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늘었지만 독감 유행에 '속수무책'…원정화장·4일장 속출

호흡기 감염병 확산에 화장장·장례식장 포화상태…유족들 '발 동동'
화장장 찾아 원정길…빈소 마련 미루거나 4일장 '궁여지책'
장례업계 "호흡기질환 사망자 급증…고장위험 감수하고 화장로 가동"

 인플루엔자(독감)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의 확산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화장장과 장례식장이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다.

 시설 예약을 못 한 유족들은 궁여지책으로 4일장을 치르거나 여유 빈소가 날 때까지 장례를 미루는 등 맘고생을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국의 화장시설을 증설한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들에 사망자가 많은 연초 화장로를 '풀가동'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혼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 호흡기 감염병 동시 유행에 사망자 급증…유족들 '맘고생'

 1주 전(99.8명)보다 줄며 정점이 지난 듯하지만 유행 규모는 여전히 2016년 이후 가장 크다.

 여기에 호흡기 세포융합, 메타뉴모, 코로나19 등 또 다른 호흡기 감염병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역대급' 호흡기 감염병 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말 이후 화장장이나 장례식장은 포화상태에 가깝다.

 보건복지부 화장예약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기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부산, 대전, 광주, 대구 지역의 화장장은 사흘 뒤인 19일 혹은 나흘 뒤인 20일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경기 지역은 화장장 4곳 중 1곳만 약간의 여유가 있고, 경남 지역은 10곳 중 5곳의 예약이 마감됐다.

 부산의 유일한 화장시설인 영락공원은 화장로 가동 횟수를 계속 늘리고 있지만 증가하는 화장 수요를 소화해내기 버거운 상황이다.

 영락공원은 지난달부터 전체 화장로의 가동 횟수를 하루 7회에서 10회로 늘렸다가 지난 18일부터는 다시 11회로 증회했다.

 하루에 전체 화장로를 5회 가동하는 창원시립마산화장장의 경우 1회는 타 지역민 화장에 할애했었지만, 최근 화장 수요 급증에 어쩔 수 없이 지역민 예약만 받기로 했다.

 경기 용인평온의숲 화장장은 오는 20일부터 개장 유골 전용으로 쓰이던 화장 회차를 일반 시신 화장에 동원하기로 했다.

 대구 유일의 화장시설인 명복공원의 한 관계자는 "화장로는 850도까지 온도가 오르기 때문에 자주 가동하면 고장 날 수밖에 없는데, 밀려드는 화장 수요 때문에 고장 위험을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계속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화장장 찾아 타지역으로…4일장 빈번, 5일장 사례도

 화장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약하지 못한 유족들의 혼란도 상당하다.

 웃돈을 주고 타지역 화장장을 찾아 원정을 떠나는가 하면 순번을 기다리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빈소를 늦게 차리거나 4일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장례문화사업소 관계자는 "유족들이 이곳(성남)에 연고가 있는데도 빈 장례식장을 찾지 못해 다른 지역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남 창원의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빈소 8곳이 모두 찼다. 유족들이 어쩔 수 없이 화장장 예약 상황에 따라 4일장은 물론이고 5일장까지 지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장례식장에) 자리가 없어 하루를 기다린 뒤에야 빈소를 차리는 유족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주 차(23∼29일) 78%이던 삼일장 비율은 2주 새(1월 6∼13일) 58%로 감소했다.

 대구 명복공원의 3일 차 화장률은 올해 들어 40%대로 떨어졌는데, 작년 연평균 기록(71%)과 비교하면 31%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 화장시설 증설했는데도 역부족…전국 화장로 '풀가동'

 호흡기 질환 유행에 따라 장사시설이 포화 현상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전국의 화장장을 일부 증설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9년 말 59곳이던 화장장을 지난해까지 62곳으로 늘리고, 전체 화장로는 357기에서 391기로 5년 새 9.5% 증설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 후에도 예약난 완화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화장장 예약난 해소를 위해 삼일장 비율이 70%대로 회복될 때까지 예비 화장로를 포함한 전체 화장로 가동 횟수를 늘리라는 지침을 지난 14일 전국 지자체에 전달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통상 동절기에는 호흡기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망자 증가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까지 화장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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