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의 최대 위험 요인은 APOE 4 유전자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약 절반이 이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APOE 4 유전자가 뇌세포의 지질 대사 및 스트레스 반응 능력을 손상하는 분자 경로가 처음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세포와 효모균 실험을 통해, 비타민 B 복합체인 콜린(choline)을 충분히 섭취하면 이런 손상 결과를 상당히 많이 반전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자연 상태의 콜린은 달걀, 육류, 생선, 콩, 견과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최소 권장 섭취량은 하루에 남성 550㎎, 여성 450㎎이지만, 대부분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게 현실이다. 이 연구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의 피카우어 학습 기억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3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인간의 APOE(아포지질단백질 E) 유전자엔 APOE 2·3·4 등 3종이 있는데 APOE 4만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커지는 것과 연관성을 보인다. APOE 4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약 14%로 추정된다. APOE 2는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방어적이며, 가
천식,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염증성 폐 질환은 모두 치료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의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폐 손상은 거의 막지 못한다. 사이토카인은 주로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활성 물질로 수용체를 통해 세포 간의 신호전달 등을 조절한다. 특히 사이토카인은 면역계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인터페론, 인터류킨, 케모카인, 종양괴사인사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만성 염증 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사이토카인 차단 치료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런데도 사이토카인의 분비와 염증 촉발 경로는 지금까지 상세히 규명되지 않았다. 마침내 의학계의 이런 해묵은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 소포인 엑소좀(exosome)이 사이토카인 분비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게 요지다. 엑소좀에 실려 배출되는 사이토카인은 아주 특별한 장비를 써야 검진이 가능할 만큼 극미량이었다. 이 발견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이토카인 분비 채널을 새로 찾아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불치병에 가까운 COPD 등 만성 염증 질환에도 치료의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정상적인 타우(tau) 단백질은 뇌에 전혀 해롭지 않다. 오히려 뉴런(신경세포)의 내골격(internal skeleton) 유지와 영양분 공급 등에 도움을 준다. 모든 문제는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히는 것에서 시작된다. 잘못 접힌 타우 단백질은 '신경 섬유 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을 형성해 뉴런 안에 침적하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함께 타우 단백질을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으로 본다. 타우가 잘못 접힌 신경섬유 다발과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으로 응집한 플라크((plaque)가 장기간 뉴런에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타우 단백질이 접히기 시작하는 초기에 독성을 띤 타우 올리고머(oligomer)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미국 보스턴 의대(BUSM)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그동안 독성 타우 올리고머는 알츠하이머 연구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 올리고머는 분자량이 작은 저 중합체를 말한다. 타우 올리고머의 생성 경로를 알아냈다는 건 차단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연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BUSM 연구팀은 22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감염자의 연령, 면역력,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중증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성인 감염자는 병세가 위중해지거나 생명을 잃기도 하지만, 어린이 감염자는 대부분 경증이나 무증상에 그친다. 그렇다고 코로나19에 걸린 아동이 모두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린이 경증 환자는 회복 후에 '아동·청소년 다기관 염증 증후군(MIS-C)'이라는 심각한 질환에 걸 릴 위험이 커진다. 드물긴 해도 MIS-C는 입원과 집중 치료가 필요한 심실 부전(ventricular failure)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이 코로나19 환자가 MIS-C에 걸리고, 성인 코로나19 환자가 심각한 중증으로 진행하는 과 정에 서로 다른 특정 항체가 관여한다는 걸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최근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2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연구는, 라곤 연구소의 핵심 멤버인 갈릿 알터 하버드의대 교수와 MGH(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낭포성 섬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는 뇌에 존재하는 평범한 단백질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잘못 접힌 단백질이 뭉쳐 신경세포(뉴런) 표면에 플라크(plaque)로 침착한다. 이런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침적이 장기간 지속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긴다. 또한 이 플라크가 뇌혈관 주변에 쌓이면 대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cerebral amyloid angiopathy)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찾는 과학자들은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항체로 제거하는 걸 연구 중인데 최종적으로 임상을 통과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항체 치료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성공적으로 제거하고도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건 뇌부종(brain swelling), 뇌출혈 같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마침내 그 돌파구를 찾았다. 부작용 없이 뇌 조직과 뇌혈관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법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항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미량 성분인 아포지질단백질 E(APOE)를 표적으로 플라크를 없앴다. 이 연구 결과는 17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용도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약은 모두 9종인데 이 중 3종이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제제(製劑)다. 이런 항체 기반의 약은 인체의 자연적인 항체 형성 과정을 우회해 바이러스 중화 항체를 공급한다. 인체의 면역계를 통해 항체가 형성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만들어진 항체의 효과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항체 제제는 크게 봐서 '항체 실행 기능'(antibody effector functions)을 제거하거나 강화한 두 가지 유형으로 개발된다. 항체 실행 기능은 항체와 여러 면역계 요소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말한다. 하지만 이 기능을 작동해 다양한 면역세포를 한꺼번에 자극하는 게 코로나19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도 제약사들은 지난해 초중반 코로나19 확산이 다급한 상황이어서 서둘러 약 개발에 착수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항체 실행 기능의 작동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항체 제제의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에 앞서 예방용으로 항체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약칭 파지)는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다. 1915년 영국의 세균학자 프레데릭 트워트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파지는 그 후 세균을 죽이는 '파지 치료'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보건 의료계의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한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버그)과의 전쟁에서 파지가 일종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세균 감염 위치를 미리 알고 감염 전에 세균을 파괴하는 '신종 파지'를 발견했다. 다제내성균은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동시에 투여해도 전혀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초강력 세균을 말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항생제 중 가장 강력한 게 반코마이신인데 이에 저항하는 황색포도상구균(VRSA)은 이미 25년 전에 일본에서 발견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베일러 의대 과학자들은 9일(현지 시각) 미국 미생물 학회 저널 'mBio'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파지는 지구 생물권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개체로 알려졌다. 하나의 세균 개체에는 최소 10종의 파지가 감염해 있을 거로 추정된다. 다제내성균의 차단과 관련해 파지가 관심을 끄는 건, 유익균 외의 특정 세균을 공
'영국발 변이'와 유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만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에게서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바이러스가 이렇게 진화할 기회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회복 환자의 혈장 치료를 받은 면역 손상 코로나19 환자의 바이러스 샘플에서 이 유형의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이 연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주도하는 COG-UK(COVID-19 유전체학 UK) 컨소시엄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합성 스파이크 단백질(synthetic version)을 이용한 실험에서 '영국발 변이'(B1.1.7 )에서 관찰된 특정 유전자 코드(RNA)의 변화가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력을 2배로 강화한다는 걸 확인했다.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신종 코로나(SARS-CoV-2)의 RNA는 A·C·G·U 네 가지의 염기(뉴클레오타이드) 서열로 구성된다. 바이러스 입자가 복제될 때 이 코드가 잘못 옮겨져 생기는 게 돌연변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해에 대략 23개의 뉴클레오타이드가 바뀌어 돌연변이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과학자들이 특별히 우려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유전자 시퀀스(서열)의 작은 조각들을 선택적으로 반복 삭제해, 인체의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종 코로나의 이런 염기 서열 결손(deletion)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형태와 관련된 시퀀스의 일부에서 이뤄져 변이 바이러스의 유전 형질로 굳어졌다. 염기 결손이 생긴 변이 바이러스는 이전의 중화 항체로 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진화하면 신종 코로나는 항체 중화를 피할 수 있다.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서 유전자 오류를 잡아내는 '분자 교정자'(molecular proofreader)도 이런 유형의 염기 결손은 복구하지 못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백신 연구 센터의 폴 듀프렉스 박사 연구팀은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듀프렉스 박사는 이 센터의 소장이며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았다. 이 논문의 심사용 사전 인쇄본(preprint)이 네이처에 제출된 건 작년 11월이다. 영국, 남아공 등에서 발견된 변이 신종 코로나도 이처럼 일부 조각이 결실된 시퀀스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듀프렉스 박사팀이 중화 항체에 저항하는 신종 코로나의 염기 결손을 처음 발견한 건, 한 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