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개발지원 국제기구 대표 "한국은 팬데믹대응의 글로벌 리더"

해쳇 CEPI 대표 방한…韓 정부·바이오기업과 협력강화 논의

 "한국은 급성장한 바이오산업에다 과거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으로 무장해 있고, 여기에 정부의 발 빠른 대응 능력까지 구비해 그 어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출현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백신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리처드 해쳇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대표가 1박2일 일정으로 지난 13일 방한, 연합뉴스와 인터뷰했다.

 CEPI는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신속한 백신 개발과 백신의 공정한 분배 등을 지원할 목적으로 201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출범한 비영리 국제 보건 전문 기구로, 한국은 2020년 가입했다.

 CEPI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백신이 11개월 만에 개발됐으나 감염병 전파 속도를 따라갈 정도로 빠르지 않았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비상상황에서 100일 이내에 백신을 개발, 배포해 팬데믹을 막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100일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이 미션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같은 국제 협의체에서 채택됐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청도 신종 감염병 대유행 중장기 계획에 따라 CEPI의 100일 미션과 유사하게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100일/200일 백신 치료제 개발 계획'을 수립해 100일 또는 200일 안에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우선순위의 병원체에 대한 백신 또는 시제품을 비임상·초기 임상을 거쳐 사전에 개발해 '백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실제 감염병이 유행할 때 이를 활용해 백신을 100일 안에 개발(임상 1·2상 생략)하거나 사전에 개발된 항원형과 다른 균주가 유행했을 때는 200일 안에 새로 백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해쳇 대표는 100일 미션의 일환으로 질병관리청 등 한국 민관 파트너들과 가상의 감염병 위협에 대응하는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CEPI와 질병관리청은 작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쳇 대표는 "100일 미션이 성공하려면 탄탄한 중앙정부와 규제당국, 역량 있는 연구기관, 민간 파트너들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정부가 민간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이런 요건을 갖췄기에 100일 미션 추진에서도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CEPI는 각국 정부와 자선기금에서 기부받은 재원으로 세계 백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CEPI는 2022년 1월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영국 웰컴트러스트로부터 각각 1억5천만달러(약 1천7천900억원)씩 지원받았다.

 한국도 CEPI의 주요 공여국이다.

 한국 정부는 2020∼2023년 CEPI에 3천300만달러를 지원했고, 투자자위원회에 참가 중이다.

 정부는 작년에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대폭 증액하면서 CEPI 지원도 1천800만달러로 늘리는 등 국제사회와 글로벌 보건 체계 강화에 공헌했다.

 해쳇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하는 등 국제 보건 안보가 위협받는 현실에서 한국은 ODA 분야에서 국제협력에 힘쓰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이런 지원은 한국에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EPI에 대한 한국의 ODA 지원은 CEPI가 역량 있는 한국 기업 및 연구기관들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되기에 결국 한국의 바이오산업 및 백신 개발 역량 향상, 글로벌 백신 시장 진출 촉진 등 한국 보건 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CEPI는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한국 기업·기관에 3억5천700만 달러를 투자해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등 한국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는 2020년 6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위한 시설사용계약을 체결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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