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채용되고도 9개월째 백수…'웨이팅게일' 아시나요

  "간호대학을 졸업하면 '웨이팅게일'이 된다."

 간호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회자하는 표현이다.

 '웨이팅게일'은 기다림을 뜻하는 영어 '웨이팅'(waiting)과 헌신적 간호사의 대명사 '나이팅게일'의 합성어로, 기다리는 간호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병원에 채용된 이후 발령이 나기까지 대기하는 간호사를 뜻한다.

 작년 12월 부산의 한 대학병원 채용에 합격한 이정진(가명)씨는 이후 6개월 동안 웨이팅게일 생활을 해야 했다. 대학병원이 한차례 교육만 했을 뿐 언제 현장에 배치될지 알려주지 않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기 기간에는 월급을 주지 않아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병원에서 간호직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일시 아르바이트여서 업무강도에 비해 급여도 적었다.

 대학병원 근처에 자취방을 구하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이씨는 대기한 지 5개월쯤 됐을 때 발령 날 것을 기대하고 대학병원 인근에 자취방을 구했지만 발령이 늦어져 한달간 월세를 허비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 합격한 김인우(가명)씨는 합격 이후 무려 9개월 이상 대기한 끝에 현장에 발령받았다.

 대기 기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김씨는 발령 통지를 받고 카페 일을 그만뒀지만 발령이 두달 더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대형병원들은 신규 간호사를 1년에 한 번씩 대거 뽑은 뒤 간호사 충원이 필요할 때마다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대기간호사 제도'를 관행처럼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작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민간 상급종합병원 2곳과 국립대학병원 8곳 모두 2017년 대기간호사 제도를 채용 방식으로 사용했다.

 민간병원 2곳의 간호사 발령 대기 기간은 평균 4~5개월이었다. 국립대학병원 중에서는 최대 300일간 대기시킨 뒤 발령한 사례도 있었다.

 대형병원이 대기간호사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간호사의 퇴직률이 높은 점을 고려해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간호 인력이 안정적이어야 환자 안정에 좋기 때문에 상시 추가할 인력을 미리 뽑아놓는 것"이라며 "1년간 퇴직할 인력을 예상해 한 번에 간호사를 채용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기간호사 제도 때문에 많은 간호사가 채용 불안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간호협회 손의식 홍보팀장은 "대기간호사는 대기 기간 중소병원이나 의원급에 아르바이트 등 임시 취업 상태로 지낸다"며 "중소병원은 이들을 언제든 사직할 대상으로 인식해 처우 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손 팀장은 "대형병원이 신규 간호사의 절대다수를 흡수하지만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1년 내 신규 간호사의 37%가 사직한다"며 간호사 퇴직률을 낮추기 위한 대형병원의 업무강도 완화를 요구했다.

지역 중소병원들은 대기간호사 제도가 간호인력 수급난을 초래한다고 하소연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김종민 총무이사는 "지방 중소병원들은 대기 간호사로 발이 묶인 유휴 인력을 활용하지 못해 병상 수를 줄이는 사례가 있을 정도"라며 "대형병원 대기가 풀린 간호사가 갑자기 퇴사하면서 후임자를 충원하거나 인수인계를 못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김 이사는 "대형병원이 간호등급제 상위등급을 받기 위해 (필요한) 간호사를 뽑아놓고 다른 인력까지 대기로 걸어놓는 것"이라며 "간호계의 각종 폐단을 양성하는 대기간호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간호사들의 대형병원 선호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병원들이 복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오선영 정책국장은 "(간호사들이) 발령 대기 기간이 있어도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데는 중소병원에도 원인이 있다"며 "중소병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 간호사 관리 체계를 개선해 장기근무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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