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 "쓴맛 올라오지만, 증상 호전"

 "약(팍스로비드)을 먹고 3∼4시간 동안은 쓴맛이 올라와요. 그래서 물을 열심히 마시고 있어요."

 재택치료 중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아 복용 증인 권재갑(66·남) 씨가 지난 19일 성남시의료원 의료진에 영상 통화로 몸 상태를 설명했다.

 지난 15일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권씨는 18일 재택치료에 들어갔고 이날부터 팍스로비드를 복용했다.

 현재 팍스로비드는 65세 이상이나 면역저하자에게 우선 공급되고 있다. 중증을 막아주는 약이기 때문에 경증,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인 재택치료자나 생활치료센터 입소자가 처방 대상이다. 이 약은 증상 발현 5일 이내 먹어야 한다.

 '게임 체인저'라는 기대에 비해 도입 초기 처방 건수가 적긴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처방이 특별한 부작용 발생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코로나19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최보미 책임간호사는 "약을 복용하는 분들이 그런(쓴맛) 증상을 많이 말씀하신다"며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자주 드시면 되고, 약 드시는  동안에는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최 간호사는 팍스로비드 복용자 중 쓴맛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별한 부작용을 겪었다는 환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료시설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7명 중 1명이 설사 증상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최 간호사는 "7명의 환자는 애초 증상이 굉장히 경미한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복약 이후) 눈에 띄는 호전은 딱히 없다"면서도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몸이 조금 나아졌다고 일관되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은 250여명의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의사 7명과 간호사 15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재택치료자들을 모니터링한다.

 이 병원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재택치료자 7명은 각 권역 보건소와 협약된 약국에서 보낸 '퀵서비스'로 약을 배송받았다. 배송 비용은 보건소에서 부담했다. 폭설 등 비상시에는 보건소 직원이 직접 환자의 집으로 약을 배송하게 돼 있다.

 성남시의료원 채윤태 감염내과 전문의는 "지난 14일 팍스로비드가 입고돼서 바로 배송이 시작됐다"며 "야간이나 새벽에는 약국이 문을 닫는데, 야간에 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24시간 당직 약국으로 보건소가 연결해서 배송한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당초 8명에게 팍스로비드 처방을 내렸지만, 1명은 팍스로비드를 먹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다. 우리가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 처방으로 먹던 약을 중단한 환자도 있었다. 채 교수는 팍스로비드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스타틴 제제(고지혈증약)를 먹던 환자에게 "가급적 복용을 중단하고 팍스로비드를 복용하시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때, 약국에서 유선 통화로, 재택치료 모니터링 과정에서 총 3단계로 복약 지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팍스로비드는 지난 14일 도입된 뒤 초기 처방 건수가 예상보다 많지 않다. 도입 후 사흘간(지난 14∼16일) 처방자는 39명에 불과했다. 병용금기 의약품이 많은데다 이를 복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진통제 '페티딘', 항협심증제 '라놀라진', 항부정맥제 '아미오다론', 항통풍제 '콜키신' 등은 팍스로비드와 함께 먹을 수 없다.

 항불안제 '세인트존스워트', 항간질제 '카르바마제핀'·'페노바르비탈'·'페니토인', 항결핵제 '리팜피신', 항암제 '아팔루타마이드' 등은 복용을 중단했더라도 팍스로비드 투약이 불가능하다. 신장이나 간이 안 좋은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예상보다 처방 건수가 많지 않자 정부는 투약 대상과 연령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투약 대상을 65세에서 6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재택치료자·생활치료센터 입소자뿐 아니라 요양병원, 요양시설, 감염병 전담병원 환자에게도 처방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력 부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확진자와 재택치료자가 증가하면서 병원이 관리해야 하는 팍스로비드 처방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 간호사는 "현재 병원에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재택치료 환자는 400명 정도"라며 "(그 이상으로 환자가 늘 때를 대비해) 구상한 계획이 있다. 모니터링 인원과 재택 주치의 수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처방받는 환자가 많아지면 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약국을 추가 지정하는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방안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간호사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을 넘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그럴 경우 인력 조정을 더 받아야 업무 소화가 될 것이다. 지금은 오후 11시에 퇴근하는데, 확진자가 한창 많을 때는 새벽 1시에도 퇴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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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우체통에 버려도 되는 지자체 최대 43곳으로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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