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은 인류의 위기이자 생명과학의 전환점이었다.
그 중심에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라는 낯선 글자가 있었다.
단기간에 백신을 개발해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이 기술은 이제 감염병을 넘어 암과 희귀질환 치료의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 코로나19 백신이 연 mRNA 혁명…플랫폼 의약 시대로 진화
mRNA는 신체의 모든 세포에 존재하는 필수 구성 요소로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설계도'를 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우리 몸이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응용한 mRNA 의약품은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을 넘어 암세포를 공격하거나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의학의 미래를 여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혁신을 상용화의 단계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기업이 '모더나(Moderna)'다.
2010년 설립된 모더나는 팬데믹 당시 바이오엔테크(BioNTech)와 함께 세계 최초로 mRNA 백신을 상용화하며 mRNA 의학 시대를 연 기업으로 평가된다.
모더나 백신은 높은 예방 효과로 주목받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은 타 mRNA 백신보다 팬데믹 초기 돌파 감염률이 낮았다.
또한, 어떤 백신을 먼저 접종했든 모더나 추가 접종에서 가장 높은 면역 효과를 보였다.
모더나의 코로나19와 독감 혼합 백신 연구도 임상 단계에서 긍정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를 mRNA 플랫폼의 정교한 설계 기술과 안정화 기술이 이끈 결과로 분석한다.
모더나는 mRNA 기반 맞춤형 암백신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환자의 종양 유전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백신을 설계하거나 결핍된 단백질을 보충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감염병 대응 기술로 세상에 알려진 mRNA는 이제 종양, 희귀질환, 심혈관 질환 등 질병 치료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 글로벌 제약사, 맞춤형 암 백신 등 개발 경쟁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제약사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화이자가 판매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는 면역항암제와 병용 가능한 mRNA 백신을 임상 단계에 올려 뒀다.
독일의 큐어백(CureVac)과 프랑스의 사노피(Sanofi)도 희귀 유전질환과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약품 플랫폼으로 쓰일 수 있는 mRNA 특성은 활발한 연구 협력도 가능하게 했다.
모더나는 한국의 국립감염병연구소와 살인진드기라고 알려진 열성혈소판증후군 (SFTS) 백신을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다.
SFTS는 우리나라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사망률이 18%에 달하는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mRNA 기술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모더나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mRNA백신 완제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GC녹십자는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2028년까지 수천억 원을 투자해 국산 mRNA 의약품의 임상 진출을 목표로 한 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부와 산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이 글로벌 mRNA 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3년 mRNA 기술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드루 와이스먼 교수는 수상 인터뷰에서 "백신을 넘어 유전질환, 자가면역질환, 암 등 비감염성 질환을 위한 mRNA 치료제 개발에 엄청난 추진력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열린 mRNA 의학의 문은 이제 감염병을 넘어 암, 희귀질환, 그리고 미래의 질병 치료까지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