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어'는 옛말…"기후변화가 바꾼 주요 어종 분포도 바뀌고 있다"

수온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올라…살오징어·명태 급감·난류성 어종 '대세'
수산 재해 10건 중 7건은 '고수온' 피해…정부, 지속가능한 수산업 육성 고심

  지난 30년간 한반도 연안의 평균 수온이 지속해 상승하면서 주요 어종의 분포는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난류성 어종인 방어는 제주도가 아닌 강원 앞바다의 터줏대감이 되면서 그야말로 '제주 방어'는 옛말이 됐다.

 기후변화가 바다의 생태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는 셈이다.

 ◇ 수온 상승에 대표 어종 변화 뚜렷…동해에 '방어'가 뜬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5년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자료에 따르면 최근 57년간(1968∼2024년) 우리나라 주변 표층 수온은 1.58도 상승했다.

 전 지구 표층 수온 상승 평균인 0.74도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따뜻해진 셈이다.

 해역별 표층 수온은 동해가 2.04도 이상으로 서해·남해와 비교해 가장 크게 올랐다.

 수온이 바뀌면 해류 흐름이나 먹이 생물량·분포 등 해양환경도 덩달아 변하기 마련이다. 이를 따라 물고기도 이동한다.

 실제 연근해어업 어획량은 1980년대 151만t에서 2020년대 91만t으로 감소했는데, 어종 분포를 살펴보면 살오징어와 '국민 생선' 명태는 급감해 대표 어종 구성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전국 도루묵 위판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동해안의 겨울철 대표 어종으로 꼽힌 도루묵도 이제는 씨가 말랐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방어류, 전갱이류, 삼치류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강원 동해에서 수온 상승에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어종은 방어다.

 2017년까지만 해도 방어는 어획량이 적어 집계조차 되지 않는 소수 어종이었지만, 어획량이 점차 늘면서 이제는 동해안의 대표 어종이 됐다.

 실제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의 어획 동향을 살펴보면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생산된 수산물 가운데 방어가 붉은 대게(6만9천966t), 오징어(4만7천550t)에 이어 생산량 3만5천749t을 차지하면서 3위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방어의 주산지가 강원지역까지 북상하면서, '방어의 고장'으로 불리던 제주에서는 강원에서 잡힌 방어를 되레 들여와 소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지난해 기록적 수산 재해…해파리 쏘임 사고도 속출

 수온 상승은 어업 현장 피해를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14년(2011∼2024년) 자연재해의 종류는 저수온, 적조, 이상조류, 빈산소수괴 등으로 다양했지만,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재해는 고수온이었다.

 같은 기간 자연재해로 인한 어업 현장 피해액은 4천763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는 총 3천472억원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9월 하순까지 고수온 발생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2018년 이후 최대규모의 양식 생물 피해(1천430억원)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어류뿐만 아니라 굴, 피조개, 새꼬막, 멍게 등 수하식·살포식으로 생산되는 양식생물이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 재해를 입었다.

 바다가 빨리 뜨거워지면서 외래종과 독성종의 출현이 늘어 쏘임 사고와 관광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성이 강해 한 번 쏘이면 부종과 발열, 근육마비, 호흡곤란, 쇼크 증상을 유발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2015년 이후 최대 출현량을 보였다.

 그보다 독성은 약하지만, 고수온기에 우리나라 연안에 대량 출현하는 보름달물해파리는 2010년 해파리 특보 발령체계가 마련된 이후 지난해 평년보다 한 달 빨리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해에는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피서철 강원 동해안에서 총 618건의 쏘임 사고가 발생했다.

 ◇ 피해 예측 까다롭지만…기후변화 대응 연구 박차

 문제는 갈수록 이상기후 발생 강도는 커지고 빈도도 잦아져 덩달아 관련 피해 역시 과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우리 바다의 고수온 특보는 지난 7월 9일 첫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10월 1일까지 85일간 유지돼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수산 피해를 초래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시간적·공간적으로 예측하기 매우 까다롭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실제 과거에는 외해에서 처음 발생해 연안으로 확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적조 발생 양상이었으나 최근 6년 만에 남해안에 적조 피해가 발생했다.

 뜨거워진 바다로 인해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와 각 관련 기관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총허용어획량관리(TAC) 제도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전체 연근해어획량의 60%를 TAC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고수온, 적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기출하, 긴급 방류, 보험 가입과 대응 장비 보급 등 정책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고수온 등 기후변화에 강한 새로운 양식품종을 개발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우리 연안에 서식하지 않는 침입 위해 외래종 감시·확산 방지·방제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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