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동네 개인병원 의사가 우리 집으로 왕진오고 했어요. 그런데 왜 왕진이 불법이라는 거죠?"
최근 방송인 박나래씨를 둘러싼 '주사이모' 논란이 벌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의사의 왕진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한편에서는 왕진이 불법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1970∼1990년대 본인이나 가족이 왕진받은 기억이 있다면서 왕진이 가능하다는 반박도 있었다.
이에 왕진을 둘러싼 여러 법적 규정 등을 살펴봤다.
◇ 방문진료 자체는 불법 아냐…응급·환자 요청시 등 가능
일반적으로 '왕진'이라고 부르는 '방문진료'는 의사가 직접 환자를 찾아가 진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합법적인 방문 진료에는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
의료법 제33조에 따라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법에서는 그러나 ▲ 응급 환자 진료 ▲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 ▲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 ▲ 기타 부득이한 현장 진료 상황의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방문진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응급 환자'를 판단할 권한은 의료진에게 주어진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응급 환자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세부 기준까지 법에 규정돼 있지는 않다"면서 "그 당시는 응급 상황이라고 판단했으나 그 이후에 보면 아닐 수도 있는 등 결국 판단의 문제여서 그 순간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다"고 말했다.
나아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에 따라 응급 상황이 아니어도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거동이 불편하지 않다거나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방문 진료를 이용한 경우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신청할 수 없어 환자가 방문진료비를 부담해야한다.
국가나 지자체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국가 재난상황에서 정부가 의료인력 투입을 요청하는 상황 등이 해당한다.
이처럼 요건을 갖췄을 경우 방문 진료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의료비 부담과 더불어 의료 여건 개선으로 쉽게 동네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고, 의사들이 시간이나 비용 등의 문제로 의료기관에서의 진료를 선호하면서 방문 진료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도 방문 진료를 할 수는 있다"면서 "방문 진료로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는 적고, 비용은 많이 드는 등 제약이 많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방문 진료는 의사만 가능…간호사는 예외적으로 적용
의료법에 따라 방문 진료는 의사 외에는 할 수 없다. 진료 권한 자체를 의사만 갖고 있어서다.
온라인상에서 자주 보이는 경험담처럼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와 자체 처방하고, 여러 명에게 줄줄이 영양주사 등을 투여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의미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댓글 등을 통해 '은퇴 간호사', '정식 간호사'는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의료법 27조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법 2조 2항은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약물 투여 업무를 할 수는 있지만 약물이나 용량을 결정할 수는 없다.
'가정간호'와 '방문간호' 등 간호사가 단독으로 집으로 찾아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사 투여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또한 의사 처방이나 지도가 있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정간호의 경우 특정 요건을 갖춘 가정전문간호사만 할 수 있다. 또 주사나 투약 등이 서비스 범위에 포함되지만 모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가정전문간호사는 기본적으로 간호사 자격증 보유자로서, 최근 10년 내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쌓은 뒤 복지부 지정 교육기관(대학원 석사과정)에서 2년 이상의 전문 간호사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될 수 있다.
가정간호는 서비스 대상도 수술 후 조기 퇴원환자나 뇌혈관질환자, 척수성 근위축증, 심장질환자 등 집에서 의료적 처치가 꼭 필요한 경우가 주를 이뤄 일반적인 간호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밝혔다.
노인장기요양보호법에 따라 이뤄지는 방문간호에서도 주사 투여는 가능하나 의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일부 방문간호센터는 내부 방침에 따라 주사 투여를 하지 않기도 한다.
방문간호사는 간호사 면허를 보유하고 2년 이상의 업무경력을, 방문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 자격증과 함께 3년 이상의 업무 경력과 700시간 이상의 관련 교육 이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의료인이 아닌데 의료 행위를 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해외 의대를 졸업했다거나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해도 국내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않았다면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복지부는 해외 의대의 경우 과정 등이 복지부의 인정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 가족·지인이 의사라면?…"일반 진료와 마찬가지로 진료기록부 남겨야"
의사인 가족이나 지인이 '왕진'을 해줬다는 경험담도 왕왕 등장한다.
이때도 일반적인 방문 진료와 똑같은 잣대로 보면 된다는 것이 복지부 측 설명이다.
방문 진료도 진료의 일환인 만큼 관련법에 따라 진료기록부를 남겨야 하며 가족이나 지인을 진료했다면 마찬가지로 증상이나 진단, 치료내용 등이 담긴 진료기록부를 남기면 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식사 중에 가족이 '요즘 몸이 아프다'면서 한 질문에 답한 것까지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식으로 진료했다면 관련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기록을 작성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만약 해당 방문 진료가 건강보험 수가 청구가 가능한 사안이라면 수가 청구에 대한 청구 절차 기록을 남겨야 한다.
예컨대 환자가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해 왕진한 경우 진찰, 처치, 수술에 대해 수가 청구가 가능하며 방문 진료 이용 시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건강보험 자격에 따라 다르다.
복지부의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환자도 방문 진료를 요청해 받을 수 있으나 시범수가 전액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 담당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라면 진료비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