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이 병원을 자주 찾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한국의 병원 외래진료 이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통계를 보면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17.5회로 OECD 회원국 평균(6.3회)의 2.8배에 가깝다. 최근 몇 년 새 1년에 100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이 50만명을 넘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가 나올 정도로 병원 진료를 받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무분별한 의료서비스 이용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의료 이용 행태를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이란 개념을 이용해 분석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건강 문해력은 아직 개념적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통상 올바른 건강 관련 결정을 내리기 위해 건강 정보와 서비스를 얻고 처리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하는 '보건사회연구' 12월호에 실린 '건강 문해력의 영향 요인 파악 및 의료 이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소득·교육 수준이 낮고 연령이 높을수록 건강 문해력이 낮고, 건강 문해력이 낮을수록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많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요즘 같은 건강정보 과잉 시대일수록 개인이 건강과 의료 이용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건강 문해력은 더 중요해진다.

 

연구진은 만19세 이상 성인 가구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한국의료패널조사의 2021년 자료 가운데 8천630명의 데이터를 사용해 우선 건강 문해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

과 남성보다 여성일수록, 고령자일수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건강 문해력이 낮았다. 소위 취약계층일수록 건강 문해력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건강 문해력이 외래 의료 이용 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건강 문해력이 높을수록 의료 이용이 적었다.

 

 무엇보다 여성 고령자의 건강 문해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진이 분석한 그 이유가 흥미롭다. 과거 가부장적 사회의 문화를 오롯이 견뎌야 했던 그들에게는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정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출 환경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합리적인 의료 소비를 위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려는 정부 대책의 대부분이 공급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환자 중심의 보건 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그 과정에서 건강 문해력 제고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연구진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주치의제도가 없어 사실상 본인 스스로 의료 이용을 판단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건강 문해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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