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Highly networked epitopes)'는 유전적으로 주택의 지주나 들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에피토프(항원 결정기)는 면역계의 항체, B세포, T세포 등이 식별하는 항원의 특정 부위를 말한다.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다른 여러 부위와 연결돼 바이러스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인다. 이런 에피토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바이러스는 감염과 복제, 나아가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다. 그래서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mutationally constrained)' 영역으로 꼽힌다. 바이러스의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또 서로 같거나 거의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변이 바이러스 아종뿐 아니라 같은 계열의 가까운 바이러스 간에도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중화항체를 생성하는 백신의 이상적인 표적이다. 최근의 코로나 변이 전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항체가 제 기능을 하려면 가능한 한 표적에 변이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 표적에 변이가 생긴다는 건 화살을 쏠 때 표적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세포면역의 중심인 T세포의 잠정적 표적이 될 수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신종 코로나에 걸린 줄도 모른 채 가볍게 넘어가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저항력이 어른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저항력이 이렇게 사람마다 크게 다른 이유를 미국 스탠퍼드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신종 코로나의 사촌 격인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전에 형성된 면역 기억이 이런 차이를 만든다는 게 요지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건 면역 기억을 가진 킬러 T세포(killer T cells), 즉 기억 T세포(memory T cells)였다. 이 발견은 장차 중증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진행할 위험이 큰 환자를 미리 가려내는 진단법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스탠퍼드 의대의 마크 데이비스 미생물학·면역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코로나19 면역력을 얘기할 때 초점은 대개 항체에 맞춰진다. 항체는 바이러스와 결합해 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중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중화 항체는
인간의 면역세포는 자연적으로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외부 침입자를 공격해 제거한다. 그런데 면역세포가 이런 병원체에 훨씬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일종의 '강화 훈련' 메커니즘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생쥐의 대식세포(macrophages) 실험에서 확 인했다. 선천 면역계에 속하는 대식세포는 감염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UCLA 의대의 알렉산더 호프만 미생물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인간의 타고난 면역세포는 감염에 맞서 잘 싸웠던 과거의 경험을 통해 단련될 수 있다. 호프만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면역세포의 특정한 경험이 훈련 효과를 더 높인다는 걸 발견했다. 이런 면역 훈련(immune training)의 성사 여부는 세포의 DNA가 어떻게 포장돼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간의 세포만 해도 전장(全長) 1.8m가 넘는 DNA가 작은 세포핵 내에 저장되려면 염색체에 단단히 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중에는 감염 후유증으로 숨 가쁨, 피로감, 두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환자는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하기도 해, 통칭 '포스트 코로나19 증후군(post Covid-19 syndrome)'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과학자들은 아직 이런 후유증이 생기는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확실한 건 이런 환자에게 혈액순환 장애나 혈관 폐색이 자주 발생하고 산소 운반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증상은 모두 혈구 세포와 이들 세포의 물리적 특성에 좌우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실제로 적혈구와 백혈구의 크기와 경직도 등에 심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게 처음 밝혀졌다.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MPG) 산하의 '막스 플랑크 물리학 의학 센터'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유명 과학 학술지 '바이오피지컬 저널(Biophysical Journal)' 최신 호에 논문으로 실렸다. 30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발견의 핵심은 혈구의 생물물리학적 특성이 달라질 경우 포스트 코로나19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약 3분의 1은 흐릿한 생각(fuzzy thinking), 건망증, 집중력 저하, 우울증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조직에 직접 침투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코로나19 환자의 뇌 조직에 신종 코로나가 존재하는지를 놓고도 과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런데 코로나19 사망 환자의 뇌 조직에서 염증과 신경망 손상을 가리키는 분자 표지(molecular marker)가 발견됐다. 이들 표지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 사망자의 뇌 조직에 남은 것과 아주 흡사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로 전신 염증이 진행되면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너머 뇌 조직까지 염증 신호가 전달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가 뇌에 침투하지 않아도 뇌 조직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이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독일 자를란트 대학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2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8명과 다른 질병 사망자 14명(대조군)의 뇌 조직 샘플로부터 모두 6만
살아 있는 유기체는 먹기(eating)를 통해 주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와 영양분을 흡수한다. 수십억 년간 이 기능을 조절하며 진화해 온 물질대사 메커니즘의 핵심 장치를 스페인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먹을 게 없고 세포의 영양분 수위가 낮은 상태에 적응하는 능력을 조절하는 RagA 단백질이 그 주인공이다. RagA는 세포의 대사 작용을 제어하는 '분자 스위치' 역할을 했다. 이 스위치가 켜져 있으면 영양 공급이 부족할 때도 세포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사용했다. 먹을 게 충분하지 않다는 걸 잘 모르고 계속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의미다. RagA가 발견된 곳은, 오래전부터 물질대사 조절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mTOR 분자 경로다. 스페인 국립 암 연구센터(CNIO)의 알레호 에페얀 박사 연구팀은 지난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번에 찾은 RagA 분자 경로는 인슐린 등이 관여하는 경로만큼 영양분 대사에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RagA 경로는 효모균(yeasts)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세포에선 원래 29종의 바이러스성 단백질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작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단백질의 정체를 알아냈다. 이들 바이러스성 단백질의 조각(viral fragments)은 모더나, 화이자, 존슨 & 존슨 등의 코로나 백신 제조에 이용된다.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 안에 숨겨져 있던 다른 23종의 단백질이 추가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이들 23종의 단백질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억제하는 세포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체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게 촉발하는 바이러스성 단백질 조각의 25%가, 나중에 발견된 23종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 보스턴대 산하 '국립 발생률 증가 감염병 연구소(NEIDL)와 하버드·MIT 브로드 연구소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셀(Cell)'에 실렸다. 브로드 연구소는 미국 하버드대와 MIT(매사추세츠공대)가 공동 설립한 생물의학 연구기관이다. 1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
사람들은 코안이 간질간질할 때 재채기를 하곤 하는데 이를 '재채기 반사(sneeze reflex)'라고 한다. 일례로 코안에 알레르기 항원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도 순간적으로 재채기가 터진다. 참기 어려운 이런 재채기는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이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감기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일으키는 재채기는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다른 숙주로 옮겨가는 수단으로 재채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재채기 반사'가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나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aerosolized droplets)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특히 재채기는 기침이나 대화를 할 때보다 바이러스가 든 미세 침방울을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한 번 재채기하면 약 2만 개의 바이러스 비말이 나와 최장 10분간 공중에 떠다닌다. 기침은 한 번에 3천 개에 가까운 바이러스 비말을 내보내는데 이는 수 분간 이야기할 때 나오는 것과 비슷한 양(量)이다. 미국 워싱턴 의대 과학자들이 '재채기 반사'를 통제하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는 사람에게 콧물감기(급성비염)나 보통 감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그런데 이 흔한 감기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감염 초기 증식을 차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리노바이러스는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interferon-stimulated genes)'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 면역계의 초기 반응 단백질인 인터페론은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도 조직안에서 신종 코로나의 복제를 막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초기에 이런 방어 체계가 가동되면 병세 악화를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 연구는 미국 예일대 의대의 엘런 폭스만 진단검사의학·면역학 조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논문은 15일(현지 시각) 동료 검토 국제학술지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실렸다. 코로나19 말기에 인터페론 수위가 높아지면 병세가 더 나빠지고, 과민 면역반응을 자극할 위험도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코로나19 초기의 바이러스 증식 억제 기제를 찾았다는 것이다. 폭스만 교수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