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코앞인데 전국은 '펄펄'…불볕더위에 3천700여명 탈진

30도 웃도는 폭염 속 올해 온열질환자 수 지난해 전체 규모 넘어
가축·수산물 폐사 속출…강릉시, 사상 초유의 '제한 급수' 돌입

 절기상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8월 23일경)가 다가오고 있지만 무더위는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잠시 주춤하던 폭염 피해는 집중 호우 이후 다시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강원 동해안은 예년에 비해 강수량도 부족해 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극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시는 사상 초유의 '제한 급수'까지 돌입했다.

 20일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500여곳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 수는 3천763명이다.

 이중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도 23명에 달한다.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 감시 기간(5월 20일∼9월 30일) 발생한 전체 온열질환자 수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감시 기간에는 총 3천70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수는 34 명이다.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2011년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2018년 4천526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이달 초∼중순 무더위가 잠시 주춤하고,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집중 호우까지 내리며 온열질환자 수는 잠시 감소하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하루 평균 온열질환자 수는 7월 마지막 주(7월 27일∼8월 2일) 115명에 육박했으나 이달 초중순(8월 3∼16일) 33명까지 뚝 떨어졌다.

 이후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번 주(8월 17∼19일)는 하루 평균 39명이 온열질환을 겪었다.

 ◇ 다시 숨 막히는 폭염…사람도, 가축도 '헉헉'

 전국 곳곳에서 야외 활동 중 온열질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0일 낮 12시 38분께 강원 양양군에서 60대 남성이 뙤약볕에서 작업하다 경련, 마비 증세를 보여 소방 당국이 병원으로 이송했다.

 전날 오후 5시 11분께는 춘천에서 40대 외국인 작업자가 등 근육 경련과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38분 강릉 한 식당에서는 20대 여성이 줄을 서 대기하던 중 열경련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지난 16일 낮 12시 57분에는 속초 설악산에 오른 50대 여성이 온열질환을 호소한다는 119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회복하면서 병원으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27분께 충남 홍성 홍성읍 오관리 한 가정집에서는 "어제 바깥에서 일을 했는데 새벽부터 구토 증상이 계속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50대 남성이 열탈진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달 22일 오후 4시께 충남 당진에서는 폐기물처리 사업장 야외 청소작업을 하던 50대 일용직 근로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여일만인 지난 14일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 당국은 해당 사업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텃밭에서 무더위 속에 일하던 90대 남성이 쓰려져 치료받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시께 경북 영천시 텃밭에서 의식을 잃은 90대 A씨를 이웃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 다음 날 오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A씨가 무더위로 인해 숨진 것으로 보고 온열질환자로 분류했다.

 가축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가축 폐사 피해는 534개 농가, 24만7천103마리, 피해액은 37억7천5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닭이 22만35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돼지 1만3천998마리, 오리 1만3천70마리 등이었다.

 전남지역 수산물 피해는 총 58개 어가에서 조피볼락 등 1천929만7천260마리가 고수온에 의해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에서는 지난 6월 16일부터 지난 19일까지 닭 6만8천103마리, 돼지 1만2천970마리, 오리 8천640마리 등 8만마리가 넘는 가축이 무더위에 폐사했다.

 전북에서도 폭염으로 닭 26만7천781마리, 오리 1만7천974마리, 돼지 1천1천343마리 등 가축 29만7천98마리가 폐사했다.

 ◇ '더울 때 쉬다 가세요'…지자체, 폭염 피해 예방 총력

 지자체에서는 무더위 쉼터 운영과 생수 제공 등을 통해 폭염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는 폭염 합동 전담팀을 운영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무더위쉼터 8천500곳, 이동노동자 쉼터 32곳, 소방서 쉼터 207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살수차 96대를 가동하고 산업현장의 옥외 근로자 및 논밭 작업자와 취약 노인 등을 대상으로 피해 예방 점검을 진행 중이다.

 울산시는 폭염이 연일 계속됨에 따라 사회복지사와 생활지원사 등 전담 인력 636명이 전화나 방문 방식으로 돌봄 대상 어르신 9천27명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718개 경로당 운영시간은 오후 9시까지 연장하도록 권고하고,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해 냉방비 1억1천847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인천시는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10개 군·구별로 비상근무를 시행 중이다.

 무더위쉼터 1천698곳과 생수 냉장고 104개를 운영 중이며 독거노인 9천370명을 대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취약계층이 열대야를 피하도록 안심 숙소 23곳을 마련했고 그늘막 2천522개와 안개 분사기 70개를 설치했다.

 강원도는 BGF 리테일, GS리테일, 이마트24 등 편의점 3사와 무더위 쉼터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편의점 중 일부를 무더위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 무더위에 식수원 저수지 '쩍쩍'…강릉시, 사상 초유의 '제한 급수'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난까지 겪고 있는 강릉시는 이날부터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 급수에 들어간다.

 강릉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연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이날 기준 21.3%까지 떨어졌다.

 이에 이날 오전부터 저수지 아래 남대천의 물을 오봉저수지로 관을 통해 끌어 올리기 위해 남대천에서 용수 확보 작업을 했다.

 시는 앞으로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계량기 75% 잠금으로 전환하고 0% 이하이면 가구당 하루 2ℓ 생수 배부, 전 지역 운반급수를 시행할 계획이다.

 타 지자체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는 강릉시에 '병물 아리수' 8천400병(2L, 6개들이 1천400묶음)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속초시도 지난 14일 생수 3만병(3천만원 상당)을 강릉시에 전달했다.

 시는 중장기 대책을 통해 생활용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날 강릉 성산면 산북리 구산농보 생활용수 확보사업 공사 현장을 살펴본 김홍규 시장은 "유례없는 가뭄 상황에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며 "이달 말부터는 (구산농보를) 생활용수로 전환해 공급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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