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간염을 치료해도 간암 위험이 커지는 이유

바이러스 사라진 세포에 '전사체 발자국' 남아
만성 간염은 세포 연속 감염의 결과…바이러스 제거 기제 존재?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 '저널 오브 익스페리멘털 메디신'에 논문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하는 능력이 없다.

 지금의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는 'RDRP(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로 자기 RNA를 복제한 뒤 인체 세포의 리보솜을 이용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 증식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감염 세포의 세포막이 녹으면서 늘어난 바이러스가 빠져나와 다른 세포를 공격한다.

 바이러스가 증식에 이용하고 빠져나간 세포는 대개 세포 내 프로그램의 유도로 죽는데 이를 '세포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라고 한다.

 세포 자멸사(apoptosis)나 세포 자가포식(autophagy)도 모두 이 범주에 든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라고 다 죽는 건 아니다.

 어떤 바이러스는 감염 세포를 죽이지 않고 최대한 길게 감염 상태를 끌고 간다.

 인간에게 만성 감염증을 일으키는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도 그런 경우다.

 지금까지 대다수 과학자는 이런 유형의 바이러스가 감염 세포 내에 항구적으로 남아 있을 거로 믿었다.

 그런데 의학계의 통념으로 거의 굳어진 이 추론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간염 바이러스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세포 메커니즘에 의해 감염 세포에서 제거됐다.

 만성 간염은 바이러스가 감염 세포에 계속 머무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에 감염하는 질환이었다.

 하지만 한번 감염했던 세포는 바이러스가 없어져도 '전사체 발자국(transcriptomic footprints)'이 남았다. 이런 세포는 유전적 특징이 변하고 분열과 대사 기능이 약해졌다.

 스위스 바젤대의 다니엘 핀셰버(Daniel Pinschewer) 생물 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저널 오브 익스페리멘털 메디신(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생쥐의 간에 감염해, 인간의 C형 간염과 유사한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LCMV(lymphocytic choriomeningitis virus)라는 바이러스에 실험했다.

 과학자들이 짐작했던 것과 달리, 감염 후 일정 기간이 지나자 생쥐 간의 감염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저절로 사라졌다.

 일단 면역세포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한 걸로 보였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페터 로이터(Peter Reuther) 박사는 "생쥐의 간세포가 자체 메커니즘을 이용해 내부로부터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치유된 세포엔 반드시 감염 흔적이 남았다.

 일부 유전자들의 발현 도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세포만큼 높지 않았고, 이런 유전자 중에는 특히 세포 분열과 세포 대사에 관여하는 것이 많았다.

 이런 유전적 변화가 얼마나 오래가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공동 제1 저자인 카트린 마르틴(Katrin Martin) 박사는 "치료가 끝난 C형 간염 환자를 연구한 결과와 매우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라면서 "이런 장기간의 유전적 변화가, C형 간염 환자에게 간암 위험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생쥐 실험에서 나온 것이긴 하나, 적어도 중요한 관점에선 인간도 그러리라 추론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런 유전자 프로그램의 변화가 일시적 바이러스 감염을 겪은 다른 기관에도 생기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체의 간세포 등이 어떤 메커니즘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지도 향후 연구 과제로 잡혔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핀셰버 교수는 "의학적 관점에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하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등이 계속 다른 세포에 감염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걸 어떻게 차단할 것이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가 사라진 감염 세포의 유전적 변화를 되돌려 뒤따르는 손상을 막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 후 생기는 유전 형질의 장기적 변화는 천식이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long Covid)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지역·필수의료 시니어의사 본격 모집…사회적 협의는 '난항'
정부가 두 달째 이어지는 의료 공백 상황에서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시니어 의사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비상진료체계를 운영 중인 가운데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는 '험로'가 예상된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소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시니어의사 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센터는 대학병원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은 퇴직 의사 혹은 퇴직을 앞둔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 분야나 공공의료기관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맡는다. 앞으로 센터는 필수의료 분야 진료·연구에 경험이 있는 시니어 의사를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사 모집, 인력 풀(pool) 구축·관리, 의료기관 연계, 지역 필수의료 교육 등을 수행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센터를 열었다"며 "비활동 50∼60대 의사가 4천여명이고, 상반기 기준 대학병원의 퇴직 의사는 13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시니어 의사 활용은 정부와 의료계가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인공눈물 투여 후 15분 지나서 렌즈 착용해야"
봄철 건조한 날씨로 인공눈물 사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공눈물 투여 후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면 최소 15분은 기다려야 한다. 일부 인공눈물 성분이 렌즈에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눈물의 올바른 사용 정보를 안내했다. 인공눈물은 눈의 건조 증상을 완화하고 자극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의약품으로, 카르복시 메틸셀룰로스 나트륨, 카보머, 포비돈, 폴리 소르베이트, 히프로 멜로스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 가능하다. 인공눈물은 직접 눈에 1~2 방울 떨어뜨리며 성분에 따라 1일 2~5회 사용할 수 있는데, 인공눈물을 사용하기 전 눈에 통증이 심하거나 안약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경우, 의사 치료를 받는 경우, 임부나 소아에 사용할 경우에는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또 인공눈물 성분이 렌즈에 흡착될 수 있어서 렌즈 착용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벤잘코늄 염화물을 보존제로 포함하는 인공눈물이 그렇다. 만약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면 투여 후 15분 이상 기다렸다 끼는 것이 좋다. 인공눈물을 사용하면서 안약이나 안연고를 추가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5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권장된다. 특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