 출산한 아기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태아가 엄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는 이런 스트레스는 성인이 됐을 때까지 건강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태아가 모체(母體) 내에서 경험하는 이런 '역경(early-life adversity)'의 흔적이 유치(乳齒), 즉 젖니의 생장선(growth lines)에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젖니의 생장선 너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나중에 우울증 등 정신 건강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아동을 미리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기대한다. 이 연구는 미국 하버드 의대의 최대 교육병원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 과학자들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의사협회 저널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이 발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울증ㆍ불안증 등의 위험 요인을 가진 아동에게 예방 치료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런 목적에 쓸 만큼 효과적인 진단 도구가 개발돼 있지 않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MGH 소아 신경발달 유전학 유닛(unit)의 에린 던(Erin C
인체의 면역체계는 항체나 T세포가 개입하기 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맞서 싸운다. 이 '제1선 방어벽'은 RIG-Ⅰ과 같은 세포질 내 수용체 분자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RIG-1은 신종 코로나의 유전자 물질을 식별해 1형 인터페론의 생성을 유도한다. 1형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단백질 생성을 촉진하고, 면역세포가 감염 부위로 모이게 자극한다. 감염 초기의 왕성한 인터페론 생성이 실제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증 진행을 막는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초기에 정제된 인터페론(purified interferon)을 투여하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임상 시험 결과도 나왔다. 문제는 정제된 인터페론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과학자들이 효과적이면서도 저렴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물질처럼 RIG-I 수용체를 활성화해 1형 인터페론 생성을 자극하는 '짧은 RNA(short RNA)' 조각을 발견한 것이다. 예일 의대의 이와사키 아키코 면역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은 혈액을 통해 운반될 수 있는 병원체나 위험 물질로부터 뇌와 중추신경계를 분리,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혈뇌장벽은 비유적 표현이다. 실제로 혈뇌장벽은 뇌의 성상교세포 분비 물질에 의해 형성되는 뇌 모세혈관 내피세포의 밀착연접을 말한다. 고도의 선택적 투과성을 보이는 이 밀착연접은 뇌세포 사이의 용질 이동과 친수성 고분자 물질의 통과를 차단한다. 따라서 약물 등 수용성 분자가 혈뇌장벽을 통과하려면 특별한 채널이나 단백질 운반체가 필요하다. 원래 뇌를 지키는 혈뇌장벽이지만, 뇌 조직에 치료 약 등을 전달할 때는 결정적 장애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어려움에 봉착한 의사와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빛과 나노입자로 잠시 혈뇌장벽을 열어 뇌와 중추신경계 조직에 치료 약을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댈러스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Dallas)의 친젠펑(Zhenpeng Qin) 기계공학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저널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논문으로 실렸다. 15일 미국 과
뇌의 어떤 영역에서 뉴런(신경세포)이 흥분하면 혈액이 더 많이 흘러 들어간다.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뇌 세동맥의 확장으로 생기는 이런 현상을 신경혈관 접합(neurovascular coupling) 또는 기능적 충혈(functional hyperemia)이라고 한다. 의사들은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 검사로 혈류가 약한 부위를 찾아 뇌 질환을 진단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뇌의 신경혈관 접합에 관한 연구는 대뇌피질 등 깊지 않은 부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또 시각이나 청각 같은 주위 환경의 감각 자극에 반응해 뇌 혈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우리 몸 자체가 생성하는 자극, 즉 내부 감각 수용기 신호(interoceptive signals)에 맞춰지는 뇌의 깊은 영역에도 기능적 충혈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뇌의 깊은 영역에 위치한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선 뉴런이 활성화할 때 오히려 혈류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혈류 감소는 자연스럽게 저산소증으로 이어졌고 조직 손상의 위험도 커졌다. 대뇌피질에서 혈류량이 감소하는 건 보통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국소빈혈 등의 환자에게서
노인성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연구하기 매우 어려운 질병이다. 발병하기까지 수십 년간 잠복해 진행하는 데다 확실한 진단은 사후 뇌 조직 검사를 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연구가 생쥐 같은 동물 모델에 주로 의존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물 실험에선 독성 단백질이 뇌의 여러 다른 영역에 퍼졌을 때 알츠하이머병이 빠르게 진행하는 걸로 나왔다. 학계에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을 묘사하는 데 '폭포수(cascade)'나 '연쇄반응'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암과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한다고 믿는다. 미세한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뇌의 한 영역에서 먼저 형성된 뒤 연쇄반응을 일으켜 뇌 전체로 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이 진행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알츠하이머병의 싹이 틀 때 이미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뇌의 여러 영역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생각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뇌 영역 사이의 독성 단백질 확산을 막는 기존 접근법으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비소세포 폐암(NSCLC)은 폐암 중 가장 흔한 유형이다. 이 유형의 폐암 환자는 면역관문 차단(ICB)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시도한 환자의 35%에 그친다. ICB 치료의 효과가 이렇게 떨어지게 만드는 T세포 저항 메커니즘을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ICB는 힘이 다 빠져 기능을 멈춘 것으로 추정되는 T세포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양 내에서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는 T세포는 탈진한 게 아니라 처음 활성화될 때부터 그런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특정 사이토카인을 투여하면 이런 T세포의 암세포 공격 능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사이토카인은 주로 백혈구에서 분비되는 단백활성 면역 조절인자를 말한다. MIT 생물학과의 스테파니 스프랭어(Stefani Spranger)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지금까진 과도한 자극을 받거나 너무 오랫동안 종양과 싸운 T세포가 힘이 빠져 공격 기능을 상실하는
어떤 사람이 한 세기(100세) 넘게 장수하는 건, 몸 안의 주요 생물학적 시스템이 계속해서 안정 상태를 유지해야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장수의 비결이 무언지 궁금해했다. 인체의 생리학적 시스템은 단백질, 생체 분자 등 수많은 역동적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다양한 조직의 특정 세포들이 어떻게 100년 넘게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 이다. 그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인간의 장수와 연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이 누적된 단백질은 제거 과정을 거쳐 새 단백질로 대체된다. 놀랍게도 미토콘드리아 내에는 평생 유지되는 '장수 단백질'이 많이 있었고, 여기엔 핵막소공(核膜小孔)을 구성하는 단백질도 포함됐다. 과학자들은 뇌 신경세포(뉴런)와 같이 분열하지 않는 세포에서 어떻게 미토콘드리아가 유지되는지 관찰하다가 이런 유형의 '오래가는 단백질(LLPs; long-lived proteins)'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미국 소크 연구소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