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골칫덩이 말벌, 검은 머리를 좋아한다?…벌 쏘임 피하려면

천적 색인 검은색과 짙은 갈색에 공격 성향…챙 넓은 모자로 머리 가려야
일단 쏘였다면 20m 밖으로 도망쳐야…곧바로 119 신고해 응급처치해야
벌초 전에 10분간 말벌 왕래 관찰 후 작업해야 안전

 매년 추석을 전후해 벌초나 성묘하러 갔다가 말벌에 쏘이는 사고가 언론에 왕왕 보도된다.

 특히 장수말벌의 경우 독성이 강해 자칫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여러 말벌 쏘임 예방법이 나돌지만, 이 중에는 잘못 알려진 것들도 많다.

 이에 말벌의 생태와 습성 등을 토대로 잘못 알려진 속설들을 검증하고 올바른 말벌 쏘임 예방법을 확인해봤다.

 ◇ 말벌에 쏘이면 무조건 20m 이상 도망쳐야

 벌 쏘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밝은 색깔의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말벌 전문가 최문보 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초빙교수에 따르면 말벌은 검은색과 짙은 갈색에 공격성을 드러낸다.

 곰, 담비, 오소리, 멧돼지 등 말벌 집을 파먹는 천적들이 이런 색을 띠기 때문이다.

 색깔별 털실로 실험한 결과 노란색, 흰색, 파란색 등에 말벌들이 경계심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특히 안전한 색은 흰색이다. 방호복 색깔이 흰색인 이유다.

 검은 머리도 말벌의 주된 공격 대상이 된다. 검은색 털이 천적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벌이 머리카락 안으로 파고들어 머리카락을 붙잡고 침을 여러 번 쏠 수 있다.

 따라서 벌초 등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흰색을 비롯한 밝은색 옷을 입는 것이 말벌로부터 공격을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또 화장을 짙게 하거나 향수를 뿌리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냄새에 민감한 말벌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는 말벌이 꽃이나 과일 등의 향기로 착각해 먹이활동을 하러 오는 것으로, 사람이 놀라 손을 휘휘 저으며 공격하지 않는 이상 말벌이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최 교수는 벌초할 때 무덤 주변을 10분가량 돌아다니며 말벌이 없는지 살펴보기를 당부했다.

 벌초 시기가 벌집이 제일 큰 때고 그만큼 개체수가 많다 보니 벌의 왕래도 잦다. 따라서 주변에 벌집이 있다면 이 10분 동안 말벌들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만약 말벌을 보지 못했다면 벌초를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말벌을 목격했다면 119에 신고해 우선 말벌 집을 제거하는 것이 낫다.

 말벌 중 가장 독성이 강한 장수말벌은 땅속에 집을 짓기에 이런 사전 관찰 작업 없이 벌초하다가 말벌 집을 건드리면 말벌 떼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말벌을 발견했다면 머리를 숙이며 웅크린 자세로 천천히 뒤로 빠져야 한다. 놀라서 손으로 말벌을 내쫓으려 하거나 빨리 도망치면 말벌이 위협을 느껴 도리어 공격한다.

 

 하지만 이미 말벌에 쏘였다면 '삼십육계 줄행랑'이 제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벌에 쏘이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한번 말벌의 공격을 받았을 때 가만히 있으면 공격만 더 받을 뿐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m 정도가 안전거리다. 최 교수의 실험 결과 10m 이상 도망치면 말벌의 60∼70%가 되돌아갔고, 20m 이상 멀어지니 대부분이 돌아갔다.

 말벌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목적이 벌집을 건드리거나 위협하는 사람을 물리치기 위한 '방어'에 있기 때문에 사람을 끝까지 쫓아와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말벌에 쏘였을 때 벌침 제거 방법도 나돈다. 그러나 말벌에 쏘였다면 벌침을 뽑을 필요가 없다. 말벌 침은 사람 피부에 박히지 않기 때문이다.

 단,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곧바로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 요령을 안내받고 구급 출동을 요청하는 게 좋다고 소방당국은 권고한다.

 꿀벌의 경우 쏘이면 침이 피부에 박히므로 신속히 침을 제거하고 소독한 뒤 냉찜질할 필요가 있다.

 벌침을 뺄 때 신용카드 같은 단단한 물건으로 벌침을 밀어서 빼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탁상공론과 같은 충고라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독 주입이 금방 끝나는 만큼 손으로 바로 뽑지 않는 이상 효과가 없기 때문에 신용카드 같은 물건을 찾을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 말벌 단년생…겨울이면 다 죽고 새로운 곳에서 새집 지어

 정계준 경상대 생물교육과 명예교수가 쓴 책 '한국의 말벌'(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말벌은 모두 30종이다.

 이때 말벌은 말벌과(科)에 속한 종을 말하는 것으로, 말벌과는 다시 말벌아과와 쌍살벌아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말벌은 말벌아과의 말벌속(屬) 말벌들을 가리킨다.

 좀맘벌, 말벌, 등무늬말벌, 장수말벌, 털보말벌, 황말벌, 꼬마장수말별, 검정말벌, 등검은말벌, 큰홑눈말벌 등 10종이 이 말벌속에 속하고 이들이 통상적으로 위험한 대형말벌로 간주된다.

 이 가운데 숲속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는 등검은말벌, 인간의 집 주변에 집을 짓는 말벌, 주로 처마 밑에 터를 잡는 털보말벌, 숲 가장자리 덤불 속에 서식하는 좀말벌 등이 일반인들이 마주치기 쉬운 대형말벌들이다.

 말벌은 단년생이다. 생애주기가 1년이다.

 '한국의 말벌'에 따르면 여왕벌이 4∼5월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벌집을 만들고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일벌들이 태어나면 일벌들은 여왕벌과 함께 집을 확장해나가고, 7월 중순부터는 일벌들은 육아와 집짓기, 여왕벌은 산란만 전담하는 분업에 들어간다.

 이 시기 개체수가 많이 증가해 사람과의 접촉이 늘어난다. 말벌 쏘임 사고가 7∼9월에 집중된 이유다.

 소방청의 최근 3년간 벌 쏘임 환자 이송 통계를 보면 7∼9월 이송 건수가 한해 이송 건수(7천여건 안팎)의 80%가량을 차지했다.

 여왕벌이 생식봉(수벌과 장차 여왕벌이 될 암벌)을 낳는 9월이 되면 더는 일벌을 생산하지 않아 벌집은 쇠퇴기에 접어든다. 기존 여왕벌은 이 시기에 죽는다.

 새로운 여왕벌과 수벌이 다 자라 10월께 둥지를 떠나면 사실상 기존 벌집은 빈집이 된다.

 새 여왕벌은 짝짓기를 마친 뒤 월동 장소를 찾고 겨울잠을 잔다. 이로써 말벌 생태의 한 주기가 끝난다.

 말벌이라고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정계준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말벌 중엔 건물 처마 아래나 정원수의 가지, 잎사귀 등에 집을 짓는 쌍살벌(일명 바다리벌)이 있다고 소개했다.

 쌍살벌의 벌집은 육각형의 방들이 편평하게 밀집해 있어 해바라기꽃에 있는 둥근 접시 모양의 씨방처럼 생겼다.

 쌍살벌은 성질이 온순해 30㎝ 정도 가까이 접근해도 벌집을 건드리지 않는 한 거의 쏘는 법이 없고, 독액의 독성도 강하지 않다.

 정 교수는 쌍살벌 종류는 식물의 수분을 돕고 해충을 잡아먹기에 벌집을 제거하기보다는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말벌들은 단년생으로 겨울이 되면 벌들이 모두 죽고 이듬해엔 기존 벌집을 다시 사용하는 일이 결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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