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호스피스 의사가 보는 좋은 죽음

박중철씨 신간…"좋은 죽음은 삶의 완성…삶만큼 죽음도 존중해야"

 "병원 사망보다 더 나쁜 죽음은 없다. 잘 죽는다는 것은 집에서 죽는 것이다. 병원은 주삿바늘이 쉴 새 없이 몸을 찌르고, 종일 시끄럽고, 밝은 불빛으로 잠들 수도 없고,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도 못한 채 낯선 사람들 속에서 외롭게 죽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학 학장이자 정신과의사인 앨런 프랜시스의 말이다. 안타깝지만 이는 우리 현실도 전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3명은 병원에서 죽는다. 집을 잃은 채 병원 침대에서 생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중증 환자 대부분은 죽음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연장하는 연명치료라는 지옥에 갇힌 나머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재앙을 겪다가, 생애 의료비의 대부분을 마지막 1~2년 동안 쏟아붓고 허무하게 절명한다.

 죽음의 산업화랄까. 화려한 장례식장은 있어도 편안한 임종실은 찾기 힘든 게 죽음의 현실이다.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의사인 박중철 씨는 "인생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마무리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병원에서 노화, 또는 질병과 싸우면서 치료 과정에 사망하는 것이 오늘날의 흔한 죽음의 모습"이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는 예의를 상실한 우리 사회의 죽음 문화를 돌아보고 현실 문제를 직시할 수 있어야만 생명에 대한 맹목적 집착을 버리고 삶의 연장으로서의 좋은 죽음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간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황폐한 죽음 문화를 냉정히 짚어내면서 친절한 죽음이 왜 모든 이의 목표가 돼야 하는지를 의학과 철학, 사회·역사적 근거와 이론으로 풀어나간다. 20년 넘게 수많은 사망환자 곁을 지켜온 의사로서 삶만큼 죽음도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품위 있고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역설한다.

 "의료인이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하는 죽음이 있다. 때 이른 죽음과 미리 막을 수 있는 죽음이 그렇다. 그뿐만이 아니다. 질질 끄는 죽음과 고통스러운 죽음도 의료인으로서 사명을 걸고 막아내야 한다. 죽음 자체를 막아내야 할 때와 죽음이 비참하게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할 때를 분별할 수 있는 통찰과 용기를 의과대학과 병원에서 가르쳐야 한다."

 요컨대 삶이란 자기 정체성이 지켜지는 결말을 통해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정리할 기회가 모든 이에게 보장돼야 하는 것은 바로 인권의 문제다.

 저자는 병원에서 환자가 존엄하게 임종할 수 있는 과제로 △ 종합병원 임종실 설치 의무화 △ 연명의료결정법상 물과 영양공급 의무조항 삭제 △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적극적 확대 △ 간병 등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 △ 의과대학 교육 과정과 병원 수련 과정에서 죽음 교육의 의무화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전국에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병원은 올해 1월을 기준으로 모두 88개이며 병상은 1천470개다. 한때 109개 전문병원이 등록돼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곳이 폐업했다. 2004년부터 병원 내 임종실 설치에 대한 요구가 있었으나, 병원들은 앞다퉈 장례식장은 확장하면서 임종실 설치는 숫제 외면해왔다.

 2020년 정부가 시행한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에게 좋은 죽음이란 첫째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 둘째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 셋째 가족과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 넷째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리다 죽는 것이었다.

 생사를 동시에 깊이 성찰케 하는 이번 책은 '우리의 죽음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 '우리가 은폐해 왔던 이야기',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하여', '나는 친절한 죽음이 좋다' 등 모두 7개의 장으로 이뤄 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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