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스트레스'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성소수자 안전' 지표 반영 커서 현실과 차이 있어
자살률 심각하지만 스트레스 '주요국 중간' 평가도

  높은 교육열과 업무 강도, 비싼 물가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 치열한 경쟁사회.

 이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자 K-컬쳐로 주목받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나라로 한국이 1위를 기록했다"는 게시물이 주목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소수자 안전, 자살률, 우울증 등 특정 지표에 의미를 둔다면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등 일반적인 평가를 종합하면 한국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주요국 중에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볼 때 한국인은 경제적 요인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건 맞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 해외 보험사 조사서 한국이 스트레스 'OECD 1위'

 "한국이 OECD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나라다"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 자료는 영국의 보험사 '윌리엄 러셀'(William Russell)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스트레스 받는 도시와 국가'(Stressed cities and countries) 순위다.

세계 스트레스 받는 국가 순위

 이 리포트는 물가 및 생계비, 의료비, 청결도, 환경 오염도(대기질, 소음오염 등), 자살률, 성소수자 안전 등 8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37개국의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는 한국(8.02점)이었고, 미국(7.29점), 벨기에(7.12점), 프랑스(6.63점), 이탈리아(6.56점), 헝가리(6.11점) 순이었다.

 반면 가장 스트레스가 적은 국가로는 포르투갈(2.95점), 스웨덴(3.20점), 에스토니아(3.26점), 핀란드(3.33점), 네덜란드(3.37점) 등이 꼽혔다.

 도시별로 보면 빈(오스트리아), 뮌헨(독일), 에든버러(영국) 등이 스트레스가 적었고, 뭄바이(인도), 방갈로(인도), 나이로비(케냐)는 높았다. 서울은 11위로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속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도시가 청결하고 의료비 부담이 적지만, 높은 물가와 대기오염도, 자살률, 성소수자 안전 등이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10만명당 자살률은 21.16명으로 조사국가 중 가장 높았고, 성소수자 안전은 92점으로 37개국 중 하위 3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성소수자 안전 지표는 한국과 함께 상위권에 포함된 미국(292점), 벨기에(343점), 프랑스(338점)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순위 결정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윌리엄 러셀은 성소수자 안전 지표의 출처로 여행 웹사이트 '애셔&리릭'이 발표한 '성소수자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국가'(2023) 순위를 사용했다.

 여기서 한국은 203개국 중 76위(D+)로 평가됐는데, 평가 항목에는 동성결혼 합법 여부, 동성 부부의 입양 가능 여부 등 현행법이 허가하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 차별금지법 법제화 여부, 직장에서의 성소수자 보호책, 성소수자가 주관적으로 느낀 만족도 등도 포함됐다.

성소수자가 여행하기 좋은 국가 평가표

 이 때문에 순위는 성소수자를 엄격히 배척하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권 이슬람 국가가 대부분 하위권을 차지했고 북미와 유럽 국가들은 상위권으로 분류됐다.

 지리·문화적으로 한국과 유사한 일본(73), 중국(110위), 홍콩(86위), 몽골(70위) 등은 중위권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스트레스가 가장 많이 국가'로 선정한 해당 리포트는 특정 평가 기준에 따른 것이므로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유사한 조사에서 잘 반영되지 않는 성소수자 관련 지표가 비중 있게 평가돼 실제 국민이 겪는 스트레스 정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여론조사엔 한국인 스트레스 '주요국 중간' 평가도

 그렇다면 실제 각국 국민이 스스로 느낀 스트레스의 정도를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는 어떨까.

 글로벌 여론조사 네트워크 'WIN'(Worldwide Independent network of Market Research)과 한국갤럽은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9개국 성인 3만3천866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 인식' 다국적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세계 응답자의 66%는 자신의 스트레스·정신건강에 대해 '매우 좋다' 또는 '좋다'고 응답했다. '좋지 않은 편' 또는 '전혀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32%였다.

 한국은 긍정 67%, 부정 32%로 39개국 가운데 중간 수준이었다.

 조사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낮은 국가는 파라과이(긍정 97%, 부정 3%)였고, 인도네시아(긍정 91%, 부정 3%), 베트남(긍정 89%, 부정 11%), 멕시코(긍정 88%, 부정 11%) 순이었다.

세계 각국 스트레스·정신건강 설문조사 응답

 반면 스트레스가 많은 국가는 아르헨티나(긍정 36%, 부정 54%), 페루(긍정 40%, 부정 59%), 라오스(긍정 49%, 부정 50%), 나이지리아(긍정 50%, 부정 51%) 등이었다.

 다만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얼마나 자주 느끼냐'는 질문에 한국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1%에 불과했다.

 '가끔 느낀다'(55%), '자주 느낀다'(27%), '항상 느낀다'(5%)고 답해 어떤 빈도로든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은 7위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스트레스 원인은 '내가 하는 일'(24%)이 가장 높았고, '경제적 문제'(21%)가 다음이었다.

 한국은 각각 26%와 29%로 평균보다 높았으나, 가족 문제, 전쟁, 건강, 환경 등에 의한 스트레스 요인은 평균보다 낮거나 같았다.

 서울시 정신통계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 중 하나인 우울증은 2019년 기준 그리스가 6.5%로 가장 높았으며 스페인(6.0%), 포르투갈(5.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2.6%로 싱가포르(2.4%), 콜롬비아(2.5%) 등과 함께 우울증 유병률이 낮은 축에 속했다.

 다만 우울증 유병률은 통계 작성 주체에 따라 변동 폭이 커 코로나19 기간 집계된 OECD 국가의 우울증 유병률 조사에서는 한국이 36.8%로 가장 높았고 스웨덴(30.0%), 멕시코·호주(27.6%), 미국(23.5%), 그리스(22.8%), 오스트리아(21.0%), 벨기에(20.0%) 순이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개선됐지만 삶의 만족도, 자살률은 악화했다.

 지난 2주 동안 스트레스를 느낀 적이 있는 비율로 측정되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지난해 38.4%로 2022년 44.9%보다 6.5%포인트(P) 감소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2008년 60.4%에서 2010년 70.0%로 증가한 이후 줄곧 감소 추세다.

 '삶의 만족도'는 2021∼2023년에 6.06점으로 OECD 평균(6.69점)보다 0.63점 낮았다.

 38개국 중 만족도 순위는 33위로, 우리나라보다 만족도가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 콜롬비아,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 등이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하 자살률)은 2022년 25.2명에서 2023년 27.3명으로 상승했다.

 OECD에서 작성하는 국제 비교 자료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2021년 10만 명당 24.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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