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으로 더 많이 알려진 '외상성 뇌손상'(TBI: traumatic brain injury)은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 뇌 기능의 일시적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물리적 충격으로 '뇌가 놀란 상태'가 TBI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뇌 손상은 TBI에 해당한다. 과거엔 주로 의식 상실이 동반하는 걸 TBI로 봤으나 최근엔 의식이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스포츠 부상 등이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선 TBI도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심하게 TBI를 당하면 다행히 목숨을 건져도 심각한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는 평생 신체ㆍ인지ㆍ감정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심한 뇌진탕이 발생할 경우 여러 뇌 영역과 뉴런(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교환 체계가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상세히 알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연구진이 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뇌의 한 부분이 심하게 손상되면 이를 수리하기 위해 전체 뇌의 뉴런 연결망에 달라진다는 게 요지다. 이 발견은 손상된 뇌의 복구와 간질 치료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서울대 연구진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서울대는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연구팀이 UCL 존 하디 교수 연구팀과 함께 알츠하이머병 '환자 군집'의 세 가지 유형을 규명하고 군집 형성의 원인을 발견해 표적 치료제 개발의 초석을 놓았다고 밝혔다. 인지기능 저하와 신경세포 감소 등을 불러오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것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밖에도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다원인성 질환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따라서 겉보기엔 차이가 없는 환자들이라도 세부적인 동질성에 따라 분류하는 '군집'(소규모 하위집단)이 다를 수가 있는데,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내 존재하는 여러 군집의 특징을 규명해낸 연구는 없었다. 묵 교수 연구팀은 이 군집의 존재와 발생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 데이터를 혼합하고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인 '비지도 다중오믹스 기법'(Unsupervised Multi-Omics Analysis) 등을
체중이 느는 건 무엇보다 몸 안에 지방이 쌓이기 때문이다. 지방은 주로 지방 조직에 축적되지만, 간에 쌓여 지방간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방간은 염증성 면역세포가 매개하는 만성 염증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이런 면역세포는 인터류킨을 분비해 지방간의 진행을 부추긴다. 인터류킨(interleukin)은 림프구나 단핵구에서 생산ㆍ분비되는 물질로 면역 반응과 조절에 관여한다. 특히 항암제로 알려진 인터류킨 2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킬러 T세포의 증식을 유도한다. 간의 대식세포(macrophage)가 분비하는 인터류킨 12(IL -12)가 특정 FGF(섬유아세포 성장 인자)의 생성을 차단해 갈색 지방의 열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의 대식세포가 체열 조절과 지방 축적에 개입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발견된 것이다. 대식세포의 IL -12 생성을 자극하는 건 p38이라는 미토겐(유사 분열 촉진 물질)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protein kinase)였다. 키나아제는 ATP 같은 고에너지 분자의 인산기를 특정 기질에 전달하는 인산화 촉진 효소를 말한다. p38은 사이토카인, 자외선, 열 쇼크, 삼투압 쇼크 등의 스트레스 자극에 반응하고 세포 분화, 세포 예
갓 태어난 아기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병원체의 침입을 막으려면 우선 산모에게서 받은 면역 요소에 의존해야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아기의 몸 안에도 면역 체계가 작동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노출을 이겨내면서 유아기 백신을 맞으면 면역력이 부쩍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아는 당장 필요한 면역력을 갖추기 어렵다. 태(胎) 안에 있을 때부터 어머니에게 받은 면역 요소의 도움이 없으면 곧바로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신생아가 산모에게 받은 면역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미국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임신한 여성의 항체는 결합하는 당(糖)의 형태가 바뀐 상태로 아기에게 전달됐다. 이렇게 되면 항체의 작용 범위가 커져 아기의 세포 내 감염까지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의 항체가 감염에서 아기를 지키는 힘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이 발견은 산모와 신생아의 감염 치료는 물론이고 다른 의료 분야의 항체 기반 치료법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메디컬 센터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항체는 세포 안으로
암은 혈관 등 '종양 기질'(tumour stroma)에 의존해 성장한다. 예컨대 혈관이 없으면 암세포의 증식에 필요한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한다. 암세포가 전이하는 데 필요한 림프관(lymphatic vessel)도 종양 기질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일단 암 종양의 내부나 주변에 림프관이 형성되면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면역 항암치료에서 암세포 공격에 쓰이는 '킬러 T세포'가 종양의 림프관까지 파괴해 암의 전이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발견은 림프관 형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대장암, 흑색종, 유방암 등의 면역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위스 제네바대(UNIGE) 의대의 스테파니 후귀스 병리학 면역학과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림프계는 암세포의 주요 전이 루트다. 특히 림프절은 전이성 암세포 무리의 중간 기착지나 마찬가지다.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암세포 무리는 림프절에서 숨 고르기를 한 뒤 림프관을 타고 2차 종양을 만들 목적지로 향한다. 암세포 무리는 전이에 유리한 미세환경을 조성하려고 미리 림프절에 엑소
면역 항암제는 암 치료에 신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치료에 반응하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항암 면역치료의 반응률을 높이는 걸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다. 체내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암 치료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면역계엔 두 가지 유형의 '킬러 세포'가 있다. 하나는 선천 면역계에 속하는 NK세포(일명 '자연살해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킬러 T세포'로 통하는 CD8 양성 T세포다. 이들 킬러 세포는 모두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 등을 공격해 제거한다. 지금까지 '보조 T세포'(helper T cell)는 '킬러 T세포'를 돕기만 하는 거로 알려졌다. 그런데 CD4가 표면에 발현하는 특정 유형의 보조 T세포는 NK세포를 자극해 암세포를 더 세게 공격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발견은 항암 면역치료의 약점인 낮은 반응률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 실마리가 될 거로 기대된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과학자들인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면역학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이뮤놀로지'(Journal of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
삼중 음성 유방암(TNBC)은 유방암 중에서 가장 위험한 유형으로 꼽힌다.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2형 표피성장인자 수용체(HER2) 등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유형을 구분한다. TNBC는 이들 세 가지 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방암을 지칭한다. 전체 유방암의 12∼20%를 차지하는 TNBC는 특히 40대 이하 연령에서 발병률이 높다.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이ㆍ재발 위험도 높지만, 흔히 쓰는 호르몬 치료나 표적 치료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 관련 수용체가 모두 음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마땅한 치료 수단이 없는 TNBC 제거에 강력한 효과가 기대되는 '후보 약물'을 미국 텍사스대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ERX-41로 명명된 이 화합물은 ER 양성 유방암은 물론 TNBC 세포도 쉽게 제거하는 효능을 보였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약칭 'UT 사우스웨스턴')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논문으로 실렸다. 당연히 이 발견은 엄격한 과학적 탐구의 결과다. 하지만 어느 정도 행운도 따랐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UT
염증은 원래 인체에 나타나는 선천 면역반응의 일부다. 감염이나 상처에 동반하는 염증은 감염증의 치유와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염증은 몸에 해로운 병리학적 증상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염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ROS(reactive oxygen species), 즉 '활성 산소 종'이 대표적이다. 불안정한 분자 상태인 ROS는 정상적인 세포 기능과 세포 간 신호 교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염증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가면 ROS가 과도히 축적돼 산화 스트레스가 급속히 커진다. 염증은 중요한 발암 요인이기도 하다. 걷잡을 수 없는 염증이 암과 연관돼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궁금한 부분은, 염증이 어떻게 건강한 세포를 악성 종양세포로 바꿀까 하는 것이다. 염증이 유발하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실제로 이 메커니즘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걸 미국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산화 스트레스는 DNA를 손상해 유전자 염기서열에 혼란을 야기했고, 이런 돌연변이가 쌓여 암이 됐다. 이 발견은 특정한 유형의 암이 생길 때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연히 이런 유형의 암을 예방하는 치료
암세포를 공격하는 '세포 독성' T세포가 활성화하면 표면에 PD-1이라는 단백질이 발현한다. PD-1은 프로그램으로 예정된 세포 소멸((Programmed cell death), 줄여서 '세포 예정사'에 관여하는 '1형 단백질'이라는 뜻이다. T세포의 PD-1을 무력화하기 위해 암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단백질이 PD-L1과 PD-L2다. 암세포의 PD-L1 또는 PD-L2가 T세포의 PD-1과 결합하면 해당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한다. 항암 면역 분야에서 PD-L1(또는 PD-L2)이 주요 표적으로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T세포의 PD-1 수용체에 먼저 달라붙어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차단한다. 그래서 이런 면역항암제를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또는 'PD-1 억제제'(PD-1 inhibitors)라고 한다. 그런데 효능이 이보다 훨씬 더 강한 면역항암제가 조만간 개발될 거 같다. 암세포의 PD-L1(또는 PD-L2) 자체를 분해하는 분자 경로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치료법은 흑색종이 생긴 생쥐 모델 실험에서 암 재발을 강하게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