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일각서 제2 외환위기 우려하지만…가능성 매우 낮아

단기외채 과도·경상수지 적자로 1998년엔 외환위기 대응 못해
현재 경제 펀더멘털 건전…외환위기 재발 우려 매우 낮아
외환보유액 충분·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외채 구조 안정적
글로벌 불확실성·미중 무역 갈등에 범정부 대처 필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등 대외 악재로 환율이 출렁이자 우리나라가 1998년과 같은 외환 위기를 다시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관련 뉴스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나라 환율이 너무 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에 외환 위기가 다시 오는 거 아니냐?", "지금 상황을 우리 경제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등 불안감이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충분한 외환보유액,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안정적인 외채 구조 등이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다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각별한 위기 관리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단기외채 과도·경상수지 적자로 1998년 외환위기 대응 못해

 제2의 외환 위기를 논하려면 1998년 우리나라 외환 위기 발생 요인부터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1998년 외환 위기는 국내 경제 구조의 취약성과 정부의 대응 실패, 그리고 대외적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단기 외채의 과도한 누적, 정부의 고정 환율 정책과 경상수지 적자, 대기업의 연쇄 부도, 아시아 금융 위기 때문이었다.

 당시 외환 위기의 징후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1996년 상반기부터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수출 산업인 반도체 가격이 82% 하락하면서 수출 구조가 무너졌다.

 이와 함께 철강, 섬유 등 전통적인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잃어가며 실물경제가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 1997년 초 한보그룹의 부도는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크게 떨어뜨렸고 기아자동차, 삼미그룹, 진로그룹 등 대기업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는 금융시장 불안과 외화 조달 중단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적기 대응 실패도 뼈아팠다.

 당시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낙관론에 빠져 위기 징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줄었는데 정부는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시장 신뢰마저 잃었다.

 외환보유액은 위기 당시 한때 39억 달러까지 급감했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아시아 금융위기 확산이 우리나라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 이후 아시아 전역으로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우리나라도 피해 가지 못했다.

 일본 은행들이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서 자금 유출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월가의 주요 신용평가 기관들이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해 해외 자금 조달마저 막혔다.

 해외 투자자들도 정부의 발표를 불신하며 자금을 대거 회수했고, 이는 환율 급등과 외채 상환 불능 상태로 나빠졌다.

 결국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195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IMF는 고금리 정책과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했으며 이는 기업 도산과 실업률 증가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단기 외채가 과도하게 많았고 이는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적기에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대기업들도 무리한 확장을 위해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었고 금융 기관들마저 부실 채권을 다수 보유해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아울러 당시 정부의 고정 환율 정책과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 글로벌 불확실성에 자금 미국행…환율 변동성 커져

 최근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환율 급등 등을 지적하면서 외환 위기 재발 우려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은 미국 달러 강세, 국내 정치 불안, 공격적인 관세 정책, 자본 유출, 내수 성장 둔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과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이는 원화 대비 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해 환율 급등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국내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약화해 외국인 자본의 일부 유출로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상호관세 및 보복관세는 글로벌 무역 질서를 교란하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작용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국내 정치 및 경제 구조의 문제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미국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원화의 외환 유동성이 감소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보고서는 미국의 공격적 보호무역 조치와 글로벌 불확실성 때문에 단기적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화 환율이 급상승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을 급히 회수할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의 정치적 혼란 사태가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공황 상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과 관세 부과가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및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환율 상승이 커져 위기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언급한 자료도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리나라의 정치 혼란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 등이 맞물려 원화 약세 및 외환시장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치·경제적 충격이 투자자 신뢰를 급락시키며 단기적으로 외환 위기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 현재 경제 펀더멘털 건전…외환보유액 충분해

 하지만 1998년 외환 위기 당시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는 환율 급변동에도 버틸 수 있을 만큼 경제 체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상황이다.

 1997년 30억~40억 달러까지 줄었던 외환보유액은 올해 환율 방어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4천억달러 수준으로 100배 이상 늘었고, 외환보유액이 단기 외채의 3배 이상으로 충분한 버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외채 비율도 1997년 63% 이상 되던 것이 현재는 32% 수준으로 외채 구조가 크게 좋아져 급격한 자본 유출 위험이 줄어든 상태다.

 경상 수지 또한 1997년 적자에서 현재는 2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하면서 외환보유액 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 부채 비율은 1997년 평균 500% 수준에서 현재는 102% 수준으로 크게 개선돼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이 강화됐다.

 1997년에는 금융 감독 체계가 분산된 데다 건전성 규제도 미흡했으나 현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나서 시스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25년 현재 우리나라 상황

 현재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을 자세히 살펴보면 4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는 트럼프발 관세 부과와 같은 외부 충격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외환보유고는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투기 세력은 해당 국가가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해당국 통화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올해 2월 기준 4천92억 달러로 세계 9위 규모를 자랑한다.

 IMF는 한 국가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ARA(Assessing Reserve Adequacy)' 지표를 사용하는데, 연간 수출액, 통화량(M2),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투자 등을 합산해 100~150%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천200억~4천800억 달러 사이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적정 범위에 있다.

 최근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IMF의 권고 수준에 다소 미달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이 위기 대응에 충분하며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외환보유액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우리나라는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잘 대응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단기외채 비중이 작아 외환위기 가능성은 작다"면서 경상수지 흑자와 안정적인 재정 상태가 경제 펀더멘털의 강점을 뒷받침한다고 언급했다.

 ◇ 단기외채 양호…경상수지는 흑자 행진

 우리나라 외채 구조, 특히 단기외채 비율은 외환 위기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현재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외환보유액)은 32.4%로 이는 외환 위기를 예방하는 데 있어 안정적인 수준이다.

 단기외채란 만기가 1년 이하인 외화 부채를 의미한다. 단기외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급속한 자금 유출이나 환율 변동 위험, 신용리스크 증가 등 문제도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단기외채 비율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낮춰준다.

 건전한 외채 구조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긍정적 요소로 작용해 국내 기업과 정부의 해외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단기외채 관리를 위해 외환 건전성 규제 강화,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규제, 외채 구조 모니터링 강화 등을 하고 있다.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비율 규제를 강화해 과도한 단기외채 증가를 막고 있고, 2010년 이후 도입된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는 은행들의 과도한 단기외채 차입을 제한하고 있다.

 국제적 기준에 맞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규제는 은행들이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의 대외 거래에서 발생하는 상품, 서비스, 소득, 경상이전 등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의 외화 수급 상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흑자는 외화 유입이 유출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통화 가치를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가 외채를 상환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인다.

 우리나라는 22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외화 유입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71억8천만 달러 흑자로 2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2월 흑자 규모는 1월의 29억4천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으며 전년 동월(64.4억 달러)에 비해서도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3%를 기록하는 등 외화 유입의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부터 1997년 5월까지 우리나라는 17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1996년 연간 경상수지 적자는 238억3천만 달러에 달해 외환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보유액을 고갈시키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황을 만들었다.

 1998년 외환 위기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과도한 차입경영과 부실한 재무구조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부채비율 관리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건전성이 개선됐다.

 2023년 기준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102.6%로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 크게 좋아졌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은 양호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반도체), 현대 자동차(자동차), LG화학, 삼성SDI(2차전지)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등장해 제조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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