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는 평생에 걸쳐 아주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40~50대 연령층의 거의 절반은 동맥경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국립 심혈관연구소(CNIC)의 발렌틴 푸스테르 박사 연구팀이 건강한 중년 남녀 4천200명을 대상으로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초기 무증상 동맥경화 진행 연구'(PESA: progression of early subclinical atheroscleros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6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동맥경화의 진행을 가늠할 수 있는 CT 촬영에 의한 관상동맥(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 칼슘 침착과 2차원-3차원 초음파 검사에 의한 경(목)동맥과 대퇴동맥의 죽상경화 중증도에 관한 3년간 자료를 분석했다. 관상동맥에 칼슘이 얼마나 쌓였는지는 동맥경화의 진행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표지이고 초음파 검사는 실제로 동맥경화가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결과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인데도 40~50대 연령층의 40%에서 동맥경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빠른 동맥경화 진행은
혈액의 응고는 상처의 지혈에 꼭 필요한 생리 작용이다. 우리 몸 안에서 가장 풍부한 응혈 단백질은 콜라겐이다. 하지만 콜라겐은 대체로 혈액에 노출되지 않는다. 어쨌든 혈관이나 조직이 손상되면, 콜라겐을 포함한 많은 응혈원 인자(procoagulant factor)가 나서 혈액 손실을 막는다. 이때 액체였던 혈액이 젤 형태로 바뀌면서 혈전이 형성된다. 그러나 지혈과 혈전 형성 사이의 균형을 정확히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전이 너무 많이 생기면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이나 뇌졸중 등을 일으킨다. 사실 혈액 응고가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심장질환의 근인으로 지목된 건 오래됐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심장 미오신(cardiac myosin) 단백질이 이런 병리적 혈액 응고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그 비밀을 밝혀냈다. 심장 미오신의 주기능은 다른 단백질과의 교차 결합을 통해 심장 근육 세포의 수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심장이 평생 정상적으로 뛰는 건 심근 세포 안에 있는 미오신이 '분자 모터(molecular motor)'처럼 온·오프를 반복하면서 심근의 수축과 이완을 제어하기 때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다른 나라로 퍼진 사스(급성 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는, 현재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촌 격이다. 의학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SARS-CoV-2)'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6년 네덜란드의 한 제약회사(Crucell Holland B.V.)는 사스 바이러스에서 CR3022라는 항체를 분리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올해 초 이 항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교차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암시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교차반응(cross-react)은, 특정 항원 결정기에서 형성된 항체가 다른 유사 항원 결정기에 반응하거나, 다른 항원 물질의 동일한 항원 결정기에 반응하는 걸 말한다. 흔히 하나의 항원 물질에 여러 개의 항원 결정기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 항체가 사스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거의 똑같은 부위에 결합한다는 걸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사스 바이러스에서 분리된 CR3022 항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교차반응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이 부위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두 코로나바이러스에 똑같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하
모유 수유가 난소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사사모토 나오코 교수 연구팀은 모유 수유를 많이 한 여성일수록 난소암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UPI 통신이 4일 보도했다. 난소암 환자 9천973명(평균연령 57세)과 난소암 없는 여성 1만3천843명(평균연령 56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녀 1인당 모유 수유 기간, 최초-최후 모유 수유 연령, 최후 모유 수유 이후 경과한 시간 등 모유 수유 이력에 관한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전체적으로 모유 수유는 난소암 위험 24%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 수유 기간이 긴 여성일수록 난소암 위험은 더욱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 모유 수유 1~3개월은 난소암 위험이 18%, 12개월 이상은 34%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지막 모유 수유 이후 경과한 시간이 10년 이내인 여성은 난소암 위험이 44%, 30년 이내인 여성은 17%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요한 것은 모유 수유와 연관된 난소암 위험 감소 효과가 임신과 연관된 단독 효과보다 크다는 점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
치매 원인 단백질의 섬유화 정도를 측정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영희 단장 연구팀은 분광학을 이용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진행 단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치매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세포막에서 잘려 나와 세포 밖에 쌓여 독성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치매 진단을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 표지법(PET)을 이용해 이 단백질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확인하는데,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체액에서 이 단백질 농도를 측정해 조기에 치매를 진단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체액 상태에 따라 측정 신뢰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 서로 뭉쳐 섬유화한 베타-아밀로이드 분자가 배출된다는 점에 착안, 분광법을 이용해 섬유화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정상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분자는 단량체 수준으로 짧지만, 치매에 걸린 뇌에서는 단량체가 모여 섬유화하면서 중합체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분자가 섬유화하면 독성을 띠고 분자 내 전하 분포도 달라진다. 연구팀은 테라헤르츠 빛(적외선보다 파장이 길어 X선
흔히 자폐증으로 통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가 잘 걸린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신경질환 뇌졸중 연구소(NINDS)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뉴런(Neuron)'에 실렸다. 4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인간의 세포에는 두 개의 성염색체가 있다.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가 하나씩이고, 여성은 X염색체만 두 개다. NINDS의 캐서린 로슈 박사팀은 X염색체와 Y염색체에 있는 두 종류의 NLGN4 유전자, 즉 NLGN4X와 NLGN4Y를 비교했다. NLGN4 유전자는 뇌 신경세포(뉴런) 연접부인 시냅스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들 두 유전자가 뉴런에서 거의 똑같은 기능을 할 거로 추정했다. 두 유전자의 코드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97%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달랐다. 로슈 박사팀은 두 유전자의 신호로 생성되는 단백질이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예컨대 남성에만 있는 NLGN4Y의 코드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뉴런 표면에 근접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그 결과 시냅스를
직감을 의미하는 'gut feeling'이란 영어 표현이 있다. 생물학에선 우리 몸의 장(腸)과 뇌 사이의 신호 교환 통로를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한다. 실제로 뇌는 장의 신호를 받아 음식물 소화에 필요한 장의 운동 기능을 자극한다. 뇌간이 주도하는 이 생리 작용은 거의 자동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사고나 감정과 같은 차원 높은 뇌 기능도 장의 신호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선 특히 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자율 신경과학:기초와 임상(Autonomic Neuroscience: Basic and Clinical)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4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신경세포(뉴런)에서 많이 발견되는 바이러스를 생쥐의 소장에 집어넣고, 미주 신경과 척수 신경을 따라 뇌까지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했다. 이 바이러스의 이동 패턴이 장-뇌 신호 교류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뇌간과 후뇌를 지나, 감정·학습·인지 등 고차원적 기능에 관여하는 부위까지 올라가는 게 관찰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2형(성인) 당뇨병이 발생하면 눈꺼풀에도 그 신호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가정의학과의 글로리아 우 교수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는 아래쪽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meibomian gland) 손실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2일 보도했다. 마이봄샘은 위·아래 눈꺼풀 안쪽 결막에 있는 피지선으로 지방 성분을 분해해 지방층을 형성하고 눈물이 과도하게 증발하는 것을 막는다. 당뇨병 환자 60명과 당뇨병이 없는 60명을 대상으로 아래쪽 눈꺼풀의 마이봄샘을 적외선 영상(아이폰 카메라로도 가능)으로 관찰한 결과 당뇨병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마이봄샘 손실이 5배 가까이 많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당뇨병 환자는 51.5%, 대조군은 11.3%가 마이봄샘이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특히 장기간의 혈당을 나타내는 당화혈색소(A1c) 수치가 높을수록 마이봄샘 손실도 더 컸다. 당화혈색소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일정 기간(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
자간전증(임신중독증)에 노출된 아이는 자라면서 여러 형태의 발달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간전증은 임신 후반기에 갑자기 혈압이 오르고 소변에 지나치게 많은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가 나타나면서 손, 다리, 얼굴이 부어오르는 증상으로 대표적인 임신 합병증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모체는 신장, 간, 뇌가 손상될 수 있고 태아는 조산, 사산 등의 위험이 커진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앨런 윌코스 박사 연구팀이 임신 중 자간전증을 겪은 여성이 만기 출산한 아이 2만8천68명을 포함, 총 98만560명의 노르웨이 아이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 등이 2일 보도했다. 자간전증에 노출된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위험이 18%,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위험이 29%, 지적 장애(intellectual disability) 위험이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이들은 또 뇌전증 발생률이 50% 높았고 시력장애 또는 난청 위험도 21% 높았다. 이 결과는 출생 체중, 아이의 성별, 출생 때 어머니의 연령,