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 대표적 '신화'…육즙을 가둘 수 있을까

  "고기 겉면을 지지듯 구워 육즙을 잡았다", "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빠져나간다"

 고기와 관련한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에 '육즙'이 있다. 일상 대화, 고기 먹기에 관한 블로그, 음식점이나 업체의 홍보성 문구 등에서 조리 과정에서 수분을 고기 내부에 보존, 촉촉하게 익혔다는 의미로 '육즙을 가뒀다, 잡았다, 살렸다' 등 표현을 자주 쓴다.

 최근 대표 메뉴인 빅맥의 레시피를 바꾼 맥도날드도 홍보 문구에서 '양파와 패티를 함께 구워 육즙 가두기'라는 표현을 썼다.

 육즙은 무엇일까. 그리고 조리 과정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가두는 일이 가능할까.

 육즙(肉汁)의 사전적 의미는 '고기를 다져 삶아 짠 국물'로 우리가 흔히 쓰는 의미('익힌 고기 안에 남아 있는 수분')와 다소 차이가 있다.

 육즙의 주성분인 수분은 근섬유가 열을 만나 수축하는 과정에서 고기 내부에 모인다. 녹은 지방도 육즙의 일부를 이룬다. 육즙이 있어야 익힌 고기를 퍽퍽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요리 과학자들은 그러나 겉면을 지지거나 잘 뒤집지 않는 등 방법으로 육즙이 고기 내부에서 새어 나오지 않게 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공학도이자 요리 연구가인 J. 켄지 로페즈-알트는 저서 '더푸드랩'(The Food Lab)에서 "19세기 중반부터 최근까지 고기를 지지듯 구우면 고기 표면의 구멍을 통해 수분이 손실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믿어왔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사실이 아닌 것은 실험을 통해 아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동일한 무게의 스테이크용 고기 두 덩이를 준비해 하나는 아주 뜨겁게 달군 팬에서 표면을 지지듯 구운 뒤 오븐으로 옮겨 내부 온도가 52℃가 될 때까지 익혔다. 다른 한 덩이는 고기를 지지지 않고 오븐에 먼저 넣어 내부 온도를 올리고 나서 마지막 단계로 겉면을 지져 같은 온도로 익게 했다.

 로페즈-알트는 "실험 결과 두 스테이크 모두 거의 같은 양의 육즙이 외부로 빠져나왔다"고 밝히면서 고기 굽기의 순서나 방법으로 육즙을 더 보존할 수 있다는 믿음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방의 화학자' 또는 '요리의 과학자'로 불리는 미국의 음식 과학자 해럴드 맥기 역시 저서 '음식과 요리'에서 "고기 수분 유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소고기의 경우) 55∼60℃를 넘지 않게 익히는 것뿐"이라고 했다.

 로페즈-알트는 조리 온도와 내부 수분 유실의 상관관계 관련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소고기를 49℃로 익혔을 때 수분 2%를 잃었고, 54.4℃에서 4%, 60℃에서 6%, 65.5℃에서 12% 손실이 일어났다. 71℃까지 익히면 수분을 18% 잃었다.

 조리 방법을 통한 '육즙 가두기'라는 생각이 허구에 가깝고 비법은 오로지 온도에 달렸다면 사람들은 왜 고기 겉면을 지지듯 굽거나 자주 뒤집지 않아야 고기가 더 맛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일까.

 이 역시 정답은 과학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화학자가 발견한 '마이야르 반응'이 그 대답이다.

 단백질이 고열을 만나면 복잡한 화학적 분해 과정을 거쳐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맛을 내게 되는데 이 과정을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한다. 숯불이나 잘 달궈진 팬에 갈색에 가깝도록 노릇노릇 구운 고기가 물에 삶은 고기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고기뿐 아니라 빵을 굽고 커피를 볶을 때 우리의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맛과 향도 바로 마이야르 반응의 산물이다.

 즉 고기 표면을 노릇노릇 굽는 과정이 고기를 보다 맛있게 느껴지게 하는 것일 뿐, 전적으로 최종 조리 온도에 달린 육즙 보존은 고기 굽는 방법과는 상관이 없다.

 단 고기를 다 익히고 잠시 휴지기를 두는 레스팅(Resting) 과정은 육즙의 보존에 꽤 큰 영향을 끼치므로 촉촉한 고기를 위해서는 익힌 뒤 잠시 기다렸다가 먹는 게 좋다.

 고기가 익은 뒤 바로 가위나 칼로 자르지 않고 고기 크기에 따라 몇 분간 휴지하면 자체 열에 의해 내부 온도가 약간 상승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기 중심부에 모여있던 육즙이 고기 전체로 퍼지면서 안정을 이룬다. 이후 잘라야 육즙이 한꺼번에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고 내부에 최대한 머무르게 한 채로 촉촉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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