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 새 변수? 폐 혈관 내피 손상돼도 병세 나빠진다

용해성 혈장 단백질 증가→폐 혈관 내피 손상→중증 진행
독일 감염 연구 센터, 국제저널 '신호 전달과 표적 치료'에 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도 중증이나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적으면 10%, 많아야 20%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무증상 감염자가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차이가 왜 생기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지배종으로 부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는 개인별 감염증 편차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델타 등 기존 변이보다 전파력은 훨씬 더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수렴되는 게 있다.

 감염 초기에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야 중증이나 위중증 진행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폐의 혈관계 기능, 다시 말해 폐 혈관 내벽의 상피 기능에 이상이 생겨도 코로나19가 급격히 심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염 초기의 약한 면역 반응, 심한 염증 등과 함께 폐 혈관 내피 이상이 코로나19 악화에 주요 변수로 관여한다는 뜻이다.

 혈류와 주변 조직을 분리하는 혈관 내피가 손상되면 실제로 코로나19 환자의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다는 것도 확인됐다.

 독일 감염 연구 센터(DZIF)의 크리스티네 팔크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신호 전달과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논문으로 실렸다.

 팔크 교수는 이 센터 외에도 하노버 의대(MHH)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팔크 교수팀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25명과 중증 회복 환자 17명으로 실험군을 구성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어떤 유형의 면역세포가 활성화하고, 혈관 기능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혈관 내피는 혈관 내벽을 덮고 있는 얇은 막(膜)으로 혈류와 주변 조직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의 면역세포와 혈관 내피세포가 강하게 활성화하면서 다양한 용해성 혈장 단백질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폐혈관 내피세포의 기능 장애가 함께 관찰됐다. 허파꽈리와 혈관 사이의 장벽 역할을 하는 혈관 내피가 손상된 것이다.

 이는 혈관 내피의 기능 이상이 코로나19의 위중도와 연관돼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혈관 내피의 염증성 혈장 단백질 수치를 보면 코로나19의 위중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심한 코로나19 유형과 연관된 7가지 혈장 단백질의 패턴도 찾아냈다.

 이런 유형의 코로나19 환자에겐 강한 염증 과정이 나타났고, 혈관 내피의 영구적 손상도 관찰됐다. 중증에서 회복한 환자는 혈관 내피가 재생된 경우였다.

 응급실의 코로나19 환자에겐 특이한 면역세포 발현 패턴이 나타났다.

 면역 기억에 관여하는 '기억 T세포'(memory T-cell)가 발달했고, 많은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형질모세포(plasmablast)가 폭발적으로 증식했으며, T세포와 NK(자연 살해)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됐다.

 이런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를 표적으로 식별하는 항체의 역가(titre)도 눈에 띄게 높았다.

 뉴클레오캡시드는 바이러스 입자의 내부에 존재하는 단백질 구조체로, DNA 또는 RNA 유전 물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면역세포 표현형(phenotype)이 대부분 바뀌어 심각한 병세의 지속과는 별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

 코로나19 중증이 지속하는 건, 다양한 용해성 혈장 단백질 수치가 커지는 것과 밀접히 연관돼 있었다.

 심각한 코로나19 병세의 지속엔 특정 염증 매개체와 혈관 내피 인자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의미다.

 이 발견은 코로나19에 대한 새로운 치료 개념의 발달뿐 아니라 중증을 예측하는 생물지표 발굴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구팀은 또 응급실 치료를 받고 회복한 뒤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면역세포 구성이 달라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환자들이 겪는 장기 후유증과 연관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팔크 교수팀은 면역계의 어떤 요소가 활성화해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하는지, 그리고 이런 면역 계 과잉 활성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식별하는 T세포의 발달로 이어지는지 등을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이런 T세포는 감염 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세포 면역을 주도하면서 과잉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밖에 T세포와 NK세포의 과잉반응으로 생긴 혈관 내피 염증이 지속적인 손상을 유발하는지, 이 과정에서 폐의 재생 능력이 어느 정도 손상되는지도 주요 연구 과제로 잡혀 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기대수명 증가로 더 많은 질병 노출…소비자·보험사 준비해야"
고령자 사망률이 개선되고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노후 건강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므로 소비자와 보험사가 이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사망률 개선이 노후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사망률 개선은 수명 연장보다는 노후 건강과 의료비 부담 증가 측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작년 12월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10회 경험생명표에서는 남성 평균수명이 86.3세, 여성은 90.7세로 지난 생명표보다 각 2.8세, 2.2세 늘어났다. 경험생명표는 보험사의 통계를 기초로 사망, 암 발생, 수술 등에 대해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보험개발원이 산출하는 보험료율의 집합으로, 통상 3∼5년 주기로 개정된다. 연구원에 따르면 고령자의 사망률이 개선되면 연령별 질병 발생률이 동일하더라도 노후에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여성의 경우 50세 이후 암 발생률이 개선돼 90세 이후에는 개선 폭이 10% 이상으로 확대되지만, 누적 암 발생자 수는 90세 이후에 오히려 증가하는데 이는 사망률 개선 효과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는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차이가 확대되는 현상과 유사하다"며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